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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문성제 NH투자증권 차장 "네 돌 맞은 ETN…잠재력 무궁무진"
"고객 보호하면서 시장 키우는 것이 바람직"
"내년에는 양매도 계열 상품 판매 급증할 것"
2018-11-28 06:00:00 2018-11-28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상장지수증권(ETN)이 시장에 나온지 4년이 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TN의 시가총액은 지난 2014년 출시 직후 4668억원에서 4년 만에 6조원에 달해 12배 이상으로 커졌다.
 
같은 기간 상장 종목 수는 10개에서 180여 개로 늘었고,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5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올해는 '검은 10월'로 불린 하락장에서도 양매도 ETN이 선방하면서 내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TN의 네 돌을 맞아 ELW와 ETN 시장의 출발을 함께한 문성제 NH 차장을 <뉴스토마토>가 만나봤다.
 
-자신을 소개한다면. 
 
KAIST 산업경영학과를 졸업했다. 96학번이다. 회사에 다니면서 2008년, 2009년에 연세대학교에서 금융공학 석사를 마쳤고, 한국외대에서 재무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오기 전에는 벤처기업에서 일하다가 2003년에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에 공채로 입사해서 줄곧 주식파생운용부서에서 근무했다. 2007년에 우리투자증권으로 이동했고 합병을 거쳐 현재 NH투자증권에서 일하고 있다.
 
처음 증권회사에 올 때만 해도 공대에서 증권회사로 옮기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에 운 좋게 금융공학 운용부서로 첫 발령을 받았는데 실제 근무해보니 증권회사의 많은 부분이 사실상 IT에 근거해 운영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운 좋게도 처음부터 지금까지 좋은 멘토들을 선배나 부서장으로 만나 계속 모셨는데 이제는 내가 선임이 됐기 때문에 이런 흐름을 생각하면서 일해야 하는 것 같다.
 
증권회사 오기 전에 내가 다니던 벤처기업에서 코딩, 마케팅, 상품개발 등 업무를 가리지 않았던 경험들이 새 시장을 만드는 과정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제는 상장기업에 근무하니까 월급이 안 나올 걱정은 없어서 좋다.
 
-그동안 개발한 상품은.
 
개인적으로는 ELW 시장과 ETN 시장의 출발을 모두 함께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 ELW는 2005년 12월1일, ETN은 2014년 11월 17일이 생일인 셈인데 두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 날짜는 아이들 생일처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고, 개장 전후에 있었던 기억이 나 당시의 설렘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재직 중인 NH투자증권은 구성원 개개인 역량이나 조직 전체의 오거나이즈 수준이 높아서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기에 용이한 것 같다. 특히 ETN을 시장에 그대로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서 ETN에 근거한 구조화 상품 출시에도 관심이 많다.
 
ETN에 투자하면서 원금을 보장하는 ETN ELB라는 상품을 출시하고 특허까지 등록했는데 특히 작년에 출시한 미국 IT TOP5 ETN 기반 상품의 성과가 좋았다. 해당 상품에 투자한 고객들도 만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는 MSCI선진국 기반 ETN ELB 신상품을 출시했다.
 
-양매도 ETN에 대해 설명해달라.
 
금융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를 크게 둘로 나누면 투자수요와 저축수요라고 생각한다. 투자수요는 말 그대로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수요로 뮤추얼펀드, ETF, 랩어카운트, ELW 등과 같은 상품들이 견인했다. 저축수요는 ‘원금+알파’를 원하는 자산보존의 수요로 이해할 수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ELS가 이러한 저축수요에 부응하는 상품이고 수신에 익숙한 은행권 영업과 결부돼 자산시장의 주류가 됐다. 양매도ETN은 ELS와 경쟁적인 관계의 상품으로 원금을 채권(양매도 ETN에서는 CD)으로 운용하면서 약간의 추가수익을 노린다.
 
이런 부류의 ‘원금+알파’ 상품은 수익률 제고(yield enhancement) 상품이라고도 하는데, 말 그대로 추가금리를 얻기 위한 과정에서 작은 수익을 높은 확률로 얻는 비대칭적 위험을 짊어진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접근은 투자자가 일종의 보험회사가 돼 시장이 어지간히 움직이지만 않으면 보험금을 받지만 시장이 크게 움직이면 손실을 보면서 보험금을 내주는 형태의 거래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보험에 가입할 때 믿을 수 있는 자본능력이 있는 보험회사의 보험상품을 사는 것은 보험사가 망하면 돈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양매도도 1배수로 거래하면 일반 KODEX200 대비 3분의 1의 위험성(변동성)만 띄지만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7~8배로 거래하면 자칫하면 원금을 모두 잃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과 보상 사이에서 탐욕을 통제하며 투자해야 한다. 이것이 이런 ‘원금+알파’ 상품에 맞는 투자방식이다.
 
