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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업 경쟁력 후퇴, 배경에는 '중국'
"과거 한일 역전, 한중 역전으로 재현될 수 있어"
2018-10-26 09:06:31 2018-10-26 09:06:31
[뉴스토마토 황세준·김진양 기자]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잠정실적과 4분기 전망치가 모두 어둡게 나타나면서 한국경제의 성장 엔진이 식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 1위였던 조선은 이미 그 위상을 잃은 지 오래고, 전차군단의 한 축이었던 자동차마저 경쟁력을 크게 상실했다. 석유화학은 호황기를 끝내고 긴축재정에 돌입할 태세며, 통신은 여전히 내수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일하게 반도체가 버팀목이 되고 있지만 중국의 추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여기에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글로벌 경기 전체를 어둡게 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과거 수출을 주도하던 기업들이 지금은 경쟁력을 많이 상실했다"며 "세계 경제 여건이 좋기 때문에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우리 산업계가 이렇게 어려움에 처하게 된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며 "과거 한국이 일본을 제친 것처럼 중국이 여러 분야에서 우리를 따돌리거나 추격하고 있다. 조선이 중국에 쓰러졌고, 철강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LCD마저 중국이 한국을 꺾고 선두에 올라섰다. 드론 등 첨단산업도 중국이 세계 1위다. 반도체라고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지적처럼 중국은 과거 가격경쟁력에서 기술력마저 더하며 '굴기'를 실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조차 이달 4일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준공식에서 "선제적인 투자와 기술 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중국 등 경쟁국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때문에 결론은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로 모아진다. 초격차는 삼성전자가 제시한 경영방침으로 우리 산업계 전체의 숙제가 됐다. 모바일에 이어 반도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삼성전자의 고민도 중국에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아직 중국과의 기술력 격차는 크지만 방심할 수 없다. 특유의 자본력을 앞세워 장치산업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 중국이 반도체 공정에 돌입하면 물량 공세를 통해 제품 가격을 낮춰서라도 추격 의지를 꺾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인공지능(AI)에 역량을 결집해 차세대 성장 동력을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과거 전차군단의 한 축으로 수출전선을 이끌었던 자동차도 중국이 골치다. 사드 보복의 여파가 끝나면 회복할 것 같았던 중국 내 판매량이 좀처럼 개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일단 중국 시장에 특화된 자동차를 계속해서 내놓는 한편 또 다른 전략시장인 북미를 겨냥해 제네시스와 SUV 라인업을 꾸렸다. 이외에도 신흥시장으로의 다변화를 모색하는 등 부진 털기에 힘쓰고 있다. 신흥국 가운데 특히 인도는 내년까지 7%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유망 시장이다. 현대차는 미중 무역분쟁 영향을 피할 대체기지로서도 인도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올해 인도공장에 약 1조원을 투자해 연산 5만대 규모의 생산시설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에 의한 실적 하락보다는 미국 내 신차 투입 효과와 중국 내 점유율 회복 등 판매 경쟁력에 대한 확인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중국의 추격에 LCD 세계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BOE를 필두로 한 중국 기업들이 LCD 생산에 본격 돌입하면서 LCD 패널 가격이 급락했고 수익의 대부분을 LCD에 의존하는 까닭에 흑자를 내기 힘겨운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OLED로의 전환을 통해 또 다시 격차를 벌린다지만 아직 대중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조선업종 역시 올해 5월부터 9월까지 한국이 월간 수주량 세계 1위(클락슨 집계 기준)를 기록하는 등 회복세를 보인다지만, 사정을 들여다보면 중소형 선박은 물론 대형 선박에서조차 가격을 앞세운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다수의 업종에서 중국을 비롯한 경쟁자들에게 잠식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자동차, 조선, 디스플레이 등 업종별로 과거와 다른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 단기간에 상황이 좋아진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기업들이 전열을 재정비해 내부 역량을 다진다면 상황이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세준·김진양 기자 hsj12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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