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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재벌' 눈총에 대기업들 팔자
보유세 강화 타깃…임대수익은 폭리·내부거래 문제 비화
2018-11-21 15:11:32 2018-11-22 10:55:06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대기업들이 앞다퉈 부동산을 팔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유동성 확보 차원이란 해석이 일반적이지만 동시다발적인 매각은 ‘빌딩 재벌에 대한 사회적 개혁 요구에서 비롯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대기업 집단이 많은 임대수익을 거둬들이면서도 세금은 덜 낸다는 특혜 논란이 많았다. 문재인정부가 이런 자산·과세불평등 문제를 집도하고 나서, 대기업들이 팔자로 돌아선 것이란 시선이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21대기업의 임대수익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많고 내부거래 문제로도 비화된다공실까지 생기며 효용가치가 떨어진 건물을 굳이 붙들고 갈 상황이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유동성 측면으로만 보기엔 기업들이 일제히 매물을 내놓는 배경을 설명하기에 불충분하다. 삼성물산의 경우 3분기에 1557억원어치 유형자산을 매각했다. 전년 동기 363억원에 비해 폭증한 것. 특히 부동산을 8693억원어치나 팔았다. 부동산처분 손익은 3분기 1950억원이었는데 누적으로는 2410억원이다. 지난해에는 전무했다. 동 기간 이 회사의 이익잉여금은 62885억원으로 풍족한 편이다. 지난해 말 57554억원에 비해서도 상당히 늘어나 있다. 딱히 유동성 문제는 부각되지 않는다. 사측은 사업 효율성과 더불어 투명성 강화를 위한 경영쇄신 차원이란 이유를 들었다.
 
삼성 서초사옥. 사진/뉴시스
 
 
부영그룹은 지난해 삼성화재로부터 4380억원에 샀던 서울 을지로 빌딩을 1년여만에 다시 매물로 내놨다. 사측은 유동성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국내 1위 임대사업자인 부영은 계열사로부터도 임대수익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부영의 배당수익은 0% 반면, 부동산임대, 브랜드수수료 등 배당외수익은 64%나 됐다과도하게 수취한 배당외수익은 일감몰아주기 내부거래 문제로 비화된다. 부영측은 다만 "지난해 주택사업이 부진해 일시적으로 비율이 커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통상 재벌 집단은 자회사 지분율이 낮아 배당 수익을 걷기 어려운 경우 임대수익으로 총수일가의 배를 불린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한 보유세 강화 타깃이 궁극적으로 재벌 빌딩을 향할 것도 매각 동기를 자극한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강화 개편이 이뤄지면서도 재벌 빌딩은 빗겨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자산불평등 해소 정책을 지속하면서 이 문제도 조만간 도마에 오를 공산이 크다. 전반적으로 부동산 수요 억제정책이 지속되면서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섞인 재벌 빌딩의 효용가치가 정점에 다다른 추세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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