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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 1110호' 삼성바이오-당국, 왜 해석 달라졌나
비공개 내부문건이 핵심…법원 판단으로 쏠리는 눈
2018-11-21 06:00:00 2018-11-21 06:00:00
[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를 3년 만에 분식회계로 결론 내리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후속 준비는 이미 시작됐다. 추후 법원의 판단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면서 회계적 판단의 핵심이었던 'IFRS 1110호'로 다시 관심이 집중된다. 감리 참여 위원의 페이스북 발언도 여기에 불을 붙였다. 
 
20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고의적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는 지난 14일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를 재심의한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다. 삼성바이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미 행정소송을 불사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지난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분식회계로 결론 내렸다고 의견을 밝히고 있는 김용범 증선위 위원장. 사진/뉴시스
 
특히 증선위 감리위원인 이한성 고려대 교수가 페이스북에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감리 소회를 밝힌 이 글은 게재 5일 만에 300번 넘게 공유됐을 만큼 화제가 됐다. 
 
글에서는 '고의적 분식회계로 명확히 지적하지 못한다면 IFRS 10과 고급회계를 다시 써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FRS 10은 기업이 하나 이상의 다른 기업을 지배할 때 연결 재무제표를 표시하기 위한 원칙에 해당한다. 즉,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에피스의 지배력 변경에 대한 내용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한상 교수는 "감리위원으로 감리자료에 대해 외부 인터뷰를 하지 못하도록 서약서를 써서, 그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기는 어렵다"며 말을 아꼈지만, 김용범 증선위원장의 발언에는 수긍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결론은 "내부 문건이 결정적"이었다고 밝혔다. 
 
내부 문서는 '상장'이라는 결론을 먼저 내고 이후에 회계를 끼워맞추기식으로 처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됐다. 언론보도를 통해 문서는 일부 노출된 상태다.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지는 데 따른 회계적 판단이 아닌 삼성의 이해관계에 따른 결정임이 드러났다. 
 
핵심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이오에피스의 지배력 변경이 적절했나 여부다. 이미 삼성바이오가 직접 언급한 바 있는 'IFRS 1110호'는 투자자인 삼성바이오가 피투자자인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로 봐야 할 지, 관계회사로 봐야 할 지의 판단기준이 된다. 종속회사로 판단할 경우 연결재무제표로, 관계회사로 볼 경우 지분법으로 처리해야 한다. 특히 세부내용인 'IFRS 1110호' B23에서는 바이오에피스 관련 콜옵션에 대한 내용이다. 
 
이 회계 기준에 따른 단순 지배력 상실로 보기에는 일관성이 없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설립 당시엔 콜옵션에 대한 부분을 공시하지 않다가, 2014년에 뒤늦게 공시했다. 이때 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는 2014년 3300억원에서 2015년 5조2726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도 덩달아 늘었다. 삼성바이오를 자회사로 둔 제일모직의 가치가치도 커지고 됐다. '바이오에피스삼성바이오제일모직' 순으로 가업가치가 순차적으로 늘게 된다. 
 
이 과정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부풀려 삼성바이오의 최대주주인 제일모직과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업계의 관심은 이미 분식회계 처리를 넘어섰다. 추후 거래 재개 여부와 법원의 판단으로 관심이 이동했다. 개인 피해자가 8만여명에 이를 만큼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큰 이슈다. 금융당국이 애초 문제가 제기된 이후 3년이 지나서야 판단을 되돌리면서 선의의 피해자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과거 금감원, 거래소, 공인회계사회가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를 한 번은 검토했던 내용이고, 이들도 내부문건이 알려지기 전에도 일부 '의심'은 있었을 테니 모두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회계업계에 반성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ljh@etoam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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