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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사 주먹구구식 공기 산정…시공사는 멋모르고 입찰
착수시기 무관한 고정된 공기…경영활동 유지 위해 감내
2018-12-06 14:59:48 2018-12-06 14:59:48
[뉴스토마토 손희연 기자] 건설업계가 공공공사에 대한 적정 공사비와 공사기간이 확보돼야 안전사고 예방 등 제대로 된 건설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6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공공공사 공기의 적정성 확보를 위한 공기 산정 기준의 방향과 요인' 보고서를 통해 적정 공사기간의 필요성과 해외 사례 분석, 공공공사 공사기간 선정 기준의 방향과 고려해야 할 주요 요인을 제시했다. 
 
건산연은 67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공공공사 수행 시 공사기간 부족을 경험한 기업은 36곳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공공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공사기간 부족으로 인해 기업이 받는 부정적 영향은 공사비 및 간접비 증가(전체 32개 기업중 26개·복수응답) 협력업체와의 갈등 발생(11개)이었으며 안전사고 발생(6개)도 지적됐다.
  
공공공사의 공기부족 발생 주요 원인에 대해서는 ‘착수시기와 무관한 정책성 사업의 고정된 준공 기한’이 가장 많았고 이어 ▲예산 확보 등 정책적 요인에 따른 사업 발주 지연 ▲체계적이지 못한 발주기관의 공기산정 방식 순으로 조사됐다.
 
발주사의 비체계적 공기산정에도 입찰 당시 사업의 공사기간 적정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는 기업들은 많지 않았다. 조사대상 전체 기업 가운데 19개 기업은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라고 응답했다. ‘보통’이라고 평가한 기업까지 포함할 경우 46개 기업이 ‘전혀 검토하지 않거나 간헐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입찰 당시 공기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의 조치 사항에 대해서도 공사기간보다는 공사비의 적정성을 확인한 후 해당 사업의 입찰 여부를 결정한다는 기업이 조사 대상기업의 40.3%인 27개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산연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입찰 시 공고된 공사기간의 적절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거나 공기부족이 예상되더라도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경영활동의 유지를 위한 사업 수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공공공사 공기 산정 체계의 개선은 현황 조사와 더불어 사업 수행에 있어 공사기간이 차지하는 중요성과 공사기간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립 등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와 달리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미세먼지 저감 조치, 기상 조건 악화 등 보다 다양한 외부 요인의 영향을 고려해야 하며 발주기관 산정 공기의 적절성 검토, 입찰자의 공기 적정성 검토 의무화, 공기 부족시 이의제기 허용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의 도입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공공사업의 공사기간 적정성 확보를 위한 노력은 단기와 중·장기로 차별화해 단기적으로는 다양한 영향 요인을 포함한 공기 산정 기준 구축 등 절차적 보완 중심으로, 중·장기적으로는 계량모델을 통한 공사기간 제공에 중점을 두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부족한 공기는 건설품질 하락, 안전사고 증가, 기업의 이익 하락 등 산업 차원의 피해를 유발, '제값과 필요한 시간을 제공하고 제대로 시공하는 '건설문화 정착을 위한 산업 참여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미국과 일본의 경우 계약공기의 적정성을 계획 단계부터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발주시 공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 요인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공기 산정 시 포함하도록 서면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사기간 부족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 조사결과. 사진/건산연

 
손희연 기자 gh704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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