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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에 석화업계 격랑 속으로
수요 위축에 차·가전 소재 가격 뚝뚝…중국 수출길 막힌 미국산, 공급과잉 핵 부상
2018-11-13 17:38:46 2018-11-13 17:40:08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양국 간 무역갈등으로 대중 수출길이 막히자 아시아와 유럽 등으로 수출길을 틀었고 이는 공급과잉을 초래, 그에 따른 가격하락까지 불러오고 있다. 특히 미국산 석유화학 제품이 공급과잉을 부채질하고 있다.
 
13일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11월 둘째주 고기능성합성수지(ABS) 가격은 톤당 1551달러로, 전주보다 6.6% 하락했다. 지난달과 비교하면 13.9% 내렸다. ABS는 가전과 자동차 부품 등에 쓰이는 소재다. 국내 총 생산능력은 약 210만톤으로, LG화학(90만톤)과 롯데첨단소재(67만톤), 금호석유화학(25만톤)이 주요 메이커다. 통상 ABS는 연말 성수기를 노려 9월부터 가격이 뛰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미중 간 계속되는 무역갈등으로 가전과 자동차 업계가 크게 위축되면서 최종 수요처들이 소재 구매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생활용품과 가전제품 케이스를 만드는 데 쓰이는 폴리스틸렌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폴리스틸렌은 톤당 1351달러에 거래되며 전주보다 2.2%, 전달보다 9.1% 각각 가격이 떨어졌다.
 
특히 폴리에틸렌 제품군의 경우 수요 위축에 미국발 공급과잉까지 겹치면서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고밀도폴리에틸렌과 저밀도폴리에틸렌은 한 달 전보다 각각 3.4%, 7.1% 가격이 하락했다. 고밀도폴리에틸렌은 전선과 호스, 파이프 등의 소재로 쓰인다. 저밀도에틸렌은 포장재와 단열재의 원료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한화케미칼, SK종합화학 등이 주요 생산 업체들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수출 증가를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석유화학업계와 케이프투자증권에 따르면 9월 미국산 고밀도폴리에틸렌의 수출량은 233만톤으로 전달보다 8%, 전년 동월보다 68% 증가했다. 지난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60억달러(약 18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했음에도 수출량은 오히려 늘었다. 대 중국 수출이 줄어든 자리를 메우기 위해 베트남과 유럽 시장을 파고든 결과다. 저밀도폴리에틸렌 역시 중국으로 향하던 물량이 반토막 났지만, 대 베트남 수출은 무려 245% 증가한 것으로 업계는 파악했다.
 
전유진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폴리에틸렌 가격이 반덤핑관세 부과 직전인 7월 평균보다 미국 11%, 유럽 7%, 동남아 5%씩 하락했다"며 "미국산은 중국 수출이 줄어드는 만큼 다른 지역으로 판매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결국 그 지역 내 기존 공급처와의 경쟁으로 가격 약세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국내 합성수지 수출도 8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서며 기업들의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8월 수출량은 지난해보다 7.4% 감소했고, 9월은 정기보수와 추석 명절 등까지 겹쳐 10.3% 하락했다. 업계는 미중 무역분쟁이 해소되기 전에는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권혁웅 한화토탈 사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석유화학의 날' 행사에서 기자와 만나 "미중 무역갈등으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가격에서 먼저 신호가 오고 있다"며 "양측의 대립은 무역과 환율이 근본 원인인 만큼 이 두 가지가 해결되지 않으면 석유화학쪽도 분위기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은 "유가는 올라가고, 제품 값은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어 올해 경영환경이 좋지 않다"며 "업황 개선은 시간을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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