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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영업은 사람의 마음 얻는 일…인공지능도 대체 못해"
임훈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 사장
2018-11-27 07:00:00 2018-11-27 07: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 임훈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이하 후지필름) 사장은 영업에 대해 한 마디로 이렇게 정리했다. 임 사장은 국내 전자업계에서 20년 이상 종사한 영업과 마케팅의 전문가다. 자타공인 '영업의 신'이라 불리는 그가 정의한 영업은 의외로 단순했다. 거창한 무언가가 아닌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킬이라는 것. 이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의 거센 물결 속에도 '영업맨'이 오래도록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확신했다. 영업에 대한 그의 신념은 후지필름의 성장에도 강한 동력이 되고 있다.
 
임 사장은 국내 카메라 업계 유일의 한국인 사장이다. 일본인 사장이 국내 카메라 시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던 경쟁사와 달리 후지필름은 한국 법인 출범 자체가 늦었다.  그런 만큼 경쟁사에 비해 시장 대응도 빠르지 않았고 입지도 좁았다. 인켈과 소니코리아를 거쳐 유통 및 마케팅 전문회사 유니마케팅까지 영업맨으로의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이어오던 임 사장에게 또 하나의 도전 과제가 등장한 것. 임 사장이 합류한 지난 2011년 이후 후지필름은 매년 20~30%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경쟁사에 비해 절대적 규모는 작지만 성장이 정체된 국내 카메라 시장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다. 이 역시 영업맨으로서의 기질이 십분 발휘된 결과다. 올 초에는 그간의 사업적 성과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임훈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 사장이 압구정 후지필름 스튜디오에서 자사 제품을 들고 있다. 사진/후지필름
 
스마트폰의 성장이 가속화되던 2011년, 임 사장은 갓 출범한 후지필름호에 올랐다. 당시 후지필름은 장기간 유지해 오던 총판 체제를 직판 체제로 전환했다. 경쟁사들보다 늦은 직판 체제 확립과 내리막길에 접어든 디지털 카메라 시장 등 대내외 여건이 모두 녹록치 않았다. 업력은 오래 됐지만 사실상 신생 회사와 다를바 없던 후지필름에 부사장으로 영입된 그는 영업과 마케팅을 총괄했다. 새롭게 조직을 정비하고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만큼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임 사장은 "카메라 시장이 스마트폰에 급격하게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며 "법인 설립 초기 양적 팽창에 집중했으나 시장이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고했다. 
 
임 사장은 소비자에게 후지필름만이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집중했다. 우선은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제품 라인업으로 후지필름의 아이덴티티를 더했다. 후지필름은 일안반사식(SLR) 카메라를 생산하지 않는다. 미러리스 카메라를 주력으로 하지만 경쟁사들이 잇달아 출시하고 있는 '풀프레임' 제품에는 관심이 없다. 일명 '똑딱이'라고 불렸던 콤팩트 카메라는 프리미엄화로 사진 애호가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임 사장은 "경쟁사에 비해 제품 라인업이 분산될 가능성이 없다"며 일부 제품으로의 높은 집중도를 강점으로 꼽았다. 
 
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후지필름 스튜디오 내부 모습. 사진/후지필름
 
이와 함께 임 사장은 소비자 경험의 극대화를 추구했다. "영업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란 기본 원칙이 여기에도 작용했다. 일례로 지난해 초 중형 미러리스 카메라 론칭 당시, 제품 배송이 예정보다 지연됐다. 일본 본사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순차적으로 배송했는데, 일부 고객에게 하루나 이틀 정도 늦게 발송되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발송 지연으로 고객이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한 임 사장은 영업 팀장에게 직접 제품을 들고 고객을 찾아가라고 지시했다. 예상 밖의 서비스에 고객은 손수 선물을 준비해 직원을 맞이했다. 그냥 넘길 수도 있는 작은 일에도 세심하게 배려해준 회사 측에 감동을 했다는 것. 임 사장은 "작은 디테일에 신경을 쓰면서 진성성을 보여 줄 때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며 "브랜드 로열티 제고를 위한 별도의 노력을 보이지 않더라도 해당 고객은 우리 제품을 지속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이 특별한 사례가 아니더라도 임 사장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방식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기자들을 초청하는 언론 홍보에 치중하기 보다 실제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는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그는 "고객의 수를 늘리고 보다 많은 확장성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소비자들과 만나는 기회들을 계속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지필름은 현재 ▲신제품 출시에 맞춘 본사 상품 기획자들과 소비자들의 토크 콘서트 ▲연 1회 소비자들의 사진집 전시 ▲2박3일 무료 렌탈 프로그램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지역 거점에 설치된 스튜디오형 쇼룸에서는 후지필름의 모든 제품을 직접 보고 체험해 볼 수도 있다. 임 사장은 "소비자들이 제품의 장점을 직접 익히다보면 구매로도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소비자 행사에 대한 반응도 해가 갈 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후지필름은 신제품 출시를 맞아 소비자 초청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사진/후지필름
 
이처럼 그가 주도적으로 영업 활동에 매진할 수 있었던 데에는 한국인 사장이라는 장점도 작용했다. 임 사장은 "후지필름은 국내에 있는 외국계 기업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8년 동안 일본 주재원이 상주를 안하고 있던 조직"이라며 "상대적으로 많은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법인이 갖고 있는 권한 내에서 시장에 알맞게 의사결정을 한다"며 "비즈니스 성과나 책임 등이 모두 우리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의사결정을 하면 그대로 실행할 수 있고, 그에 대해선 공정한 평가도 뒤따른다는 것. 급변하는 시장에서 빠른 의사 결정이야 말로 가장 큰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권한은 없는데 책임만 주어지거나 반대의 경우이면 힘이 빠질 수 있는데, 두 가지가 다 주어져서 매우 좋다"고 평가했다. 
 
본사로부터 부여받은 권한과 책임이 큰 만큼 조직원들과의 원만한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가족은 아니지만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직원들이기 때문이다. 임 사장은 "직원들이 회사 일에 지치지 않으면서 즐거움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함께 근무하는 20여명의 직원들의 생일에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손편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점심이나 저녁 식사도 직원들과 수시로 함께하며 스스럼 없이 어울린다. 그는 또 "직원들이 본인의 발전을 위해 무엇인가 하려 할 때는 회사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편"이라며 "개인의 발전이 있어야 회사의 발전도 있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임 사장은 카메라 시장의 미래가 '사진'에 있다고 봤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급변하는 사회에서 시간을 기억하고 저장하는 사진의 매력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그는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사진들을 책으로 만든다"며 "이따금씩 사진책들을 꺼내보며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고 추억을 떠올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소비자들 역시 좋은 카메라로 좋은 사진을 찍고 간직하고 추억을 되새기길 바란다"며 "그런점들이 소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때 우리의 역할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필름 회사에 뿌리를 둔 기업으로서 사진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는 일종의 소명 의식을 내비친 것. 
 
이와 함께 그는 "인공지능(AI)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 영업맨"이라며 베테랑 마케터로서의 자부심도 드러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고 기계로도 대체할 수 없다"며 영업맨이나 예술가 같은 직업은 오래도록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회사가 영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매출을 통해 이익이 발생해야 한다"며 "회사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영업의 최우선 역할"이라고 진단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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