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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큰 그림에는 동의, 급한 불 끄기엔 미흡"
"LNG 연료선 건조 가능한 소형 조선소 몇 개나 되겠냐…금융지원 시급"
2018-11-22 14:13:40 2018-11-22 14:13:40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조선업계는 정부가 22일 발표한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에 대해 큰 그림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생사의 기로에 놓인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등 중견 조선소에 대한 지원책은 없다는 점에 아쉽다는 반응이다.
 
3대 활력제고 방안의 세부내용도 중소 조선사들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친환경 선박 시장 창출을 위한 액화천연가스(LNG) 연료선 발주 확대와 관련해 조선업계는 중소 조선사들은 사실상 LNG 관련 기술과 인력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A조선사 관계자는 “LNG 연료선을 건조할 수 있는 중소 조선사가 과연 몇 개나 될지 의문”이라면서 “정부는 지금부터 기술을 개발하고 투자도 늘리면 된다고 하지만, 기초체력이 무너진 중소 조선사들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기엔 힘이 부치고 역량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조선사 관계자는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LNG 기술은 대형 선박에 맞춘 것으로, 소형 선박용은 다시 개발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이 관련 기술을 개방했지만 중견 조선소들이나 활용할 수 있는 정도지, 소형 선박에 바로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장 2020년부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주하는 관공선을 LNG 연료선으로 발주할 것을 의무화한다고 했는데, 이에 대응하려면 중고버스의 가스엔진을 떼어다 선박에 붙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3년 중소 조선소가 밀집했던 경상남도 통영시 봉평·도남동 일대 전경. 5년이 지난 지금은 통영에 소재한 조선소들 대부분이 문을 닫거나 조업을 중단했다. 사진/뉴시스
 
업계 관계자들은 LNG 선박 발주와 LNG 연료공급(벙커링) 인프라 구축의 시기적 차이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민관이 2조8000억원을 투입해 LNG 벙커링 인프라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2020년부터 LNG 연료 관공선 발주가 시작된다. 대형 선박을 기준으로 건조기간을 1년 반으로 치면, 건조 후 운항하는 나머지 3년 반 동안 선박이 어디서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C조선사 관계자는 “주유소 없이 유조차와 승용차만 만드는 격”이라고 했다.
 
금융애로 지원 방안도 과연 금융기관이 나설까라는 의문에 부딪혔다. 중견 이하 조선소들은 당장 운용자금도 없는 상황이다. 총 7000억원의 금융지원 및 1조원 규모의 만기연장 지원으로는 눈 앞의 급한 불도 끌 수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정부는 중소 조선사에게 RG(선수금환급보증) 프로그램 규모를 1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확대한다고 했는데, 이는 선박을 수주해도 고작 3~4척 정도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RG 발급 금액을 BIS 비율에서 제외한다는 특단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한 금융기관이 쉽사리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조선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더 큰 문제는 지금 중소 조선사들이 수주를 못하는 게 RG 발급 차질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시장에서 워낙 선가가 떨어진 상황인 데다, 가뭄에 콩 나듯 하는 발주물량을 따내기 위해 중국과 경쟁할 경우 입찰 금액이 20% 이상 차이가 난다. D조선소 관계자는 “수주하려면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써내야 하는데, 그래도 일감을 따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친환경 시장 조성은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고, 당장은 중견 해운사들에게 금융을 지원해서 그들이 중소 조선소들에게 발주를 유도해야 중소 조선소도 살고 기자재 업체도 사는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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