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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힐 프로젝트’ 포스코-핸콕 모두에 윈-윈
2018-11-26 18:20:20 2018-11-26 18:20:28
[호주 퍼스=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철광산 생산량 기준 호주에서 네 번째로 많은 광산에 이름을 올린 로이힐(Roy Hill)은 철광석 메이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한 포스코와 핸콕(Hancock) 모두에게 윈-윈 효과를 거두었다.
 
포스코와 로이힐에 따르면, 로이힐 회장이자 자원 전문 지주회사인 핸콕(Hancock)의 회장인 지나 라인하트는 2017년 기준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추정한 세계 100대 부호에 51위, 호주에서는 2위에 오른 대부호다 그의 재산총액은 85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라인하트 회장이 필바라와 인연을 맺은 것은 부친 덕분이었다. 랭 핸콕 회장은 1952년 11월22일 서호주 지역 퍼스로 경비행기를 직접 조종해 필바라 지역 해머즐리 산맥 협곡을 통과하다가 붉게 녹슨 바위를 우연히 발견한다. 6개월 후 이곳을 다시 찾은 랭 회장은 수개월의 탐사 끝에 호주 정부로부터 광산 개발권을 획득하고 1955년 핸콕 프로스펙팅을 설립했다. 회사가 확보한 이 지역 채광권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60배가 넘는 500㎢에 달했다. 랭은 1970년 메이저 광산업체인 리오 틴토와 자회사 마운트 브루스 마이닝을 세워 연간 수백만t의 광석을 채굴했다. 채광에 관한 모든 것은 리오 틴토가 맡고 핸콕은 마운트 부루스 마이닝이 철광석 1t을 수출할 때마다 연간 수익의 2.5%를 영구적으로 받는다는 계약이었다.
 
로이힐 광산 내에 위치한 철광석을 운반하는 컨베이어 벨트. 사진/로이힐
 
수익은 안정적으로 보장 받았지만 라인하트 회장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필바라는 호주 철광석 매장량의 80% 이상을 차지하지만 개발의 흐름에서는 벗어나 있는 지역이었다. 직접 개발을 하자고 마음 먹은 라인하트 회장은 2007년 리오 틴토와 합작해 호프 다운스를 설립, 광산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호프 다운스는 연간 3000만t을 생산하는 거대 광산으로, 핸콕은 매년 16억 유로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이 또한 리오 틴토가 주도한 것이었다. 직접 개발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욕망은 더욱 커졌고, 1993년부터 사업성 검토를 진행해 왔던 로이힐 프로젝트에 마음이 쏠렸다.
 
하지만 초기에 로이힐을 탐사했던 업체는 개발 가치가 없다며 공사를 반대했다. 라인하트 회장은 물러서지 않고 탐사작업을 지속했다. 때마침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호주 광산업이 호재를 맞았다. 라인하트 회장은 이 기회를 살려 로이힐 탐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해 2010년 개발 여지가 충분한 규모의 매장량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한 고비를 넘기니 다음 문제가 찾아왔다. 로이힐이 서호주 필바라에서도 내륙 중심 쪽에 위치해 있는 광활한 초원이었던 지라, 개발에 필요한 기본 인프라가 전무했다. 막대한 규모의 광산 개발 비용은 물론 항구까지 총 344km를 잇는 철도와 항만 투자비도 만만치 않았다. 호주 이외의 국가에서 투자자를 유치해야 하는데, 처음 사업을 직접 주도하다 보니 걸림돌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이 때 나타난 기업이 포스코였다. 포스코도 철광석 메이저들의 횡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료 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공급처를 찾아다녔다. 2009년 양사 관계자들이 처음 얼굴을 맞댔다. 위치는 달랐지만 지향하는 목표는 같다는 공감대를 얻었다. 2010년 포스코가 첫 투자를 했고, 이어 일본 마루베니 상사, 대만 차이나스틸(CSC) 등이 로이힐 프로젝트에 투자자로 참여했다.
 
로이힐 프로젝트의 지분율은 핸콕이 70%, 마루베니가 15%, 포스코 12.5%, CSC 2.5%였다. 라인하트 회장은 3개 투자사들에게 철광석 생산량의 50% 이상을 싼값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신 광산 개발의 주체는 자신이 맡을 것이며, 철광석 채광광과 처리 등 생산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해 주길 희망했다. 이후 로이힐 프로젝트는 한국·미국·일본 등 5개 수출신용기관과 19개 은행으로부터 72억 호주달러(약 5조8866억원)를 조달받았다. 이는 광산개발 프로젝트 자금조달로는 호주에서 최대 금액이었다.
 
2015년 11월22일, 로이힐 광산에서 생산된 철광석이 처음으로 포트헤들랜드로 향하는 화물열차에 실렸다. 60년 전 이날은 라인하트 회장의 부친인 핸콕 회장이 필바다 상공을 비행하다가 철광석이 실렸다. 싣고간 철광석 10만톤은 그해 12월 포트헤들렌드에서 대기중이던 선박에 선적되어 포스코 광양제철소로 첫 수출 됐다. 이로써 핸콕은 광산 개발의 처음과 끝을 모두 갖춘 시스템과 노하우를 완벽하게 갖추게 되었다. 이는 BHP 빌리턴·리오 틴토·발레 등 메이저 원료 업체의 그늘에서 벗어나 핸콕도 독자적인 광산개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음을 뜻한다.
 
한기호 포스코 서호주 사무소장은 “핸콕은 포스코와 마루베니 등의 금전적 투자 만큼이나 사업 노하우를 공유해준 점에 대해 고마워하고 있다”면서 “로이힐 프로젝트를 통해 포스코나 로이힐 모두 서로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퍼스=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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