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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모듈 세계 1위 징코솔라, 한국 상륙…업계 '긴장'
탈원전 정책에 국내시장 겨냥…업계 "시장교란 우려"
2018-11-12 15:01:32 2018-11-12 15:22:22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태양광 모듈 출하량 세계 1위인 중국 징코솔라가 한국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최근 영업인력 확충에 나서는 한편 서울 지하철역사 내 대형 광고판을 설치하는 등 인지도 제고에 힘쓰고 있다. 탈원전으로 대변되는 한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 변화에 따른 선제적 공세 차원이다. 그간 내수 안전판 없이 수출로 버텨온 국내 태양광업계는 징코솔라의 행보에 긴장감이 높아졌다.
 
12일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중국 징코솔라는 최근 글로벌 구인·구직 사이트 링크드인에 한국 영업을 담당할 경력사원 모집 공고를 올렸다. 국내 영업과 신규 거래처 개발, 시장 상황 파악과 정보 분석 등을 담당할 경력직 채용이 목표다. 아울러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곳곳에 '글로벌 넘버1 태양광 패널  메이커'라는 문구가 들어간 대형 광고판을 설치했다. 업계는 징코솔라의 행보에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재작년 한국 시장에 발을 들였으나, 그간 이렇다 할 움직임이 별로 없었던 터였다.
 
징코솔라는 지난해 태양광 모듈 출하량이 약 11기가와트(GW)로 세계 1위다. 국내 대표 태양광 기업인 한화큐셀의 작년 모듈 출하량(6GW)을 두 배 가까이 웃돈다. 지난해 매출액은 39억4900만달러(4조4651억원), 영업이익은 4920만달러(556억원)에 달한다. 매출액 역시 한화큐셀과 한화큐셀코리아의 합산 매출액 약 3조원보다 1조4600억원가량 많다.
  
지난 달 21일 서울 강남역 지하에 설치된 징코솔라의 광고판. 사진/뉴스토마토
 
징코솔라의 이 같은 움직임은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공세를 강화하는 수순으로 파악된다. 한국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 20%로 높이는 '신재생에너지 3020 정책'의 목표 달성을 전제로 오는 2040년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25~40%로 제시하는 등 태양광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영업조직 강화와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나섰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국내 태양광 모듈 제조사들은 징코솔라의 행보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그간 한화큐셀과 LG전자,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신성이엔지는 세계 태양광 시장의 구조조정 속에 내수 기반 없이 수출에 의존하며 어렵게 살아남았다.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인 중국의 정책 변수로 2020년까지 글로벌 태양광 시장의 '2차 구조조정'이 예고된 상황에서 징코솔라의 국내 진출은 내수 경쟁 심화를 의미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징코솔라가 저가공세를 통해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설 경우 국내 시장을 교란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태양광 기업들은 '고용창출'과 '산업발전' 명분으로 정부의 내수진작 정책에 기대 성장해왔다"며 "중국산이 유통시장을 교란해 어려움을 겪었던 철강업계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품질 낮은 중국산 태양광제품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모듈은 한 번 설치하면 최소 25년 이상 사용하기 때문에 유지·보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품질관리 등 애프터서비스 전담 조직이 없는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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