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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법원, 시행 확정 안됐다지만…2년 전 용역비 8억 이미 집행
사법발전위 무리한 추진 지적…일부 판사 "영상재판 오히려 해"
2018-10-29 02:30:00 2018-10-29 02:30:00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스마트법원 4.0’ 사업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지만 대법원은 “사업 시행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법원 측은 최근 <뉴스토마토>의 예산 관련 질의에 “현재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했다고 사업 시행이 확정되는 것이 아니다. 타당성 심사를 통과한 후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통해 예산을 배정받아 추진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미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예산안을 꾸리기 위해 8억원 상당의 용역비용을 이미 지출했다. 28일 대법원 설명에 따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지난 2016년 법원행정처는 사업계획서를 기재부에 제출하기 위해 LG CNS에 ‘빅데이터 기반 지능형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BPR/ISP 사업’용역을 맡겼다. 이때 확보했던 예산 8억원이 집행됐다. 이 결과를 토대로 올해 건국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정책연구용역을 거쳐 사업계획서를 완성해 기재부에 제출했다. 대법원 설명대로라면 시행이 불투명한 사업을 위해 예산 8억원을 집행한 셈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 참석해 감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국감위원들은 대법원이 현재 추진 중인 ‘스마트법원 4.0’ 사업 타당성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23일 대법원의 사법개혁 자문기구인 사법발전위원회는 영상재판 제도를 확대 시행할 것을 김 대법원장에게 공식 건의했다. 영상재판은 스마트법원4.0 사업 중 하나로, 이들은 ‘정보통신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이 큰 흐름을 거스르기 어렵다’, ‘영상회의 기술을 통해 기존 재판절차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완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등 의견을 냈다.
 
그러나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미 전국 법관 중 80%가 대법원이 추진 중인 온라인 재판(영상재판)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재경 지법에서 근무 중인 한 판사는 “대법원이 영상재판 등 스마트법원 4.0 시행에 있어 언론에는 애매하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사법발전위원회를 동력삼아 사업 시행을 정당화하려는 속내를 보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법원이 스마트법원 4.0 사업으로 얻을 경제적 효과가 수조원에 달한다고 말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이미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원격영상재판도 다들 이용하지 않는데 결국 예산낭비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이 기재부에 제출한 예산계획서에 따르면 국민과 법원에 대한 시행 이후 10년 간 정량적 기대효과를 모두 5조원으로 파악했다. 특히 영상재판에 대해 ‘몇분 출석과 용무를 위해 먼 거리의 법원에 방문하고 대기해야 하는 불편함을 제거함으로써 사법서비스 접근 활용 편의성이 향상된다’며 영상재판으로 인한 기대효과가 14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차성안 수원지법 판사는 코트넷 등을 통해 “영상재판은 출석의 편익을 제외하면 일선 판사들이 보다 충실히 재판을 하고, 당사자들이 직접 판사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 오히려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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