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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사이클 끝물 정유·화학, 올해도 배당 잔치 이어가나
2018-12-12 16:23:26 2018-12-12 17:11:25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정유·화학업종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사실상 올해 끝물로 접어든 가운데 관련 기업들이 지난해 수준의 배당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배당금은 한번 올리면 다시 낮추기 어려운 특성과 최근 주주가치와 기업가치 제고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대부분의 정유·화학 기업들이 전년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지난 2016년부터 2년 연속 역대급 실적을 써내려갔던 정유업계는 올해도 상반기 호실적을 바탕으로 중간배당에 나섰다. 업계 맏형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주당 1600원, 총 1437억원 규모의 현금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중간배당을 결정한 데 이어 올해 2년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중간배당금을 포함해 1주당 8000원의 현금배당을 했다. 에쓰오일도 같은 시기 주당 600억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중간배당금은 지난해 1200원의 절반 수준이지만, 주주친화적인 배당정책 기조를 보여준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올해 배당금 지급에서 다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에쓰오일은 전년도 배당금액을 밑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유업계는 올해 3분기까지 정유, 석유화학 사업이 동반 호조세를 보여 지난해 역대급 실적에 다가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하반기 들어 기대치가 낮아졌다. 10월 들어 국제유가가 크게 요동치면서 4분기 정유사업의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SK이노베이션은 큰 폭의 배당금 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SK그룹이 전체적으로 배당 확대, 전자투표제 도입 등 주주가치 극대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만큼 지난해와 동일하거나 소폭 감소하는 데 그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에쓰오일은 지난 10월 말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경영환경 불확실성 증가해 중간배당은 보수적으로 지급하기로 했다"며 사실상 배당금 축소를 예고한 상태다. 에쓰오일은 4조8000억원 규모의 잔사유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다운스트림시설(ODC) 프로젝트를 올해 마무리한 직후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에 2023년까지 총 5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신규 프로젝트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당분간 전년도 수준의 배당을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배당수익률이 4.3%로 예상된다"며 "주당순이익(EPS·당기순이익/주식수)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당배당금 중심의 정책으로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에쓰오일은 4분기 실적부진에 따른 주당순이익 감소와 40~60% 배당성향 기반을 감안할 때 주당배당금의 급감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올 3분기부터 업황이 다운사이클에 진입한 석유화학 기업들은 대부분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으로 많은 기업이 배당을 확대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해 배당금을 줄이기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해 1주당 배당금은 LG화학 6000원, 롯데케미칼 1만500원, 한화케미칼 350원이다. 이 중 롯데케미칼의 경우 롯데그룹이 오는 2020년까지 배당성향을 30%까지 높이겠다는 방침을 정해 이를 정면으로 거스르기 어렵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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