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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네거티브 리스트'는 인사가 아니라 규제에 넣자
2018-11-19 06:00:00 2018-11-19 06:00:00
대통령과 원내5개 정당 원내대표들이 함께 만든 여야정협의체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지도 않았지만 또 파행정국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경제팀 교체,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임명 강행 등을 문제 삼으며 대통령의 사과와 조국 민정수석의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거기다가 채용비리 의혹 국정조사도 얹어놓았다.
 
야당 입장에서 청와대나 여당의 행동을 비판할 순 있다. 행동을 하는 사람도, 비판을 하는 사람도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면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걸 안 들어주면 일 못한다’는 식의 언동은 도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 끌다가 뒤늦게 일을 시작해서 허겁지겁 예산을 처리하면 아마 청와대 사람들과 공무원들만 속으로 웃을 것이다. 게다가 대법관 한 자리는 이미 공석이다. 아무리 봐도 야당의 요구사항과 대법관 인사청문회는 연결 고리를 알 수 없다.
 
그런데, 야당의 주장 가운데 딱 하나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것이 있다. 바로 조명래 장관 임명 문제다.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하면 무조건 임명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법률은 장관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을 보장하고 있고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해도 임명장을 받은 장관들은 전 정부에도 있었고 현 정부에도 꽤 있다. 그런데 이번은 좀 경우가 달라 보여서 그렇다.
 
예컨대 유은혜 교육부총리와 비교해 봐도 그렇다. 유 부총리도 인사청문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이후 여당과 청와대는 야당의 청문회 지적사항에 대한 해명이 충분했고 유 후보자의 능력도 출중하다고 수차례 반박했다. 국민과 여론에 대한 설득 절차를 거친 것이다. 그런 다음에 청와대가 임명장을 수여했다.
 
하지만 조명래 장관의 경우 청문회 이후 여당도 청와대도 함구로 일관했다. 야당의 공세가 무리했다는 반박도 없었고 그의 능력이 출중하다는 엄호도 찾기 어려웠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경제팀 교체 뉴스가 나왔고 조 장관은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 사회수석과 함께 임명장을 받았다.
 
이후 야당이 반발하자 여당은 “대통령이 인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냐”고 반박하고 있지만 조 장관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는 없다.
 
다만 청와대는 조명래 장관을 포함해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지만 임명된 장관급 인사 중에 “‘7대 배제기준’에 위배된 경우는 없었음”이라는 보도참고자료를 냈다.
 
병역기피·세금탈루·불법적 재산증식·위장전입·연구 부정행위·음주운전·성 관련 범죄 등 지난 해 11월 제시한 이른바 ‘고위공직후보자 인사검증 7대 기준’에 조 장관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뒤늦은 반박인 셈이다.
 
일단 이 반박은 임명장이 수여되기 전에 나왔어야 했다. 그래야 야당의 반발을 뛰어넘을 만큼 조명래라는 사람이 환경부 장관에 적임자인지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진행되고 여론이 형성됐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반박은 그렇지 못했다. 청와대의 뒤늦은 반박은 신임 환경부 장관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인기 없는 야당에 대한 역공일 뿐이다.
 
어쨌든 조 장관 본인도 인정한 그와 가족들의 여러 문제점들이 ‘7대 기준’엔 해당하지 않는다치자. 하지만 대한민국 장관 인선의 기준이 ‘네거티브 리스트’ 통과 여부일 수는 없다. 작성도 해석도 자의적인 네거티브 리스트라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환경부 장관은 지난 8월말 교육부, 여성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방부 등의 개각이 단행될 당시 “검증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홀로 뒤로 밀린 자리다. 긴 시간을 갖고 고르고 고른 자리란 이야기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다.
 
대체로 야당이 마음에 안 들지만 경우에 따라 당정청이 하는 일에도 불만인 사람들이 꽤 많다. 이들에게 계속 무성의하고 무책임해선 안 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taegonyo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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