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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수시인사 활발…파격·쇄신으로 긴장감 높여
LG, 부회장도 필요하다면 수시교체…현대차, 문책에 시간조절 없다
2018-11-19 15:38:04 2018-11-19 17:30:25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재계에 사장·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수시인사가 확산되고 있다.
 
매년 연말 이뤄지는 그룹 차원의 조직개편 및 정기인사와 달리 수시인사는 시장 상황과 실적 등에 따라 재임 기간과 시기에 관계없이 단행된다. 기존 수시인사가 문책성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미래에 초점을 맞췄다는 차이가 있다. 외부 전문가 영입도 두드러져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조직문화로 전환하겠는 오너들의 의지도 반영됐다. 게가다 예측 불허로 불시에 이뤄지는 만큼 아무래도 조직 전체가 365일 긴장을 끈을 놓을 수 없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수시인사가 두드러진 그룹은 LG와 현대차다. LG는 오는 29일을 전후해 조직개편 및 정기인사를 단행한다. 앞서 구광모 회장 취임 후 단행된 두 차례의 원 포인트 인사를 통해 연말 인사에서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재계는 구 회장의 인사에 '안정'과 '혁신' 의지가 모두 드러난 것으로 평가한다. 권영수·하현회 부회장의 자리바꿈 경우, 그룹 내 최고 재무통인 권 부회장을 지주사로 불러들임으로써 지분 승계 및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분리 등을 안정적으로 꾀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선대회장 사람을 후계자가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는 자리에 중용함으로써 조직 내 불안감을 잠재우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해석도 이어진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의 퇴진과 신학철 3M 수석부회장 내정은 구 회장이 추구하는 ‘뉴 LG’의 지향점을 추정해 볼 수 있는 인사로 평가된다. LG화학은 그룹의 모태로 상징성이 큼에도, 42년을 재직하며 뼛속까지 LG맨이었던 박 부회장을 물러나게 하고 회사 설립 최초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외부 출신의 신 부회장을 내정하는 초강수를 뒀다. 특히 박 부회장이 이뤘던 성과들과 최근의 실적을 감안하면 의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는 구 회장의 진정한 의도가 드러난 인사였다”면서 “다른 부회장들의 거취도 박 부회장의 사례를 바탕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이 자신의 색깔을 연말 인사에서 모두 드러내기보다 수시인사를 지속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난 2011년 1월 열린 글로벌CEO전략회의에서 최고경영진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LG그룹
 
현대차도 올해에만 총 7차례에 걸쳐 수시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지난 9월14일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정의선 부회장은 이후 두 달여 사이에만 3번의 사장·임원 인사를 냈다. ‘럭비공 인사’로 특징되는 조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부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용인술을 이어받았다는 평가다. 이 가운데서도 지난달 29일 조직개편과 16일 20여명에 달하는 중국사업본부 임원진 교체는 ‘위기극복과 새 도전’이라는 정 부회장의 절실함이 어느 정도에 달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연말 정기인사 전에 추가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사업구조 재편을 진행하고 있는 한화도 예년과 달리 올해 재편이 완료된 계열사들의 인사가 이어졌다. 한화는 이번 경험을 통해 정기인사에서 수시인사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CJ와 현대중공업, OCI 등 기존 틀대로 정기인사를 단행한 그룹들과 삼성, SK 등 정기인사를 앞둔 그룹들도 향후 수시인사 활용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시적소에 인력을 배치, 빨라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새로 부임한 CEO와 임원진들이 내년도 사업목표 수립·달성을 위한 조직개편을 직접 추진토록 함으로써 수장 교체에 따른 업무의 끊김도 최소화하겠다는 뜻도 담겼다. 
 
이러다 보니 수시인사가 단행된 그룹 내부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한 대기업 직원은 “사업본부라는 큰 틀은 유지되더라도 하부조직은 사업 내용에 따라 팀이 사라지거나 새로 생기는 등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철밥통에 비유되곤 했던 대기업 조직도 스타트업에 버금가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재계에서 가장 먼저 연말 정기인사를 폐지하고 수시인사를 도입한 그룹은 두산으로, 지난 2000년부터 이를 제도화했다. 두산은 2010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새로운 인사정책에 따라 임원 개인을 승진시키는 타이틀 중심의 인사제도가 아닌 각 임원이 맡은 직무의 중요성에 우선을 두고 직무에 따라 승진을 시키고 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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