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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위원장, 금융권 낙하산 막겠다더니…
주요 협회·유관기관 정·관피아 출신들 차지…"정부·정치권 눈치 보는 게 현실"
2018-12-09 12:00:00 2018-12-10 06:15:56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권 낙하산 인사를 막겠다고 천명했지만, 정피아(정치권 출신) 또는 관피아(관료 출신)로 불리는 낙하산 인사 관행이 계속되면서 금융당국이 최소한의 방어막 역할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가 실질적인 인사권을 행사해야 하지만, 정치권이나 상위 부처의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금융협회와 유관 기관장 임기가 줄줄이 만료되는 가운데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기관장을 낙점해 내려보내는 이른바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말 신임 보험연수원장에 선임된 정희수 원장은 17~19대 국회에서 활동한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뒷말이 무성하다. 정 신임 원장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 대상인데, 이를 거치지 않고 취임하려던 것이 문제가 됐다. 그는 국회에서 새누리당 의원을 지내다 지난 대선 때 돌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로 옮겨 통합정부자문위원단 부단장을 맡았다.
 
화재보험협회도 최근 차기 이사장 후보 3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했지만 전원 탈락하고 재공모를 진행하기로 했다. 화보협회는 지난 10년간 민간 보험사 출신이 이사장을 맡아왔으며, 이번에도 보험업계 출신 후보들만 면접을 봐 자리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돌연 재공모가 결정되면서 정부가 인선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미 올해 들어 금융권 낙하산 시도가 계속되면서 인사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10월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이 임기 1년을 남기고 돌연 사임하고 이계문 전 기획재정부 대변인이 앉았다. 앞서 지난 4월에는 황록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중도 퇴진하고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이 내려왔다.
 
전통적으로 금융권 재취업이 활발했던 금융감독원 출신들은 유관기관 대신에 은행권으로 내려가고 있다. 금감원 출신 은행 감사는 농협, 신한, 하나 등 시중 대형은행과 부산, 광주, 전북 등 지방은행이다. 재취업 제한에 걸리지 않기 위해 퇴직 전에 비연관 부서에 근무했다가 곧바로 감사로 간 경우다.
 
이달부터 저축은행중앙회(12월), 한국신용정보원(12월), 보험연구원(내년 4월), 여신금융협회(내년 6월) 등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되는데, 민간 출신 기관장을 계속 이어갈지 주목되고 있다. 벌써부터 물밑 눈치싸움과 경쟁이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실질적인 인사권을 지고 있는 금융위원회가 방어막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권 인사에 적격인사가 이뤄지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간 금융지주회사의 셀프 연임 등에 강한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 내부에서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며 인사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질적인 인사권을 쥐고 있는 금융위원회도 정치권이나 사실상의 상위 조직인 기재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며 "경제금융부처에서도 인사적체가 심각하기 때문에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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