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무비게이션) ‘도어락’, 이건 영화가 아닌 제2의 현실이다
2018-11-27 00:00:00 2018-11-27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장르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 전개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다. 먼저 하나는 주인공이 자신을 위협하는 상대가 누군지 알지만 그것을 막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두 번째는 주인공이 자신을 위협하는 상대가 누군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기 때문에 관객과 주인공 모두가 느끼는 심리적 불안과 공포가 극대화 되는 방식이다. 영화도어락은 후자의 전개다. 하지만 한 가지를 더 했다. 누구에게나 가장 익숙한 공간, 가장 안전한 공간이 가장 위험한 공간으로 변질되는 순간. ‘도어락은 누군지도 모르는 상대방의 위협이 가장 개인적이고 안전해야 할 공간인 집안으로 집중될 때 벌어지는 공포와 스릴러 그리고 심리 변화를 담았다. 관객 입장에선 감정 이입까지의 시간이 현저히 짧게 느껴지는 속도를 경험한다. ‘도어락속 주인공 경민(공효진)이 경험한 기괴한 상황의 연속은 사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느끼고 또 경험한 순간들이다. 영화적 상상력의 극대화가 쏠려 있다곤 하지만도어락은 흡사 CCTV를 엿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현실감이 넘친다. 이건 현실의 영화적 치환이라기 보단 영화 자체와 현실의 간극만 좁혀 낸 제2의 현실로 느껴질 정도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극도로 정제된 상황만 보여 준다. 대사 자체도 상당히 적다. 한 공간에 한 인물 이하의 장면이 거의 대부분이다. 보여지는 공간도 스릴러 속 이질적 공간이 아닌 누구에게나 익숙한이다. 이 정도까지 흘러오면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스토리를 전한다기 보단 공간 자체를 채우는 공기의 흐름이 대사를 쏟아내고 있단 착각 마저 든다. 주인공 경민도 그래서 공간이 주는 고요함에 오감을 곤두세운다.
 
어느 날부터 경민의 집 도어락이 저절로 소리를 낸다. 경민은 두렵다. 사실 이건저절로가 아니다. 누군가 문을 흔들고 열려고 한다. 아니 이미 그 이전 경민은 자신의 집안에 돌고 있던 이상한 인기척을 감지하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바꾼다. 문 앞에는 낯선 사람의 흔적이 있다. 담배 꽁초가 떨어져 있다. 이건 분명히 침입을 시도하려 했던 증거다. 경민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집에서 한 사람이 죽은 채 발견된다. 경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이 형사(김성오)는 경민을 의심한다. 닳고 닳은 경력의 이 형사는 경민과 그의 애인이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상사와 말씨름을 할 뿐이다. 하지만 경민은 애인이 없다. 그의 집 현관에는 언제나 한 남자의 구두가 가지런히 놓여 있을 뿐이다. 사실 집 안 곳곳에도 남성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건 경민이 혼자 사는 여성으로서 호신용으로 남겨 둔보여주기 용장식이었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다. 그의 집안에는 실제 남자의 흔적이 너무도 많다. 그럼에도 그 집은 경민 혼자 산다. 도대체 누가 있는 걸까. 혹시 진짜로 누가 있는 걸까. 아니면 모든 것은 경민 혼자만의 상상이고 착각 일까.
 
영화 '도어락' 스틸.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영화는 중반 이후까지 극도의 정제된 장면 구성으로 관객들의 현실 감각을 흔들어 놓는다. 이건 흡사 경민 스스로가 느끼는 현실 괴리감과 맞닿아 있다. 일종의 강박적 행동 양식일 수도 있다. 어두운 길거리를 걷다 보면 누군가 자신을 따라 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경민 역시 마찬가지다. 어둡고 고요한 자신의 집 오피스텔 공간에 들어설 때마다 어떤 시선을 느낀다. 그 시선은 분명히 존재한다. 시선과 흔적이 공존한다. 이건 실체다. 관객들과 경민은 영화에서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넘나드는 낯선 이의 모습을 고스란히 목격한다. 사실 이건 실체인지 아닌지 마지막까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물론 실체라고 느끼게 만드는 일종의 강력한맥거핀까지 배치해 관람의 판단력 자체가 중반 이후부턴 극도로 혼란스러워진다. 이건 주인공 경민도 마찬가지다. 이 혼란은 경민 스스로가분명히 공간 속 혼자임을 관객들이 목격하면서 더욱 강력해 진다. ‘도어락은 공포 스릴러 장르가 교과서처럼 사용한 클로즈업 샷도 극도로 배제한다. 대신 풀샷 위주의 화면 구성으로 이 같은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더욱 강력하게 강조했다. 이질적인 느낌도 강조하기 위해 광각 렌즈의 화각과 위에서 아래로 내려 꽂는 부감샷도 적절히 배치했다. 이건 쉽게 말해서 거대한 공간 속에 홀로 있는 경민의 고독감과 답답함을 강조한 완벽한 구성이다.
 
영화 '도어락' 스틸.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공간 속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닌 상황은 현실 밀착형 스토리 구조에 대한 공감 지수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속에서 존재하지만 존재하는지 조차 모르는 범인을 쫓는 경민과 효주 그리고 이 형사의 모습은 빠른 속도와 함께 긴장을 끈을 당기는 또 다른 동력의 조율을 능수능란하게 쥐락펴락하며 관객들을 이끌고 간다. 모든 장면 속 공간이 우리에겐 너무도 익숙한 곳들이다. 대부분의 공간에서 공효진이 거의 홀로 등장하지만 화면 속 인물의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득 차 있는 느낌이 드는 것도 바로 그 이유들 때문이다. 관객이 느끼는 익숙하지만 알 수 없는 긴장의 강도를 끝까지 느슨하게 하지 않기 위한 감독의 계산은 이쯤 되면 베테랑 수준을 넘어섰다.
 
결과적으로도어락은 관객에게 영화가 아닌 창조된 현실처럼 느끼게 만드는 지점을 만들어 냈다. 이 같은 아우라는 앞선 설명처럼누구라도 한 번쯤은 경험했을 기괴한 상황에 대한 복기다. 어두운 공간 속 낯선 시선을 느낀 적이 있었다면도어락은 영화가 아니다. 이건 체험이고 경험이 된다.
 
영화 '도어락' 스틸.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이미 2013년 개봉해 560만 관객을 동원한숨바꼭질을 통해 공간이 주는 공포의 간접 체험을 느껴 본 바 있다. ‘도어락숨바꼭질의 단계를 넘어선 제2의 현실이다. 개봉은 다음 달 5.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