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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늙어갈 사람들 필요"…공동체주택, 현실속으로
서울시 첫 공동체주택 아카데미, 청년부터 장년까지 '꿈' 봇물
2018-10-20 23:13:45 2018-10-30 11:03:1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비교적 시간이 많은 노인들과 맞벌이로 바쁜 신혼부부들이 같은 주택에 살면서 육아를 도와주고 여가를 함께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지역사회 청년들이나 노인들이 편하게 와서 이용할 공유식당 해보려고요. 다같이 함께 김장하려면 마당도 꼭 있어야죠.” “요즘 시끄럽다고 강아지 키우는 집 좋아하지 않잖아요. 애견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것을 동의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살고 싶어요.”
 
희망 가득한 꿈 얘기나 먼 미래의 소망이 아니다. 서울시 공동체주택 사업에 참여할 예비사업자들의 실제 밑그림이다.
 
서울시는 지난 19일 오후 회의실에서 공동체주택 아카데미를 가졌다. 지난 15일 열린 주택관리 아카데미와 이날 커뮤니티 프로그램 아카데미를 모두 수료한 경우 오는 29~31일 첫 공동체주택 예비인증에 접수 자격이 주어진다.
 
공동체주택은 독립된 커뮤니티 공간을 설치하고 공동체 규약을 마련해 입주자 간 소통·교류로 생활문제를 해결하거나 공동체 활동을 함께하는 새로운 주거형태의 주택양식이다. 예비인증을 받으면 한국주택금융공사(HF) 보증을 거쳐 사업비의 최대 90%까지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 일부 대출 이자도 입주자 주거안정을 위해 일정기간 지원한다.
 
공동체주택에 대한 열기를 반영하듯 이날 아카데미는 짧은 홍보기간에도 40명이 넘는 예비사업자들이 참석하며 회의실 의자가 모자랄 정도였다. 컨설팅이 필요한 전문분야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모두 8시간의 전문가 강의가 진행됐으며, 인증 신청서 작성을 시뮬레이션하며 복잡한 작성과정의 이해도를 높였다.
 
김정연 공동체디자이너가 공동육아협동조합, 연극인의 집 등의 공동체주택을 예로 들어 육아공간, 공동연습실 등 공동체공간의 활용사례를 설명했다. 또 옥상텃밭에 정작 앉을 의자가 없거나 커뮤니티공간에 별도화장실이 없고 아이들 공간에 바닥난방이 안 되는 등 피해야 할 사례도 소개했다.
 
공동체규약도 공동체주택에 있어 공동체공간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다. 입주 전부터 공동체교육을 실시해 공동체주택 개념과 서로 간의 관계를 맺어 사생활과 공동체생활 사이의 적응을 돕는다. 층간소음이나 음식물쓰레기 같은 갈등은 일정부분 불가피한 만큼 관리규약과 안전·환경교육, 성폭력 예방교육도 이뤄져야 한다.
 
송미숙 공동체코디네이터는 은평구에 있는 다문화 한부모가족 공동체주택 어바웃빌리지로 공동체주택 프로그램과 지역사회 소통의 예를 보여줬다. 어바웃빌리지는 매월 1회 정기회의와 네트워크파티(쿠션데이)를 확대해 청소년들의 생일이나 입학·졸업을 함께 축하해주며, 주차장공간에서 아나바다장터를 열고 커뮤니티공간에선 지역주민둘과 한평극장을 열고 있다.
 
전문가 강의를 마친 다음엔 아카데미 참가자를 4개 그룹으로 나눠 공동체주택에 대한 8가지 질문을 던지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공동체주택에 살려는 이유, 추구하는 가치, 원하는 공동체공간, 핵심적인 공동규약, 지역사회 소통방법 등을 각자가 머리 속에만 갖고 있던 생각들을 보다 구체화했다.
 
아카데미 참가자들은 “가족들이 바빠 혼자가 된 나의 역할을 찾고 싶다“, “함께 나이들 사람들이 필요하다”, “사생활은 지킨 채 낮은 수준으로 공동체를 공유하고 싶다”, “같이 술친구할 사람들이 필요하다”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또 “주변 청년들을 위한 공유빨래방과 무인택배함 등의 공동공간을 운영하고 싶다”, “사라져가는 방앗간을 놓고 골목청소도 다같이 하고 싶다”, “공유책방이나 동네 어린이들을 위한 공부방이 재밌을 것 같다”, “마을을 보다 안전하게 만드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 등도 눈여겨 볼만한 목소리다.

지난 19일 서울시청 회의실에서 공동체주택 아카데미에 참가한 예비사업자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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