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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모의세상읽기)검색! 텀블벅 MARC
2018-11-13 06:00:00 2018-11-13 06:00:00
공룡 시대에 포유류는 대개 생쥐만한 크기로 야행성 생활을 했다. 어쩌다가 몸집이 어중간하게 큰 놈, 낮에 돌아다닌 놈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놈들은 공룡 눈에 잘 띄어서 좋은 먹잇감이 되었을 테다. 그러니 살아남지 못했다. 야생에서는 덩치가 작으면 숨어 지내는 게 상책이다. 
 
포유류가 몸집을 키운 것은 공룡이 멸종한 다음의 일이다. 몸집을 키우려면 제대로 키워야 한다. 그래야 맹수들에게 먹잇감으로 취급당하지 않는다. 또 스스로 체온 유지를 해야 하는 포유류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는 몸집이 키우는 게 유리하다. 땅 위에는 코끼리, 기린, 코뿔소 같은 거대한 동물이 생겨났다. 바다를 새로운 터전으로 삼은 포유류도 전략은 같았다. 최대한 몸집을 키우는 거다. 바다사자와 바다코끼리 같은 기각류, 매너티와 듀공 같은 바다소류, 그리고 고래와 돌고래 같은 고래류가 생겨났다. 덩치가 큰 동물들에게 신생대 지구는 낙원이었다. 인류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인류가 등장한 후 거대한 해양 포유류는 인간들에게 그저 넉넉한 먹잇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사람들은 이 거대 포유류를 잡아먹는 대신 그들에게 쇼를 시키기 시작했다. 여기서 잠깐! 물개 쇼에는 물개가 없다는 사실을 아는가? 물개 쇼에는 물개 대신 바다사자가 등장한다. 물개(바다표범, 물범)는 육상동물의 귀처럼 생긴 귀가 없고 그냥 구멍만 있다. 짧은 앞다리는 털로 덮여 있으며 발톱이 길다. 뒷다리는 몸 뒤쪽을 향해 있어서 땅에서 걷지 못하고 기어 다닌다. 이에 반해 물개 쇼에 등장하는 바다사자는 귀 덮개가 있고 긴 앞발은 피부로 덮여 있고 발톱이 짧다. 뒷다리는 몸통 아래로 회전할 수 있어서 땅 위에서 걸을 수 있다. 
 
물개도 없는데 왜 물개 쇼라고 할까? 우리는 자연에서 바다사자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바다에는 바다사자가 단 한 마리도 없다. 물론 원래 그랬던 것은 아니다. 독도는 '강치'라는 바다사자의 천국이었다. 일제강점기에 기름과 가죽을 얻기 위해 마구잡이로 포획했다. 독도 강치는 1974년 북해도에서 마지막으로 포획된 후 지구에서 자취를 감췄다. 
 
바다사자보다 체구가 작은 물개는 우리나라 바다에도 산다. 점박이물범이 바로 그것이다. 바다표범 가운데 가장 작은 종인 점박이물범은 번식을 하기 위해 포식자 상어를 피해서 서해안에 왔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상어보다 더 무서운 생물이 살고 있었다. 해구신을 정력제로 믿고 있는 사람들이 더 큰 위협이었다. 1940년대만 해도 서해안에 8000마리가 살았는데 1980년대에 2300마리로 줄었다. 결국 1982년 점박이물범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다. 최근에는 200마리 정도가 한여름에 백령도에서 관찰될 뿐이다. 
 
물개 쇼에 물개가 없는 것처럼 고래 쇼에는 고래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고래는 가둬놓고 쇼를 시키기에는 너무 크기 때문이다. 몸길이 4~5미터를 기준으로 이보다 큰 것은 고래, 작은 것은 돌고래라고 한다. 고래는 대부분 수염고래다. 이빨 대신 위턱에 달린 고래수염으로 작은 고기나 새우 같은 먹이를 물에서 걸러 먹는다. 대왕고래(흰긴수염고래), 귀신고래, 참고래, 혹등고래, 밍크고래가 여기에 속한다.
 
나머지는 이빨고래다. 이빨고래 가운데도 큰 종류들이 있다. 향유고래는 몸길이가 20미터나 될 정도로 크다.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바로 그 고래다. 심해에 들어가 대왕오징어를 잡아먹는다. 영화 <프리 윌리>에 등장하는 범고래도 이빨고래다. 몸길이가 6~8미터 정도로 바다 속 최고포식자에 속한다. 범고래는 고래 쇼에 등장한다. 하지만 정식명칭은 흰줄박이돌고래. 역시 고래 쇼에는 고래가 없다. 
 
고래 쇼에는 흰줄박이돌고래, 흰돌고래(벨루가), 남방큰돌고래 같은 돌고래들만 등장한다. 제주도 주변에 1년 내내 머물고 있는 120여 마리의 남방큰돌고래 가운데는 2013년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를 비롯한 일곱 마리의 방류 돌고래가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삼팔이와 춘삼이 그리고 복순이는 새끼도 낳았다. 돌고래는 40년 이상을 산다.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세 명의 용감한 젊은이들이 나섰다. 제돌이 방류 과정부터 참여한 장수진과 최근 합류한 김미연, 하정주가 그 주인공. 이들은 학위를 마친 다음에도 돌고래의 행동생태를 연구하기 위해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를 세웠다. 연구비가 필요하다. 지금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는 시민들이 돌고래 연구를 위한 자금을 모으고 있다. 간단하다. 인터넷 검색창에 '텀블벅 MARC'를 입력해 보시라!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penguin1004@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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