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필바라=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포스코가 신사업 포트폴리오 가운데 하나로 지목한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리튬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오는 2021년까지
연산 5만5000톤 규모의 리튬 상업생산에 들어간다.
포스코가 지난 2월에 투자한 서호주 필바라 지역 필간구라 광산이 그 무대다. 이 광산은 지난 16일 종합 준공식을 개최했다. 포스코는 필간구라 광산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광산개발업체 필바라 미네랄스와 회사 지분 4.75%(7950만호주달러, 약 650억원)와 이에 상응하는 전환사채를 인수하고, 포스코 단독사업 추진시 8만톤 이상, 상호합작시 최대 24만톤(탄산리튬 3만톤 생산가능 분) 이상의 리튬정광을 장기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원소기호 3번인 리튬은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는 리튬 전지와 리튬 이온 2차 전지의 양극 물질로 사용되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소재다. 리튬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원재료인 리튬정광 공급망 확보가 중요하다. 한국은 관련 기술이 없어 그동안 리튬 수요량 전부를 해외에서 수입해 왔다. 하지만 포스코가 이제 독자 개발한 기술로 리튬을 생산하기로 함에 따라 상당한 규모의 수입대체 효과와 함께 후방산업의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
포스코가 리튬과 처음 만난 것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당시 전강섭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와 함께 소금물에서 리튬을 뽑은 국책과제에 참여했다. 하지만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리튬 직접 추출기술 개발로 선회, 2010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기술 브랜드명은 ‘포스엘엑스(PosLX)’로 정했다. 리튬 생산 과정은 크게 리튬정광이나 염수를 통해 인산리튬을 추출하는 ‘상공정’과 수산화리튬 용액을 전환해 결정화, 탄산화를 거쳐 각각 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을 생산하는 ‘하공정’으로 나뉜다. 상공정은 기술이 보편화된 반면, 하공정에서는 기술 경쟁력의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스엘엑스는 바로 하공정에 특화된 기술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서호주 필간구라 광산에서 만난 이성원 포스코 사업기획PJT팀 팀장은 “포스엘엑스는 염수로부터 리튬을 직접추출해 염수를 자연 건조함으로써 리튬을 생산하는 기존 방식보다 기후의 영향을 적게 받고, 수율도 종전 50% 미만에서 80%로 끌어올려 경제성이 뛰어나다”면서 “폐2차전지·리튬정광으로부터도 리튬을 추출할 수 있고, 불순물 함량도 경쟁사 제품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존 방식으로는 탄산리튬을 만든 다음 재가공을 해서 수산화리튬을 만들기 때문에 수산화나트륨 생산원가가 더 비싼 반면, 포스엘엑스는 이러한 과정이 생략되어 두 제품 생산원가 차이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포스코는 포스엘엑스 기술의 실증작업의 일환으로 2013~2015년 칠레 및 아르헨티나 염호에서 리튬 시험 생산에 성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2016년 광양제철소내 연산 2500톤 규모의 데모플랜트를 건설했다. 지난해 2월부터 노트북과 휴대폰 배터리 등의 2차전지 소재로 쓰이는 탄산리튬을 생산하고 있다. 2017년에는 고성능 전기차용 배터리에 주로 사용되며 공정관리가 까다로운 수산화리튬 데모 플랜트를 가동해 시운전을 거쳐 올해부터 생산에 들어갔다.
포스코가 지금까지 리튬사업에 투자한 비용은 연구개발(R&D) 800억원, 리튬원료 확보를 위한 리튬광산 지분 획득, 염호확보 등에 약 3650억원이다. 필간구라 광산과 함께 지난 8월에는 아르헨티나 북서부에 위치한 옴브레 무에르토에서 서울시 면적 3분의 1에 해당하는 1억7500만㎡ 규모의 염호 광권을 갤럭시리소스로부터 인수했다. 이 염호는 20년간 매년 2만5000톤의 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염수(소금물)를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는 광권 인수가 마무리되는 즉시 이곳에 포스엘엑스 기술을 적용한 리튬 공장을 건설, 2021년부터 제품을 생산할 게획이다. 현재 가동 중인 필바라와 합작으로 2021년까지 전라남도 광양 율촌산업단지내에 건설할 광석리튬 공장(연산 3만~4만톤 규모), 그리고 이달 안에 광양제철소내에 완공될 예정인 상공정 공장과 데모 플랜트 등과 함께 포스코 리튬 사업의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사업이 확대되면 오는 2025년까지 총 45조원을 리튬 사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 돈은 염호와 광산 각각 하나씩을 추가확보하고 공장 신·증설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포스코ES·포스코-화유코발트·양극재 생산법 등을 계열사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LG화학, 삼성SDI 등 국내 주요 2차전지 업체 등에 우선 공급하고 수요가 늘면 해외 판매도 추진한다.
이 팀장은 “연산 5만5000톤은 전기차 약 110만~120만대분의 베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라면서 “세계 1위 리튬 생산업체인 칠레의 SQM의 현 생산량이 연 4만4000톤인데, 계획대로 진행하면 포스코는 오는 2021년 ‘세계 5위’ 리튬 생산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전했다.
호주 필바라=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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