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한국 조선산업이 중국에 밀려 퇴보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이러한 주장은 중국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 없는 막연한 공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현직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조성원 부장과 이종무 차장은 대한조선학회 웹진 10월호에 실은 기고문 ‘중국 조선산업 정탐기’를 통해 중국 조선산업의 허구를 짚어냈다. 이들은 한국 조선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론'보다 '신중한 비관론'을 견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면서도, 건강한 걱정 수준을 넘어 필요 이상의 비관론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
원가경쟁력? 인건비의 진실
국내 언론과 분석 기관들은 중국 조선산업의 핵심 강점이 ‘원가경쟁력’이며 ‘저렴한 인건비’ 및 ‘싼 자재비(재료비)’라고 지목했지만, 이들은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인건비는 약 10년 전부터 한국 조선소의 절반 수준으로 평가되는데, 차이는 현재도 동일하지만 그 구성 면에서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10년 전에는 중국에서 같은 배를 짓는데 한국 대비 인력이 약 2배 투입됐으나 평균임금이 4분의 1 수준이어서 인건비가 절반이었다면, 현재는 생산효율 개선으로 인력 투입은 1.5배 정도로 줄었으나 평균임금도 한국의 3분의 1 수준으로 상승했다. 때문에 인건비가 절반인 상황은 같지만, 현재 중국의 생산효율 개선이 한계에 이르고 인건비 증가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한국과의 인건비 격차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중국의 원가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 필자들은 실제로 강재를 비롯한 선박 건조용 자재는 한국이 더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강재의 경우 중국은 수출용과 내수용의 가격 차이가 크고, 제철소와 조선소의 거리가 멀어 운송비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 한국 대비 조달가격이 비싸다. 특히 구조설계 기술의 차이에 의한 배의 중량 차이는 극복하기 어렵다. 보통 경하중량이 한국 대비 10% 더 무겁다고 한다. 초대형유조선(VLCC)이 약 4만톤이라고 하면 한국산과 중국산 중량 차이가 4000톤 차이가 난다. 강재 단가를 톤당 70만원으로 쳐도 강재 가격에서만 30억원 가까이 차이가 발생한다. 선가의 약 3% 정도에 해당하는 엄청난 액수로, 또 배가 무거우면 연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조선 기자재 ‘국산화율’도 한국이 90% 이상인 반면 중국은 50% 미만의 수준으로 대부분을 외국(한국·일본·유럽)에서 조달한다. 자연스레 구매 협상력에 한계가 있고 운송비도 많이 들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과도한 공포감을 느끼고 있지만, 중국 조선산업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심각한 위기 상황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한 조선소에서 선박 진수식을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일·가스 선박 못 따라가”…절망감 증폭
필자들은 의외로 잘 언급되지 않는 중국 조선산업의 결정적 약점으로 한국 조선산업의 장점인 ‘고객 맞춤형 주문생산’ 체제와 ‘대량 연속생산’ 체제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다.
수주량 및 생산량 측면에서 세계 1위를 구가하면서도 자체설계, 엔지니어링 능력 및 연속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은 중국 조선산업으로서는 매우 뼈아픈 현실이다. 필자들이 최근 접한 정보에 따르면, 특히 오일·가스(Oil & Gas) 관련 선박 분야에서 중국 조선소가 느끼는 좌절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VLCC나 액화천연가스(LNG)선 분야의 경우 기술뿐 아니라 원가 면에서도 앞으로도 한국을 따라잡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까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약점은 바로 ‘국가 지원 및 국가 주도’의 한계다. 필자들이 만난 중국 국영기업 본사 엘리트 연구원은 중국의 조선산업이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도 구조가 튼튼하기 때문에 발전이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조선산업, 특히 국영기업은 국가가 지탱해주기 때문에 파산을 할 수 없다. 파산이 우려되는 회사는 다른 우량한 국영기업에 흡수시켜 연착륙을 유도한다. 이렇게 안정적 상황은 역설적으로 기술개발 등 혁신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다.
국영 조선소 통폐합의 허상
최근 외신에 의해 중국 현지 1, 2위 조선사인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CSIC)와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CSSC)의 통합 소식이 전해졌다. 이를 국내 언론 및 증권사 등은 “한국 빅3를 넘어서는 초대형 조선소의 탄생”이라고 보도했다. 외신에서 소개한 기업 규모는 한화로 약 90조원 규모에 달했다. 한국 빅3가 가장 전성기일 때 3사를 합친 조선해양 매출 규모가 약 60조~70조원 수준이었다.
필자들이 연간 1회 중국조선협회(CANSI)에서 발표하는 중국조선통계자료를 참조해 규모를 분석해 본 결과 중국 조선소의 2018년 총 예상 매출액은 약 40조원 규모로 추정되며, 이들 가운데 CSSC와 CSIC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이라고 보면 양사의 조선해양 매출 규모는 20조원 내외로 나머지 40조~50조원은 비조선해양 사업 매출로 봤다. 한국 빅3를 넘는 주장은 허구라고 필자들은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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