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중국조선 실체)1, 2위 통합법인 매출 90조원? 20조원 불과
(하)통폐합 해도 구조개선 어려워
2018-10-29 15:47:47 2018-10-29 17:29:44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3. 虛張聲勢(허장성세: 비어있고 과장된 형세로 소리를 낸다):
중국 국영조선소 통폐합의 허상
 
중국은 앞서 설명한 이유에 의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영 조선소간 통폐합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최종적으로는 중국 내 물량의 절반을 생산하고 있는 1, 2위 국영조선소 그룹간의 통합으로 그 구조 개선작업을 마무리 할 것으로 보이며, 민영조선소는 현행처럼 화이트리스트(수주시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 가능) 관리를 통해 통제를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 1, 2위 조선해양그룹 간의 통합(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CSIC)와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CSSC)의 통합) 얼마 전 외신에 의해 기사화 되었는데, 이를 국내의 언론 및 증권사 등에서 기사화하며 “한국 빅3를 넘어서는 초대형 조선소의 탄생”이라고 소개한 일을 모든 독자들이 기억할 것이다. 외신에서 소개한 기업규모는 한화로는 약 90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이며 이는 모든 독자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는 기사를 접하고 ‘이건 해도 너무 했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기본적인 상식을 가지고 생각을 해도 우리나라의 빅3가 가장 성장했을 때 3사를 합친 조선해양 매출 규모가 약 60조~70조원 수준인데(참고로 현재는 3사 다 합쳐도 40조가 안 된다) 중국의 1, 2위 조선그룹의 현재 매출을 합하면 90조원이라니! 그렇단 의미는 이미 1개 회사가 대한민국 빅3 매출을 다 합친 것 보다 더 크다는 얘기가 된다. 해도 해도 너무한 얘기다.
 
이것은 외신이 전한 소식이 세부 분석과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전파되었고, 엄청난 공포가 되어서 아직도 이 합병소식이 “Korean Shipyards’ Doom’s Day(한국 조선산업의 최후의 심판일)”로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가나안을 보고 돌아온 10명의 정탐꾼이 전한 소식과 같은 모양새다.
 
중국의 한 조선소에서 건조 선박의 명명식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필자가 이 문제에 대하여 해당 조선소 중앙조직 소속 인사에게 문의를 해보았다. 그의 답변은 “나도 잘 모르겠다”였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데, 우리가 잘 모르는 사실 중 하나로 중국은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증시에 상장되지 않은 기업은 결산을 외부에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1위인 CSSC나 2위인 CSIC 두 회사 모두 상장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체는 아니다. 그러므로 상장한 회사의 회계결산만 외부에 공개되는 것이지 나머지 매출손익은 자체적으로 집계하여 1년에 한번 상부 기관 보고 및 대외에 발표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제회계기준은 차치하고라도 일반적 내부 회계 기준이 지켜지는 지도 알 방법이 없다. 가장 기본적인 연결회계 규정인 내부 매출에 대한 중복집계가 제외되는 것인지 아닌지 조차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다만 1년에 1번 우리나라의 조선해양플랜트협회 격인 중국조선협회(CANSI, China Association of the National Shipbuilding Industry)에서 발표하는 중국조선통계자료를 참조하여 그 규모를 짐작할 수밖에 없다.
 
이 CANSI에서 올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자료가 있다. 필자는 이 자료를 분석하여 한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 수출선박 전체에 대한 매출규모 및 CSSC + CSIC 합병 시의 매출 규모를 추정해 봤다. 물론 이 CANSI의 통계가 정확하다는 전제하에서이다(필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일정 거품이 존재한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한다). 결과적으로 필자의 분석으로는 중국 조선소의 2018년 수출선박 총 예상매출은 약 40조원 규모로 추정이 되며 CSSC와 CSIC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50% 정도라고 생각하면 두 회사의 조선해양 매출 규모는 약 20조원 내외일 것으로 추정한다. 엔진 등 기자재 매출을 고려하여도 25조원 규모는 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어떤 매출인가? 국영기업 특성상 본업인 조선해양뿐 아니라 건설, 토목, 엔지니어링, 금융, 해운 등 조선소를 짓고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가치망(Value Chain) 사업을 ‘스스로’ 하는 특성상 매출의 50% 이상(약 40조~50조원)은 조선해양과 무관한 사업 매출로 추정되며, 선박 수리, 개조 사업 및 기타 구조물 제작 매출(약 10조~15조원)도 포함되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중요한 매출은 두 회사의 조선해양 매출규모인 20조~25조원이며 이는 기 보도된 내용과는 큰 차이가 있는 숫자이다.
 
또한 국영조선소 간의 통합이 국내에는 마치 중국 조선산업의 빅뱅처럼 큰 의미로 소개되곤 하지만, 통합이 되더라도 개별 조선소의 운영에서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중국 내의 시각을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두 조선소는 이미 2016년에 최고경영자(CEO)를 교환 하였고, 또한 두 회사는 1997년까지는 원래 하나의 회사였다는 사실도 독자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다. 즉, 두 회사의 통합은 대외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는 이벤트일지라도 실제적 의미로는 변화되는 것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고 필자의 견해도 이와 같다.
 
4. 麻中之蓬(마중지봉: 구부러진 쑥도 삼밭에 나면 자연히 꼿꼿하게 자란다):
올바른 관점과 정보의 중요성
 
오늘 독자들이 얻은 정보 중 어떤 것들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 일수도 있고 어떤 내용은 평소의 알고 있는 상식과 배치된 내용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가장 무서운 경쟁상대라는 중국 조선소가 아직도 우리에게는 미지의 대상이며, 경쟁자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 조선소는 그 수가 많지 않고, 전자공시시스템 등을 통해 회계 결산 정보는 물론 자회사 정보, 대표이사 및 주요 임원의 보직에 이르기까지 ‘연속적이고 투명하고 공개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반면 중국은 여러 지역에 분산된 다수의 조선소에, 내부에 있는 사람 조차도 그 실체적인 내용을 정확히 알기 힘든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부분 때문에 우리는 실제적으로 가장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경쟁자에 대하여 자의적인 해석과 더불어 공포 수준에 가까운 비현실적인 평가를 스스로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경쟁자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방법을 계속 고안해내야 하고 이에 대한 중요성을 자각하여 관련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그러한 노력을 통하여 파악한 객관적 분석에 근거해, 경쟁국 대비 우위에 있는 장점은 더욱 지켜 나가고, 불리한 경쟁에 대해서는 최대한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필자는 본 기고를 통해 앞으로 한국의 조선산업을 이끌어갈 학생들과,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이자 한국 조선산업의 핵심무기인 설계, 연구개발, 생산 및 관리혁신 인력들이 좀 더 넓어진 지식과 안목을 바탕으로 경쟁자를 이길 대책과 미래를 준비하고, 현재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정진을 거듭하여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다함께 밟고, 후대에 그 땅을 무사히 물려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정리=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