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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재벌 신뢰지수, '삼바 분식회계'와 경기침체가 영향을 미쳤다
2018-12-03 07:00:00 2018-12-03 07:00:00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 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고의 분식회계를 했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상장폐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으론 한국사회 전체가 경기침체로 활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보수정부 10년에 대한 적폐청산을 내세운 것만으로 집권 2년차까지 고공행진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하락세다. 몽롱한 축제의 시기가 지나갔고, 현실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지혜를 발휘할 시점이다. 
 
이러한 시기에 재벌들의 신뢰도 역시 영향을 받았다. 삼성의 일반인지 부문 지수(이하 일반인지 지수)가 전월에 비해 하락(28.9→22.4, 2위에서 4위)한 것은 충분히 예측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30대 재벌 중 일반인지 지수가 회복된 곳은 CJ(19.4→21.1, 7위에서 6위)와 영풍(1.8→2.5, 22위에서 21위) 밖에 없을 정도로 시민들의 전체 기업들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재감리 안건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반인지 지수의 변동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 8차례 조사를 하며 관찰한 바 행태부문 지수(이하 행태지수)의 순위는 크게 변동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 경제성장 기여도 ▲한국사회 발전 및 통합 기여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국가 및 사회 발전에 미치는 악영향 등 4개 항목에 대해 기업을 고르는 답변이 단기간에 큰 차이를 보이기는 어려웠던 탓이다. 실제로 이번에 행태지수 상위권을 차지한 LG, 삼성, SK, 현대차, GS 5개 업체는 두 번째 조사였던 6월 이후 꾸준히 5강이었다. 재벌 총수 행태지수에서 5강에 해당하는 구광모 LG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허창수 GS 회장 역시 지난 6월부터 꾸준히 5강이었다.
 
그러나 일반인지 지수의 경우 다른 모습을 보였다. 각 재벌과 총수에 대해 7점척도 절대평가로 지표화하는 이 지수는 당시의 사건이나 분위기, 이미지 등에 좌우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순위 변동도 상대적으로 심할뿐더러, 순위 변동이 없더라도 지표 증감에 의미를 두고 해석해볼 수 있다.
 
지난달 조사에서는 이른바 ‘어닝쇼크’를 맞이한 현대자동차의 하락세가 뚜렷했다. 현대자동차는 이번에도 전월에 비해 하락세(18.8→15.7)를 이어갔다. 하지만 순위는 8위를 그대로 지켰고, 타 기업들의 전반적인 하락세 속에서 평균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12월 조사에서는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역시 삼성이 하락세였다. 이번 조사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상장 폐지에 관한 의견도 물었는데, 55.3%가 ‘폐지해야 한다’고 답할 정도로 ‘삼바’ 사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드러냈다(‘폐지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한 이는 19.3%, ‘잘 모르겠다’는 이는 25.5%).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광주(79.2%)·만19세이상~29세(62.2%)·블루칼라(62.5%)·초대졸/대졸(59.1%)·가구소득 401~500만원(63.3%)에서 높게 나타났다. 시민들의 여론은 분식회계에 대해 냉정했다. 
 
사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결론은 일개 계열사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크게 보면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문제에 암초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고, 이 부회장에게 책임이 돌아갈 법리적 문제의 발생 우려도 있다.  앞으로의 삼성 행동에 따라 사람들의 신뢰도 변화할 것이다. 삼성전자와 반올림 측이 반도체공장 백혈병 분쟁을 11년 만에 마무리하는 등 호재도 있기 때문에 더 지켜볼 일이다.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으로서는 이번 반올림과의 중재판정 이행합의처럼 시민단체의 문제제기 중 수용할 수 있는 것들을 골라내어 수용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   
 
GS가 삼성을 밀어내고 2위로 올라선 것은 그렇게까지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GS는 일반인지 지수에서 지난 5월에서 9월까지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10월과 11월 두 달의 조사에서 삼성에 2위를 빼앗겼을 뿐이다. 그러나 GS 역시 보통의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하락세(27.2→23.9)였기 때문에 삼성보다 낙폭이 적었다는 정도의 의미부여만 가능할 뿐이다. 
 
오히려 신세계가 7월에 3위를 차지한 이후 다섯 번째 조사 만에 다시 3위가 되었다는 사실이 더 주목할 만하다. 제조업 경쟁력이 하락하고 내수경기가 침체하는 가운데, 신세계가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을 적절하게 파고드는 경영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반인지 최하위권 순위의 변동양상도 주목할 만하다. 11월 조사에선 부영(-14.7)이 6개월 연속 최하위였던 한진(-12.9)을 제치고 최하위를 기록한 바 있다. 12월 조사에서도 부영(-19.0)이 다시금 최하위를 유지했고, 한진(-13.9)이 그 바로 위에 있었다. 부영의 하락폭이 더 컸다. 한편 지난 5월 이후 8번의 조사를 검토해봐도 부영은 28위에서 30위에, 한진은 29위에서 30위에 머무르는 등 하위권도 고착화돼 있다.
 
부영은 이중근 회장의 4000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와 임대주택 비리 혐의라는 악재가 있다. 한진 역시 총수 일가의 ‘갑질’ 행위라는 악재가 있다. 이러한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언론에선 부영그룹이 '부영 사랑으로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실시하고 있는 사회공헌활동인 ‘부모교육’이 지역사회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이 이미지 쇄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향후 부영의 수치 변동을 통해 가늠해봄 직하다. 
 
김동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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