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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의 SK, '사회적 가치' 효과 있었다
'신뢰하는 재벌' 첫 3위 등극…현대차는 실적부진으로 신뢰도 하락
2018-11-05 07:00:00 2018-11-05 08:27:5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SK가 현대차를 제치고 '신뢰하는 재벌' 3위에 올랐다. 최태원 SK 회장도 지난 6월부터 6개월 동안 '신뢰하는 총수' 4위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의 이윤보다 공공의 가치를 추구하자는 최 회장의 경영 철학인 '사회적 가치'가 SK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이끌어 낸 것으로 분석된다. LG와 구광모 LG 회장은 7개월째 재벌그룹과 총수 중 1위를 지켰다. 삼성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 뒤를 이었다.
 
SK에 3위를 빼앗긴 현대차는 전체점수가 크게 하락했다. 정몽구 회장은 총수들 중 3위를 지켰지만 전체점수는 크게 떨어졌다. 한진과 조양호 회장은 7개월 연속 꼴찌에 랭크되며 불명예 기록을 경신했다. 부영, 금호아시아나, 롯데는 한진과 함께 최하위권을 형성했다.
 
SK는 5일 발표된 '11월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 행태부문 재벌그룹 항목에서 3위에 올랐다. 재벌그룹 전체점수는 ▲한국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재벌 ▲한국 사회의 통합과 발전에 기여하는 재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재벌 등 3개 항목으로 구성된 긍정점수와 ▲국가 및 사회 발전에 악영향을 주는 재벌로 구성된 부정점수를 합산해 도출했다. ▲사회에 영향력이 큰 재벌 항목은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점수 합산에서 제외했다. 총수 역시 같은 항목으로 결과 값을 구했다.
 
 
 
SK는 이달 전체점수 15.2를 얻으며 현대차와 순위를 뒤집었다. 현대차와 비교해 사회발전 기여(9.6)과 사회적 책임(8.5)이 크게 앞섰다. 경제성장 기여 항목도 0.9점 오르면서 긍정순위를 지난달 4위에서 이달 3위로 끌어올렸다. 최태원 회장도 신뢰하는 총수 4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에 비해 전체점수가 1.4 오르며 선방했다. 이는 SK가 전사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 대중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이사회 내에 지속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SK이노베이션은 울산시와 협업해 전력수요 관리용 ESS(대형 에너지저장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SK 전 계열사가 사회적 가치 실현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SK㈜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2018년 ESG우수기업’ 평가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월드’지수에 7년 연속 편입되기도 했다.
 
현대차는 전체점수 12.8을 기록하며 4위에 올랐다. 지난달과 비교해 경제성장 기여 항목은 1.7, 사회발전 기여 항목은 1.8 떨어지며 긍정점수 3위를 SK에 내줬다. 정몽구 회장은 3위를 지켰지만 신뢰점수는 18.1에서 14.6으로 3.5 하락했다. 이는 현대차가 3분기 8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내고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부진한 경영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해외 판매가 지속적으로 하락한데다 국내에서는 ‘광주형 일자리’를 두고 노조와의 갈등이 깊어지는 등 당면한 과제도 적지 않다. 현대차가 지난달 29일 단행한 임원 인사를 통해 얼마나 현재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환경을 대비할 수 있는지에 따라 향후 신뢰점수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LG는 7개월째 가장 신뢰하는 재벌 정상을 지켰다. 구광모 회장도 조사대상에 포함된 6월부터 이달까지 6개월 연속 가장 신뢰하는 총수 1위를 수성했다. 줄곧 내리막길을 걷던 전체점수도 소폭 상승했다. 구 회장이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방북, 그룹 총수로서 공식 데뷔한데다 이달 예정된 그룹 인사를 통해 본격적인 ‘구광모호’가 구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은 각각 전체점수 29.3과 24.4를 얻으며 2위를 지켰다. 이 부회장은 10월 들어 두 번째 출장을 베트남으로 떠나면서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를 직접 챙기고 있다. 인공지능(AI)·전장산업 분야의 인수합병(M&A),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추가 투자 기대감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10위권에서는 CJ(6.0, 6위), 신세계(4.7, 8위), LS(2.9, 9위)의 전체점수와 순위가 소폭 개선됐다.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7위→6위), 이재현 CJ 회장(8위→7위), 이명희 신세계 회장(14위→10위)의 순위도 올랐다. 
 
 
한진(-14.1)과 조양호 회장(-17.8)은 7개월째 최하위에 머물렀다. ‘물벼락 갑질’ 파문을 일으킨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조양호 한진 회장도 불구속 기소됐지만 총수 일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여진이 가시지 않는 모양새다. 하위 5위권에서는 태광(-1.4, 26위)과 이호진 전 회장(-2.3, 26위)이 새롭게 등장했다. 태광은 이 전 회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 오너 리스크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은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는 등 이른바 무자료 거래로 총 421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04년 당시에는 법인세 9억3000여만원을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총수는 자신이 속한 기업의 성장도 가로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태부문 총수 결과를 토대로, 해당 그룹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 총수 항목 점수에서 해당 그룹의 성장과 발전에 짐이 되는 총수 항목 점수를 뺀 결과 조양호(-25.4), 이중근(-4.7), 박삼구(-4.4), 신동빈(-3.5), 김승연(-1.9) 회장은 기업에 짐이 되는 총수로 나타났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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