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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회계기준 자의적 해석"…내부문건 '결정타'
증선위, 고의적 회계 위반 판단 수용
2018-11-14 19:24:49 2018-11-14 19:24:55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회계 처리 기준을 고의로 위반했다."(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 긴 시간을 끌어온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이 마침표를 찍었다. 팽팽하게 맞서는 듯 보였던 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방은 금감원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분식회계' 결론, 문제 제기부터 결론까지 1달 모자란 2년
 
14일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 처리 방식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는 과정에서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문제 제기가 있은 지 1개월이 모자란 2년, 금융감독원이 회계 처리 위반이 있다는 판단을 한 지 6개월 만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회계 논란은 2016년 말 참여연대의 지적으로부터 시작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3월 특별감리에 착수해 1년여만인 올해 5월 회계 기준을 위반했다는 판단을 내놨다.
 
이후 세 차례의 감리위원회 회의와 다섯 차례의 증선위 회의를 거쳤지만 분식회계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지난 7월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과 주식 '50%-1'주를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 계약 공시를 누락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만 검찰 고발 조치하고 분식회계에 관해서는 금감원의 재감리를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금감원의 첫 감리,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 간의 합작계약서의 내용 등을 고려할 때 처음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단독 지배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주목했다"며 "이 부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추가 감리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첫 감리 결과에 2015년을 제외한 기간에 단독지배(연결)와 공동지배(지분법) 중 어느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판단이 유보돼 있어 명확하고 구체적인 조치를 내리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단독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재무제표를 바꾸더라도 이를 합당한 회계 처리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것이기도 하다.
 
금감원은 지난달 재감리 결과를 보고했다. 여기에는 2012~2014년 회계 처리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담겼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이 추가 증거로 제출됐다.
 
이런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감원의 고의적 분식회계란 판단에 대해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졌고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적법하게 회계 처리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이날도 증선위에 참석하면서 "회계 처리 적정성의 본질을 봐달라"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사후 정당화 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국제적 기준을 따랐을 뿐이란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증선위,  금감원 판단·증거 전적 수용
 
하지만 증선위는 금감원의 판단이 옳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에는 금감원이 재감리 후 제출한 내부문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재감리 안건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위원장은 증선위 결과를 발표하면서 "금감원이 추가 조사한 내용과 증거자료로 제출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내부문건 등을 검토한 결과 회사는 이전에도 콜옵션 부채를 인식했어야 한다는 것을 2015년에 인지했지만 과거 재무제표를 의도적으로 수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콜옵션의 공정가치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사전에 마련한 상태에서 이에 맞춰 외부평가기관의 평가 불능 의견을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투자주식을 취득 원가로 인식하면서 콜옵션 부채만 공정가치로 인식할 경우 회사의 재무제표상 자본잠식이 될 것을 우려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배력 변경을 포함한 비정상적인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주장과 증거를 모두 수용한 셈이다. 증선위는 금감원이 재감리에서 내놓은 2012~2014년 회계 처리에 대한 의견도 받아들였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합작 계약에 따라 2012년부터 바이오젠과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2012~2014년 연결로 회계 처리를 한 것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증선위는 신제품 추가와 판권 매각과 관련해 바이오젠이 보유한 동의권 등을 고려할 때 지배력을 공유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바이오젠이 가진 잠재적 의결권(콜옵션)이 경제적 실질이나 행사에 장애 요소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지배력 결정 시 고려해야 할 실질적 권리에 해당한다는 판단이기도 하다.
 
다만 국제회계기준(IFRS)가 2011년 국내에 처음 도입됐고 지배력과 관련된 새로운 회계 기준서가 2013년 시행된 점 등을 고려할 때 2012~2013년 회계처리위반 동기는 고의가 아닌 '과실'로 봤다.
 
2014년은 임상시험 등 개발성과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콜옵션 내용을 처음으로 공시하는 등 콜옵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중과실'로 결정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안건을 심의하면서 원칙 중심 국제회계기준과 바이오·제약 산업의 특수성을 자세히 검토했고 콜옵션의 실질성과 계약에 의한 지배력 공유 등 다양하고 복잡한 쟁점에 대해 하나하나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최종 결정까지 긴 시간이 소요됐다"며 "객관적 증거에 기반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처분을 내리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에도 충분한 해명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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