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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게 전담예술가’ 손길로 147개 동네점포 재탄생
소상공인 점포환경 맞춤변신, 청년예술가 일 경험
2018-12-18 08:50:17 2018-12-18 15:40:23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일거리가 부족한 청년예술가들의 손길이 골목가게에 닿자 점포환경이 바뀌어 매출까지 오르는 지역명물로 재탄생했다.
 
서울시는 우리가게 전담예술가에 3년간 총 147개 점포, 93명 예술가가 참여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간 참여 점포와 예술가를 각각 2배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가게 전담예술가는 서울시가 회화, 전시디자인, 공예 등 시각예술 분야를 전공한 청년예술가와 소상공인을 1:1로 연결해 가게 환경 개선과 아트마케팅을 지원한다. 청년예술가의 인건비는 시가 지원한다. 사회활동 참여 기회가 부족한 청년예술가에게는 일 경험을 쌓고 직업역량을 키워 민간 일자리나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효과다.
 
관악구 골목의 작은 식당 ‘부자철판삼겹살’은 올해 가게 내부가 확 달라졌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벽면과 식탁 위에 귀여운 돼지 캐릭터가 손님을 반긴다. 캐릭터 개발과 디자인 작업은 청년예술가 조은경씨가 맡았다. 가게 분위기가 밝고 젊어지면서 그동안 발길이 드물었던 젊은 고객들이 찾아오고 있어 점심장사도 새롭게 시작할 계획이다.
 
용산구의 네일샵 ‘올어바웃헤어앤네일’ 역시 올해 청년예술가 박선희씨의 디자인으로 가게 안팎 광고물을 바꾼 후 신규고객이 늘면서 고객 수가 20~30% 증가했다. 마포구의 ‘동네,정미소’는 청년예술가 이지은씨와 함께 지난 추석 새롭게 개발한 패키지 포장이 고객들로부터 반응이 좋아 설 명절 대비 매출이 2배 더 늘었다. 성신여대 인근에 새롭게 문을 연 카페 ‘밀월’은 오픈 전부터 청년예술가 허지예씨의 손길로 가게 이름에 맞는 디자인과 소품을 개발하자 예쁜 사진을 찍으러 오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
 
우리가게 전담예술가는 2016년 첫 발을 내딛은 이후 3년간 카페, 식당, 공부방, 한복집, 사진관,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한 업종의 총 147개 점포가 개성 있게 변신했다. 2016년 31개로 시작해 지난해 53개, 올해 63개 등 참여 점포도 갈수록 늘고 있다. 청년예술가와 소상공인이 머리를 맞대 특색있는 간판, 벽화, 내부 인테리어 개선 같은 공간 리모델링부터 명함, 로고, 패키지 등 각 점포에 필요한 맞춤형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올 9월 대통령 직속 대한민국 균형발전박람회 지역혁신대회에서 균형 발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청년예술가는 3년간 총 93명이 참여했다. 2016년 19명으로 시작해 올해는 2배 가까이 늘어난 37명이 참여했다. 점포별 맞춤 작업으로 눈에 띄는 변화를 이끌어내면서, 소상공인과 청년예술가 모두에게 높은 호응과 만족도를 얻고 있다. 사업에 참여한 소상공인들도 외주업체에 맡겼을 때와 비교해 비용절감 효과가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청년예술가들은 소상공인과 의견을 조율하고 고객의 반응을 살펴보며, 강의실에서 배웠던 내용들을 실제로 적용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중요한 경험이 되고 있다. 시안을 만들고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부터 견적을 알아보고 발주를 넣는 과정, 결과물에 책임지며 시공까지 마무리 하는 모든 과정이 청년예술가들의 경험자산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참여자가 결과물에 만족할 수 있도록 청년예술가를 대상으로 공간 인테리어, 저작권, 비즈니스에 대한 기본 교육과 직장적응 교육을 강화했다. 또 점포와 청년예술가 연결 시 코디네이터를 활용해 유지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향후 사업에 참여한 점포주의 반응과 결과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내년 사업에 반영할 계획이다.
 
올해 사업에 참여한 청년예술가 박선희씨는 “소상공인과 예술가가 방향을 함께 찾아가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며 “시간은 걸리지만 함께 고민하면서 나온 결과물이라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업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서울시 우리가게 전담예술가에 참여한 청년예술가 조은경씨가 관악구 부자철판삼겹살에 작업한 벽면 모습.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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