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지난 6월 일몰된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첫 관문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 문턱을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금까지는 합산규제의 자율경쟁 저해를 우려한 정부와 여당 반대로 해당 법안이 번번이 법안소위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했다. 그러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정부의 반대는 여전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미비 상태인 유료방송 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도입해야 한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서다.
국회 과방위는 27일 법안소위를 열어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과 관련한 방송법 개정안을 우선 검토 법안으로 다뤘다. 6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계속 심사’를 이어가는 것으로 여야는 의견을 모았고 추후 공청회를 별도로 실시할지 여부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법안소위 민주당 간사인 김성수 의원은 “어떤 방향으로든 최대한 합의점을 도출하려는 여야 간 공감대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일정은 빠듯하지만 과방위 법안소위만 넘어선다면 이후 단계는 비교적 수월해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합의제 방식으로 운영되는 법안소위는 반대 의견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상임위 심의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인터넷TV와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시장에서 특정사업자가 전체 시장점유율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게 한 제도다. 원래 인터넷·케이블TV업계에만 적용되던 규제에 위성방송(KT의 올레TV와 KT스카이라이프) 등을 포함한 것으로, 케이블TV업계는 합산규제가 일몰되고 우려했던 시장 독과점 현상이 점점 발생하고 있다며 합산규제 추가연장에 대한 법 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합산규제가 다시 도입되기 전 KT그룹이 33.33%를 넘기면 달리 손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관련 법안은 모두 특정 사업자의 유료방송 시장독식을 우려해 합산규제를 재도입하자는 내용이다. 여야가 논의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자유한국당 김석기·정의당 추혜선 의원 안(6월 발의)이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는 사업자 간 경쟁과정을 사전 제한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배치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독과점에 따른 부작용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남용 행위나 불공정행위 등에 대한 사후규제를 통해 시정 가능하다”고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과방위원장인 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일정 기간 유예기간을 연장해줘야 시장에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재도입돼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아직 정부와 여야 내 이견 조율이 필요하겠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만한 논의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법안소위원장인 한국당 정용기 의원은 “사실상 여야 이견은 좁혀진 문제고 정부를 설득하는 것이 남은 과제”라며 “선택과 결단은 빠를수록 좋지만 명확한 당위성을 찾기 위해 법안소위 내에서 되도록 많은 의견을 나눌 생각”이라고 말했다.
과방위 임재주 수석전문위원도 “유료방송 시장에서 특정사업자의 플랫폼 간 독과점 구조가 형성되면 기존 법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할 수 없어 시장점유율 규제와 같은 사전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 종합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종사업자 간 합산규제가 유료방송 시장에서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는데 기여했는지, 불필요한 규제 역할을 했는지를 국회차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의의 필요성은 인정 된다”고 강조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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