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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 받은 현대차, 수소전기차·GBC 사업 본격화
정의선 수석 부회장 경영 속도낼 듯…일각선 광주형 일자리 양보설 제기
2018-12-18 17:02:13 2018-12-18 17:02:13
[뉴스토마토 채명석·김재홍 기자] 정부가 내년도 경제정책 운용 방안으로 기업 투자 걸림돌 해소에 역점을 두기로 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숙원사업인 수소전기자동차 인프라 구축과 글로벌미디어센터(GBC)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매우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며 말을 아끼고 있다. 오랜만에 좋은 분위기가 형성됐는데 사소한 잘못된 행동으로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정부 발표가 나오기 직전에 현대차가 관련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인사를 단행한 것이 자칫 정부와 사전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문과 함께 두 사업을 지원하는 대신 정부가 무산 위기에 처한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서 현대차의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는 올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해 사실상 현대차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의 ‘뉴 현대차’로의 전환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부 업무보고에서 내놓은 ‘제조업 활력 제고 대책’을 통해 내년에 수소경제 활성화와 생태계 조성을 중점 추진키로 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수소 전기차를 개발·생산하는 기업은 현대차뿐으로, 정부는 현대차그룹의 수소경제 전환을 위한 노력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친환경 자동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수소차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가 내놓은 신형 수소차 ‘넥쏘’의 경우 계약 물량이 4000대를 넘을 정도로 시장 반응이 좋지만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수소 충전소는 서울 2곳을 포함해 전국에 13곳에 불과해 시장 창출에 애로를 겪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정부 발표는 친환경 에너지 산업 시대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라면서 “현대차그룹을 특정해 지원했다기 보다는 자동차를 넘어 수소경제사회를 앞당기기 위한 정부의 큰 발걸음으로 봐달라”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지난 11일 충북 충주 현대모비스 공장에서 열린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제2공장 신축 기공식에서 2030년까지 국내에서 연간 50만대 규모의 수소전기차(FCEV) 생산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수소 및 수소전기차 중장기 로드맵 ‘FCEV 비전 2030’을 공개했다.
 
연산 50만대 체제 구축을 위해 약 124곳의 주요 부품 협력사와 2030년까지 연구·개발(R&D)과 설비 확대에 모두 7조6000억원을 신규 투입해 5만1000명에 이르는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같은 계획이 현실화 되면 연간 경제효과는 약 25조원, 간접 고용을 모두 포함한 취업유발 효과는 22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정부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확대경제 장관회의에서 확정·발표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GBC 사업의 조기 진행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점도 현대차그룹에게는 호재다. 정부는 내년 1월 현대차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3조7000억원을 투자해 짓는 105층 신사옥 GBC에 대한 수도권 정비위원회의 심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수도권정비위는 GBC 건립을 위한 사실상의 마지막 관문이다. 이 심의를 통과하면 건축 계획이 법·제도를 준수했는지 점검하는 서울시의 건축 허가, 지하 구조물의 안전에 대해 점검하는 구조·굴토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년 빠르면 상반기 내에 착공에 들어갈 수 있다. 건축 허가는 통상 2∼3달, 굴토 심의는 한 달 정도 걸린다. 지난 12일 그룹 사장단 인사를 통해 전략통으로 불리고 있는 정진행 현대자동차그룹 전략기획담당 사장이 현대건설 부회장으로 승진 이동했다. 정진행 부회장은 앞으로 GBC 착공까지 남은 일정을 직접 조율할 것으로 보이는 데, 현대차그룹은 기존에 해왔던 업무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현대체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했지만) 그렇다고 지금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가 통과된 것은 아니다. 물론 올해 2~3차례 심의가 보류된 것과 비교해서는 상황이 조금 나아지기는 했다”면서도 “그렇다고 ‘지금 어떻게 하겠다’는 등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만한 상황은 아니다. GBC 사안은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로써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취임과 함께 당면한 두 과제는 활로를 찾았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한 답례로 답보상태에 처한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현대차그룹이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산업부는 이날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육성해 2022년까지 2만6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고, 자동차와 반도체 등 주력산업 경쟁력을 키워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첫 단추가 광주시와 현대차가 투자법인을 만들어 기존의 절반 수준의 임금으로 경형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10만대 생산규모 공장을 세우는 광주 완성차 사업이다. 이 사업은 ‘5년간 임금 및 단체협상 유예’ 조항 여부를 놓고 합의를 이루지 못해 연내 타결이 무산됐다.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으로 확대된 만큼 광주 완성차 사업이 이대로 무산될 경우 현대차가 짊어져야 할 부담감이 크다.
 
현대차측은“수소차·GBC와 광주형 일자리를 맞바꾼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추측”이라면서 “광주시측이 또 다시 신뢰를 저버리는 제안과 요구를 한다면 어떠한 진전도 없다는 우리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채명석·김재홍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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