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르포)화성에 온듯 끝없는 갈색 평원 ‘로이힐 광산’
2018-11-26 14:00:00 2018-11-26 14:20:58
[호주 퍼스·뉴먼=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체감 온도 영상 30도를 넘어섰던 지난 14일(현지시간) 오전 서호주 필바라(Pilbara) 로이힐(Roy Hill) 광산에 접어들자, 마치 영화 ‘마스’에서 나온 화성 표면과 같은 끝없는 갈색 평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갈색은 철광석이 함유된 토양지대임을 알려주는 증거다. 실제로 이 지역에는 우주탐험 영화 촬영을 위해 전 세계에서 몰려든다고 한다.
 
광산 입구에 들어서자 버스 창 오른 쪽 너머에서는 드릴링 3기가 땅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있었다. 드릴링은 무인으로 작동됐는데, 현장에서 약 8km 떨어져 있는 드릴링 관제실에서 기사들이 게임기 엑스박스(Xbox) 컨트롤러로 원격 조정했다. 철광석 원광을 캘 광구 구역을 위성항법시스템(GPS)로 가로 5.2m, 세로 6.0m의 지점으로 나눠 그 중간에 드릴링이 가서 직경 9인치의 드릴을 12~14m 깊이로 파 내려가고, 그 안에 폭탄을 넣어서 땅을 폭파시킨다. 한 지점을 뚫는 데 5분 정도 걸린다. 광구 구역에는 1200여개 드릴링 지점으로 구성되며, 4기의 무인 드릴링이 이르면 2~3일, 늦어도 일주일 내에 뚫는다. 로이힐 광산이 보유하고 있는 무인 드릴링은 총 9기다. 원격 조정 작업은 드릴링 관제실 직원 2명씩 2교대로 24시간 진행한다. 관제실 소속 직원 수는 총 9명이다. 드릴링 무인화 작업은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해 순차적으로 늘린 뒤 올해부터 본격 시행하고 있다. 사람이 직접 드릴링을 운용할 때보다 10% 정도 생산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한다.
 
14일 오전 서호주 필바라 로이힐 광산에서 무인 드릴링 3기가 땅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있다.(위) 같은 시간 현장에서 약 8km 떨어진 드릴링 관제실에서 기사들이 무인 드릴링을 원격 조정하고 있다. 사진/채명석 기자
 
10m 지표면 걷으면, 철광석 바로 채굴
 
로이힐 광산은 한국처럼 땅굴을 파 내려가 작업인부들이 자원을 캐는 게 아닌, 지표면 흙(웨이스트, waste)을 걷어낸 뒤 단층을 이루고 있는 철광석 원광을 포크레인이나 굴삭기 등으로 긁어 파내는 노천광산이다. 드릴링은 채굴작업의 첫 단계다. 한기호 포스코 서호주 사무소장은 “로이 힐 광산의 장점은 웨이스트층이 다른 광산보다 얕은 10m 아래에 철광석 워광 단층이 형성되어 있어 채굴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 드릴링 작업이 끝난 뒤 버킷 크기가 80톤에 달하는 초대형 굴삭기와 한번에 300톤의 흙을 적재할 수 있는 초대형 리지드 덤프트럭 5~6대가 웨이스트를 치우고, 곧바로 철광석 원광 채굴작업에 들어간다.
 
철광석 단층이 형성된 채굴이 가능한 ‘핏(Pit)’의 깊이는 90~100m 정도다. 이 핏에 있는 철광석 원광을 캐낸다. 로이힐 광산은 연간 7200만톤의 철광석 원광을 캐내어 5500만톤의 철광석을 생산한다. 통상 철광석 원광으로 철광석을 뽑아내는 비중은 약 70%라고 한다. 가루 형태의 분광은 3300만톤, 돌멩이 형태의 괴광은 2200만톤을 캔다. 시간당 캐내는 철광석 원광의 양은 1만6700톤으로, 현대 자동차의 i30 승용차(중량 약 1t) 1만6700대를 실어 나르는 것과 맞먹는다.
 
