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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미분양 쌓이는데 '울며 겨자먹기'로 분양 나서는 건설업계
8월 기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1만2699가구…"내년 지방 주택시장 낙관 어려워 연말 분양"
2018-10-30 14:16:23 2018-10-30 14:16:38
[뉴스토마토 손희연 기자] 지방 미분양이 쌓여 가는 가운데 올 연말 건설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지방 분양에 나서고 있다. 내년 지방 주택 시장이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낙관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올 연말안으로 분양에 나서 손실을 줄이려는 의도라고 업계는 토로했다.
 
30일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이달 지방에서는 총 1만5043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2031가구)보다 약 7배 늘어난 수치다. 연말까지 지방 5대 광역시 분양가구는 총 2만1274가구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공급된 1만5431가구보다 약 37.8% 늘었다. 
 
지방 미분양이 쌓여 가는 가운데 올 연말까지 지방 5대 광역시 2만1274가구가 분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내부 모습. 사진/뉴시스
 
공급 물량이 늘어난 가운데 지방 주택 시장은 먹구름이 꼈다. 미분양 물량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지방 미분양은 4만6943가구에서 올 9월 말 기준 5만2945가구로 증가했다. 특히 9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은 6만596가구다. 이 중 수도권 미분양 7651가구를 빼면 나머지가 지방 미분양 물량이다. 악성 미분양으로 보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1만4946가구 중 1만2421가구가 지방에 포함돼 있다.  
 
지방 입주율도 낮다. 올 9월 입주율 전국 75.3%, 수도권 84.7%(서울 87.6%), 지방 73.2%를 기록했다. 9월 입주율은 여전히 서울 및 수도권이 비교적 양호하게 나타났다. 강원권(69.1%)과 제주권(63.3%)은 전국 입주율보다 못 미치는 수치다. 입주경기실사지수를 보면 대형업체 82.0, 중견업체 63.3으로 전월 대비 각각 4.1포인트와 20.8포인트 하락하면서 중견업체의 입주경기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한 건설사들은 서울(51.9%)을 향후 분양사업 양호지역으로 꼽았지만 경기(17.0%)와 세종(6.6%), 대구(5.7%), 대전(3.8%), 제주(2.8%)는 신규 분양사업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울산, 강원, 경북은 0%로 응답해 신규 분양사업 위험지역으로 예상했다. 건설업계의 분양 사업 체감도 떨어지고 있다. 분양시장 체감경기 실적치(61.9)는 전월대비 10.2포인트 하락했다. 9.13대책 등 규제강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9월 분양경기가 좋지 않았다는 인식이 우세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 주택 시장의 침체와 미분양 증가 원인은 주택 수요가 공급을 못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부터 올해까지 전국에 200만 가구 이상의 주택이 공급됐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지방에 공급됐다. 지방 거점 산업 경기도 위축되고 있어 자연스럽게 부동산 경기도 시들어졌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과 지방간의 양극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며 "지방 같은 경우에는 공급 물량이 몇년 간 쏟아지면서 수요가 그만큼 못 따라간 경우로 볼 수 있고, 지방 거점의 주요 산업도 위축되면서 자연스럽게 부동산 시장도 침체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건설업계는 이 같은 상황에서 분양 일정을 미루고자 고심하는 눈치지만 내년 지방 부동산 경기가 더 불안정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분양에 내몰리고 있다. 미분양에 비례해 대출이자 부담 등 비용 손실이 불어나게 된다. 
 
올 연말 분양을 앞둔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주택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분양 일정을 고민하고 있다가 결국 분양하기로 했다. 내년 지방 주택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 연말 안에 진행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연내 분양을 하려는 건설사들 입장에선 금전적 리스크를 고려해야 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조금이라도 분양에 성공해 손실을 최소하고자 하는 마음이 앞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분양단지 중에서도 입지가 좋거나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는 곳도 있어 분위기를 보고 연말 내 분양에 나설 것"이라며 "분양을 계속 미루다 보면, 내년에 가서는 분양 물량이 모이는 특정 지역은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25차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인천 중구, 전북 군산시, 전남 영암군, 제주도 제주시를 추가했다. 수도권 5개 및 지방 23개, 총 28개 지역을 선정했다.
 
손희연 기자 gh704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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