예컨대 대출을 받아서 ELS에 가입하거나 양매도 ETN에 가입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과거 키코(KIKO)나 스노우볼 같은 상품들이 이러한 부류였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상품운용 포인트는.
 
증권회사에 고용된 하우스 딜러이면서 고객이 맡긴 돈에 근거해 거래하는 플로우 딜러이기 때문에 내 고객은 두 명인 셈이다.
 
경력 초기부터 내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조직 이전에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배웠다. 단기적 성과를 위해 고객을 약탈하거나 시장의 파이를 줄여서라도 벽을 쌓아 시장을 독점하기보다는, 고객을 보호하면서 장기적으로 내가 속한 시장을 키우고 거기에서 자리를 얻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상품의 디자인이나 판매 시 위험을 숨김으로써 고객을 속이거나 내 자신, 조직의 단기손익 때문에 회사나 경제시스템 전체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것 둘 다 피하고 싶은 일이고 그런 상황을 강요받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다행히 우리 회사도 단기 성과에 의해 직원을 평가하지는 않아서 회사를 믿고 시장을 크게 만든다는 관점으로 일하고 있다. 겉멋이 들었다고 비난해도 할 말은 없다.
 
-해외 파생상품이 급증한 이유는.
 
경제는 결국 풍선과 같은 것이라서 어느 한쪽을 누르면 반대쪽이 부풀어오르기 마련이다. 또한 상품 간 규제가 동일한 무게가 아니기 때문에 일종의 규제 차익이 존재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개인투자자의 관점에서는 앞서 언급한 투자에서 수요의 불균질성 즉 레버리지에 대한 수요 내지는 투기적 수요가 존재하는데 2012년 ELW 규제가 일종의 상징적 조치로 여겨진다.
 
업자와 규제 당국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서로 레드라인을 넘었던 셈인데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암묵적으로 파생시장에서 투기수요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때문에 투기수요 일부가 해외 고배율 레버리지 ETP나 파생상품으로 가는 것으로 안다.
 
 -내년 파생상품 시장 전망은.
 
아무래도 ETN 위주로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TN에서는 양매도 계열의 yield enhancement 상품 판매에 주목해야 한다.
 
아직 ETN이라는 상품이 지닌 잠재력이 100% 발휘되지는 않았다고 여긴다. 100조원 규모의 구조화 상품과 관련 수요가 이미 존재하는데 거기에서 겨우 1%가 1개 은행, 1개 상품으로 첫발을 뗐을 뿐이다.
 
내년에는 ETN 시장이 열린지 5년째가 되는데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ETF와는 다른 길로 갈 것 같다는 느낌이다.
 
-최근 개발 중인 상품이 있는지.
 
상품 공급자로서 늘 고민하고 있다. 개장 4년만에 올해 yield enhancement 상품에서 유의미한 성장이 처음 나왔기 때문에 좋든 싫든 이런 관점을 중심에 둬야 할 것 같다. 마침 QV ETN에서 자산배분과 레버리지 수요에 대응하는 라인업이 얼마간 완성된 시점이라 새 방향성을 모색하던 중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과정에서 ETN의 가치가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유사한 관점에서 2010년대 중반에 고민하던 박스권 상품도 같이 하고 있다. 기존 상품을 리모델링하는 한편 새로운 자산집단(asset class)과 새로운 접근 방식을 ETN 시장에 도입하는 프로젝트들이 다수 진행 중이다.
 
특히 전문적인 고객은 ETF 운용사와 LP간 이해상충 때문에 나타나는 LP호가 괴리율이나 운용비용 및 운용결과에 의한 추적오차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데, yield enhancement 상품들은 이런 작은 오차가 성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정밀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LP를 겸하면서 추적오차가 발생할 수 없는 ETN에는 작게나마 기회가 오는 것 같다.
  
문성제 NH투자증권 차장이 기자들을 대상으로 파생상품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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