로이힐 광산에서 초대형 굴삭기가 철광석 원광을 채광해 리지드 덤프트럭에 싣고 있다. 사진/로이힐
 
미세 분광 재활용, 연 6000만톤 생산 가능
 
철광석 원광의 크기는 천차만별이다. 큰 것은 1.2m에 달한다. 따라서 캐낸 철광석 원광을 ‘크러셔’라는 설비로 옮겨 파쇄 작업을 거친다. 10여km 떨어진 지점에서 바라보니 리지드 덤프트럭이 쉴새없이 크러셔에 철광석 원광을 쏟아붓고 있었다. 크러셔는 철광석 원광을 12cm의 균일한 크기로 쪼갠다. 이어 약 7km 길이에 달하는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프로세싱 센터로 이동, 다시 6.3~30mm 크기로 부순 괴광과 6.2mm 이하의 분광으로 분류한다. 제품성이 떨어지는 1.0mm 이하의 미세분광은 따로 빼내어 데일링 댐이라는 곳에 저장한다. 이들 미세 분광은 폐기하지 않고 로이힐이 개발한 ‘마그네틱 세퍼레이션’ 기술을 적용해 철광석 제품으로 재가공·생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로이힐 광산은 미세분광으로 연간 400만톤의 철광석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어 연간 생산량은 약 6000만톤으로 늘어난다.
 
프로세싱 센터에서는 또한 화학적 불순물을 조합해 순도 높은 철광석을 추출한다. 또한 이곳에서는 최종 출하 전까지 무작위로 철광석을 추출해 샘플 테스트를 실시하는 데 이 작업은 전 과정을 로봇이 진행한다.
 
호주 단일 광산 중 최대 규모
 
테스트를 거친 최종 생산품 ‘철광석’은 로이힐 광산 전용 철도로 운영되는 열차에 실려 광산에서 북서쪽으로 344km에 떨어져 있는 포트헤들랜드 항구로 이동한다. 열차 1편은 4대의 기관차와 236대의 철광석 운반차량(오어카)으로 구성된다. 총 길이는 2.5km에 달한다. 조망대에서 바라봤을 때, 광산 수평선에 걸쳐있는 철로를 따라 움직이는 열차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운반차량 1량당 138톤을 실을 수 있어 1편이 총 3만2568톤의 철광석을 싣고 평균 시속 60km, 최대 시속 80km의 속도로 5~7시간을 이동한다.
 
배리 피츠제럴드 로이힐 홀딩스 최고경영자(CEO, 맨앞)가 14일 로이힐 광산 현장에서 철광석 채굴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로이힐 광산은 1대 주주인 핸콕(Hancock)이 소유하고 있는 필바라 지역 채굴권 면적 500㎢(여의도 면적의 60배)에 속한 광산으로 호주 지역 단일 광산 중 가장 크며, 2015년 12월 첫 선적 후 2016년 2400만톤, 2017년 4300만톤, 올해 5200만톤에 이어 지난 4월 목표치인 연산 5500만톤 체제를 달성했다. 호주 광산들 가운데 가장 짧은 시간에 5500만톤 체제를 구축한 광산으로 기록됐다.
 
배리 피츠제럴드 로이힐 홀딩스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힐 광산의 철광석은 매장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고품위 제품이라는 점에서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서 “철광석에 포함되어 있는 불순물 중 용광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성분으로 알루미나와 인이 있는데 로이힐은 인의 성분이 낮다”고 설명했다. 수치상으로 로이힐 철광석의 인 함유율은 0.04% 인데 반해, 필바라의 다른 광산은 0.1% 또는 이보다 높아 제값을 받지 못해 고민이라고 한다.
 
포트헤들랜드를 중심으로 북서에서 남동 방향으로 대각선으로 이어진 로이힐 광산은 철광석 채굴도 이 방향으로 진행된다. 특히, 자연 환경에 대한 관심이 각별한 호주의 특성상, 개발 후 자연을 복구하는 데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고 한다. 한 소장은 “이미 채광이 끝난 지역은 복원 작업을 마쳤다. 처음 파낸 웨이스트를 따로 모아놓은 뒤 채광 후 이를 다시 덮어주고, 웨이스트에서 발견한 식물 씨앗도 다들 보관했다가 복원할 때 심는다”고 설명했다. 로이힐 광산은 현재 450헥타아르(450만㎡)의 복원을 마쳤고, 정부의 승인도 받았다.
 
로이힐 광산에서 최종 생산된 철광석이 열차에 선적되고 있다. 사진/로이힐
 
호주 퍼스·뉴먼=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