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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자일렌 대중 수출 급감…시장 vs 정유업계 '동상이몽'
2018-12-17 16:48:05 2018-12-17 16:54:08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정유업계의 알짜 수익사업인 파라자일렌(PX)의 내년도 대중국 수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파라자일렌은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해 만드는 석유화학제품으로 합성섬유나 페트병, 필름 등을 만들 때 쓰인다. 중국이 내년부터 대규모 설비 증설을 통해 자급률 높임에 따라 KDB산업은행과 신용평가업계, 화학업계가 대중국 수출 급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개별 기업들은 여전히 수출 호조를 자신했다. 중국 증설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17일 산업은행 중국리서치팀에 따르면 중국의 PX 증설로 내년도 한국의 대중 수출물량은 350만톤으로, 2017년보다 47% 급감할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의 PX 소비는 2410여만톤이지만 자급률은 60%대다. 우리나라의 대중 PX 수출 비중은 91% 정도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장링 산은 중국리서치팀 연구원은 "내년 중국의 PX 수입은 800만톤으로 가정할 때 한국에서 수입하는 양은 약 350만톤으로 추정한다"며 "중국 수요 감소에 대비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수출시장 다변화 모색과 생산 조정을 통해 공급과잉에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PX 매출비중이 높은 SK종합화학, 한화토탈 등은 제품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3월 한국의 PX 수출에 경고음을 보낸 전망과 일맥상통한다. 시장 역시 이런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3월 이미 "석화업계가 올해도 양호한 실적을 이어가겠지만, 장차 중국의 대규모 PX 증설은 실적에 잠재적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목했다. 최근 한국기업평가도 "중국의 자급률 상승 기조에 따라 2019년부터 상당수의 설비가 가동될 것"이라며 "PX 다운사이클 도래와 스프레드(제품과 원료값 차이) 축소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석유화학업계와 코트라(KOTRA) 중국무역관 등에 따르면, 내년부터 2020년까지 예정된 중국의 PX 설비 증설은 약 2360만톤이다. 지난해 자급과 수입을 더한 중국 내 PX 총 소비량(2410여만톤)에 버금간다. 이미 중국 최대 석화업체인 헝리석화와 저장석화는 내년 상반기부터 총 850만톤(각 450만톤, 400만톤)의 PX 상업생산을 시작한다. 이에 시장에서는 한국의 대중국 PX 수출 감소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 
 
정작 국내 기업들은 낙관론을 고수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중국의 PX 증설 계획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3분기에도 "내년 중국의 폴리에스터 수요가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관론을 경계했다. 폴리에스터는 PX의 전방이다.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은 지난 10월 말 '화학산업의 날'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말 중국 생산설비 증설이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제대로 이뤄질지 지켜봐야 한다"며 "중국의 폴리에스테르 수요가 워낙 증가하고 있어 증설이 큰 변수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PX 부문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에쓰오일도 2017년 2분기 설명회에서 "올해 중국 일부 회사들이 대규모 PX를 증설한다는 정보가 있지만, 투자나 건설 기간을 볼 때 실제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면서 "당분간 스프레드가 중국 증설에 영향을 많이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의 시각차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업계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자급률 확보와 규모의 경제를 과소평가했다는 것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수출이 내년 몇월부터 뚝 끊기기보다 시간을 갖고 서서히 준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라고 전제한 뒤 "중국의 자급률 확보와 증설 의지가 분명하므로 낙관론보다 보수적 관점에서 지속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역할론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PX 수급에 대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PX 수출동향을 전적으로 업계 전망에만 의존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PX에 관해 업계에 문의한 결과 아직 걱정이 없다"며 "대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외에 수출선을 다변화하자'는 말도 나오지만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도 PX 공급이 늘기 시작했다"며 "중국의 PX 증설이 주는 정말 무서운 영향은 단순 공급과잉보다 역내 수급구도 변화와 밸류체인의 붕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제품 포트폴리오 변화와 공급과잉을 조절할 설비조정을 검토할 시점이 빨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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