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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9부 능선 앞두고 노동계 반대로 다시 되돌이표
광주시민들 “성사되면 지역경제 활성화 넘어 한국산업 회복” 기대 여전
2018-12-05 19:50:23 2018-12-05 19:50:23
[뉴스토마토 채명석·김재홍 기자] “아쉽지만 '합의'라는 목표에는 함께 하겠다는 공감대를 확인한 만큼 조만간 좋은 소식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5일 광주광역시와 현대자동차가 주 44시간 근무-평균 연봉 3500만원 수준의 완성차 공장을 짓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최종 합의를 마무리 짓지 못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광주광역시 시민들은 광주형 일자리가 문재인대통령 공약이고 성사를 위한 마지막 고비를 남겨둔 만큼반드시 성사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시민들은 광주형 일자리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넘어 한국 산업 경쟁력 회복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고임금 저효율’ 제조업 고질 해결 기대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민정이 사회적 대화에 기반을 둔 혁신적 노사관계와 생산성 향상을 추진하는 노사 상생 사회통합형 일자리 사업이다. ‘고임금 저효율과 노사관계’라는 한국 자동차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국내 투자를 확대하고 고용을 창출해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적정임금·적정 노동시간·노사 책임경영·원하청 관계개선 등 4대 원칙을 핵심으로 하는 광주형 일자리의 첫 번째 사례로 자동차 공장 설립을 결정한 것은 최근 들어 침체 기미를 보이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부흥을 이끌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광주시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계획하면서 근로자 임금의 경우 국내 완성차 업체 5곳 연평균 임금(9213만원)의 절반 수준에 맞췄다. 하지만 현대차와의 협상에서는 적정 초임 평균 임금을 절반보다 더 낮은 3500만원 안팎으로 설정했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에 비해 임금은 적지만, 중앙정부와 광주시가 주거·육아·여가생활 등 생활기반과 복지를 제공(국비·시비 2912억원 지원 계획)하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소득 수준은 완성차 업체들에 크게 떨어지지 않을 전망이라고 광주시는 설명했다. 계획이 제대로 진행될 경우 이번 투자를 통해 직접 고용 일자리 1000여개가 만들어지고, 간접고용까지 포함해 1만2000여개의 ‘광주형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년 안에 구체화 하려면 빨리 타결돼야
 
완성차 사업장이 예정대로 완공되면 현대차의 물량을 생산한다. 현대차는 유럽 전략형 해치백 i20과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경형 SUV(코드명 QX)’의 생산을 맡기는 방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장이 생산하는 자동차는 연간 10만대 규모다.
 
완성차 공장이 들어설 빛그린국가산업단지가 내년 12월 완공될 예정이기 때문에, 그에 맞춰 사업을 추진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협상이 타결되어야 한다. 광주시는 협의가 지연되면서 아직 공식 사업계획서도 작성하지 못했다. 합의를 이뤄내도 이어서 진행할 후속절차도 만만치 않다.
 
당장 전체 투자금액 7000억원 가운데 4200억원을 금융권으로부터 차입하겠다는 계획도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대출 규모가 크기 때문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상당금액을 부담하고, 민간은행들이 약간씩의 금액을 내놓은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사업장이 또 다른 공기업이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회사 자본금 중 광주시가 내놓을 590억원(지분율 21%), 현대차 투자금 530억원(19%) 이외에 역시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1600억원(60%)을 어떻게 유치할 지도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주로 광주·전남지역 토종 기업, 자동차 산업 관련 업체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어려운 기업들의 현실과 여전히 불안해 보이는 사업 추진과정상 먼저 나서는 투자자들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합의안이 타결되더라도 이는 큰 틀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세부내용은 다시 광주시·현대차·노동계가 추가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마지막까지 반대를 했던 노동계가 세부협의에서 또 다시 반발할 가능성이 높고, 현대차도 무리한 요구를 들어줘서까지 사업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광주시가 어떻게 양측의 이해관계를 절충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현대차 노하우 지원은 어느 선까지?
 
현대차는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라인의 조기 안정화를 위해서는 현대차의 지원이 절실하다. 이러한 지원을 노동계가 경영개입으로 인식한다면 또 다른 노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처음 시작하는 공장인 만큼 생산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완성차 품질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세팅 과정이 최소 1년, 길어도 3년 이상 되며, 생산공정 관리 전문가를 초빙해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야하는 데 이런 노하우는 현대차가 가장 잘알고 있고, 자사 제품을 맡기기 때문에 더 신경을 쓸 것”이라면서 “이런 활동을 노동계는 사실상 현대차가 경영에 개입하려 한다고 여길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광주형 일자리의 취지가 ‘반쪽 연봉’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마치 취직을 해도 “나는 반쪽짜리 인생인가”라는 회의감을 조장하고, 회사가 근로자들만 희생을 강요당하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 여론 분위기도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중견 제조업체 관계자는 “처음 설립된 회사의 직원 평균 연봉이 3500만원이라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면서 “근속연수가 오래된 직원들까지 모두 합친 완성차 업계 평균 연봉과 비교해 차이가 크게 나는 것으로 비쳐지는데 이건 올바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취업 중개업체들이 조사한 현대차 직원의 초임연봉은 5000만원대이며, 기아자동차의 물량을 외주생산하는 동희오토도 전 직원의 평균 연봉이 비슷한 수준이다.
 
채명석·김재홍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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