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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수출입업 등록제' 허점 노린 기업사냥꾼들 재판에
실사 없는 서류심사 관행 악용…주가부양으로 56억 부당이득
2018-12-04 18:00:24 2018-12-04 18:00:24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사채를 끌어다가 상장사를 매입하고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한 것처럼 속여 56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은 기업사냥꾼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오현철)은 코스닥 상장사인 A사를 인수한 뒤 주가를 조작해 8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이 회사 전 최대주주 겸 회장 김모씨와 목포새마을파 조직원 출신 이모씨 등 5명을 구속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또 이들에게 돈을 대 준 사채업자 김모씨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A사는 2010년 12월27일 코스닥 상장된 연성회로기판 제조회사다. 2017년 기준으로 87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일당은 2015년 5월 사채를 동원해 A사를 인수하면서, LPG 수출입업 진출 목적으로 홍콩에 있는 펀드사로부터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허위공시했다. 이와 함께 협력업체를 끌어들여 그 업체가 산업자원부에 조건부로 한 LPG 수출입업 등록을 A사가 등록한 것처럼 허위자료를 배포하고, 1개월 내 LPG 배급 사업을 개시한다는 허위기사를 내게 해 2920원 하던 액트 주가를 5680원으로 띄워 총 8억2000여만원을 챙겼다.
 
김씨 일당은 A사 인수 직후 LPG 수출입업 진출을 즉시 중단하고, 화장품 사업 진출 등을 소재로 다시 주가 상승을 시도하다가 여의치 않자, 1년 만에 회사를 매각해 4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추가로 얻었다.
 
이번 사건은  LPG 수출입업 ‘조건부 등록’ 제도를 주가부양에 이용한 것이 특징이다. 현행 규정상 LPG 수출입업을 하려면 저장시설과 입하시설 및 출하시설 등을 구비한 다음 산자부에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최소 1000억원 이상의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는 SK가스, E1 등 5개 대기업만 등록을 완료한 상태다. 이에 산자부는 LPG 수출입업 활성화를 위해 저장시설 등에 대한 건설 계획 등을 제출할 경우 2년 후에 계획에 따라 저장시설 등을 구비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등록’을 허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건부 등록은 심사 과정에서 저장시설 등 건설 및 보유계획에 대한 실질적인 심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등록 신청인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만을 근거로 심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번 범행은 이를 악용한 사례"라면서 "조건부 등록 제도가 설립 취지에 반해 악용된 사실을 확인시킨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사진/픽사베이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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