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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도어락’ 공효진 “정말 그렇게 무서워요?”
2018-12-06 00:00:00 2018-12-06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공효진은 충무로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갖고 있다. 부부 감독의 연출작에 주연으로 출연한 필모그래피의 소유자다. 2016미씽: 사라진 여자의 이언희 감독과 5일 개봉하는 도어락의 이권 감독이 부부다. 공효진은 그러고 보니 그렇다. 이런 경력은 충무로에서 내가 유일할 것이다고 웃었다. 그는 두 감독의 성격을 전했다. 여성 감독인 이언희 감독은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카리스마가 대단한 스타일이란다. 반면 이권 감독은 굉장히 섬세하고 여성적이란 것. 외적으로도 상당히 마초적인 이권 감독은 의외로 이런 스타일을 십분 살려 도어락을 완성했단다. 현장에서 공효진과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고 싸우고(?)를 반복하며 도어락의 오금저린 분위기를 완성했다. 벌써부터 이 영화의 흥행 광풍이 거세다.
 
공효진.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공효진은 대중들에게 익히 알려진 대로 털털하고 소탈했다.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 탓에 얕은 감기가 들었는지 연신 코를 훌쩍였다. 여배우이지만 거리낌 없이 휴지를 말아 코를 풀며 훌쩍임을 거부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여배우인데라며 놀라워하자 아니 막힌 코를 그냥 둘 수 있나라며 오히려 웃는다. 그만큼 공효진은 모든 것에 막히면 뚫고 뚫리면 거침없이 달리는 성격이다. 그게 영화에서도 오롯이 드러난다.
 
아휴 그래서 좀 답답한 면도 있었어요. 영화 속 경민은 정말 소극적이고 답답하잖아요. 제가 그걸 참을 수 있었겠어요. 현장에서 감독님과 좀 많이 싸우기도 했어요(웃음). 뭐 싸운 게 진짜 싸운 건 아닌 거 아시죠. 하하하. 감독님이 또 되게 섬세하시고 여성적인 면이 강하셔서 제가 좀 쎄게 나가면 또 다 수용하세요. 영화도 되게 무섭다고 하시는데, 혹시 답답한 게 제가 연기해서 그랬던 건 아니죠.”
 
공효진은 역으로 질문을 해왔다. 따지고 보면 공효진이 느낀 궁금증은 당연할지 모른다. 그는 언제나 극중에서 딱딱 떨어지는 캐릭터를 연기해 왔다. 그래서인지 대중들은 그에게서 퍽퍽함을 느끼기 보단 사이다처럼 시원한 뚫림을 원한다. 인터뷰 전 시원스레 코를 푸는 모습처럼. 하지만 이번 도어락경민에 대한 고민은 공효진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 준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언뜻 고민스러워 보였다. 영화의 흥행도 첫 번째이지만 공효진에겐 이게 질문이고 궁금함이었다.
 
공효진.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자신의 일상에선 지극히 소심하고 내성적인 여성인데 그 일상을 무너뜨리는 상황에선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대범해지는 모습이 사실 저도 좀 이해가 안됐어요. 영화에서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의 집에 들어가는 장면에선 저 스스로가 어떤 설득력이 있어야 했죠. 그래서 감독님에게 몇 가지 제안을 했어요. 물론 결정은 감독님 몫이었죠. 영화를 보시면 경민에게 답답함을 느꼈단 평도 봤는데 아마 평소 제가 출연해 온 작품 속 이미지와 많이 달라서 그랬을 수 있을 듯 싶어요.”
 
사실 캐릭터적인 면보다도 이 영화의 관심사는 무서움이다. 당초 장르적으로 스릴러를 표방했지만 언론시사회와 일반시사회를 거치면서 웬만한 공포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란 입소문이 퍼졌다. 공효진은 정말 그렇게 무서웠냐며 오히려 물어왔다. 영화는 내내 제3자의 시선을 느끼게 하는 듯한 화면 구성과 현실감을 적절히 혼합해 관객들에게 관람이 아닌 체험적인 요소를 다분히 전했다.
 
사실 진짜 궁금한 게 무섭다는 반응이었어요. 정말 그렇게 무섭나요? 저와 감독님은 좀 당황스럽기도 해요. 하하하. 저희가 무섭게 만든 게 아니라 스릴러적인 긴장감을 주려고 했는데. 영화 전체의 불안한 기운을 그렇게 느끼셨나 봐요. 이번에 시사회에 아빠도 초대했는데 아빠가 제 출연작 가운데 처음으로 무서워서 못가겠다고 거절하셨어요. 하하하.”
 
공효진.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도어락자체가 1인 가구, 특히 1인 여성 가구를 노린 범죄를 소재로 하고 현실에서도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너무도 현실감 있게 그려지니 공포감은 극대화로 다가오는 것 같다. 사회 분위기까지 반영돼 이런 현상과 느낌은 더욱 강력하다. 사실 도어락은 개봉 전부터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둘째였다. 물론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런 현실감이 너무도 강력하게 담겨 있기에 화제와 주목도가 올라가고 있었다.
 
뭐랄까.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이게 왜 그렇게 무서울까. 생각해보면 남자 여자를 떠나서 혼자 살면서 느끼는 어떤 공포가 있잖아요. 그게 현실적으로 충분히 가능하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무섭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아직 개봉 전인데 벌써부터 시사회를 통해 나온 반응들을 보면 굉장히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들을 하시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책임감도 더욱 남다르게 됐죠.”
 
따지고 보니 도어락경민도 그랬고, 공효진은 언제나 쉽지 않은 평범하지 않은 여성 캐릭터만 선택해 왔다. 그래서 오히려 도어락이 더 끌렸는지도 모른단다. 그동안 상업적인 감성의 작품과는 거리를 두고 있던 공효진이었다. 그래서 공효진은 도어락과 다음 작품 뺑반역시 너무도 쉽게 고민 없이 선택을 했단다. 이런 점은 보다 더 쉬운 배우로, 편안 배우로 다가서기 위함의 과정일 수도 있을 듯 싶단다.
 
공효진.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지금 되짚어 보면 제가 출연했던 영화들 모두가 쉬운 작품이 없더라고요. 쉬운 캐릭터를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어휴. 왜 그랬지. 그래서인지 누구나 다 좋아하는 영화, 상업적으로 아주 가능성이 있는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지금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가 되게 어려운 스토리만 찾는 여배우로 인식이 되나 봐요. 어떤 관계자 분들은 효진씨는 어떤 영화를 좋아하세요라고도 여쭤 보시더라고요. 내가 뭔가 거르고 있는 느낌을 받으시는구나 싶었죠. 그건 아닌데(웃음)”
 
그렇게 따지고 보면 공효진은 시나리오와 작품을 보는 눈에서 굉장히 까다롭고 해석적일 듯 싶었다. 하지만 사실은 그 정반대다. 굉장히 즉흥적이고 직관적이란다. 시나리오도 그래서 많이 보지 않는다고. 그는 시나리오를 파고 드는 성격이 아니란다. 아니 그게 자신에게는 맞지 않는 방법처럼 느껴져서 현재까지 그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고. 연기를 제대로 배우지 않은 첫 데뷔부터 지금까지 몸으로 익힌 이른바 야생의 방식이다.
 
공효진.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좋게 표현하면 직관적이고 뭐 보시는 시각에 따라선 굉장히 게으른거죠. 하하하. 시나리오를 오래 보면 그 감정이 계속 바뀌어요. 전 데뷔도 정말 얼떨결에 했고. 그게 지금까지 쭉 이어져 왔고. 그러다 보니 저 나름의 생존 방식을 찾아낸 거죠. 첫 느낌이 정답이라고 봐요. 매번 파고 들면 제가 감정에서 혼란을 느끼더라고요. 그래서 첫 번째 감정을 잘 기억해 현장에서 토해내죠. 그 감정들이 도어락에도 잘 녹여 냈다고 봐요. 관객 분들의 입소문이 좋으니 이번엔 저의 직관이 잘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기분 좋아요.”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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