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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부산, 금호아시아나항공 계열사와 '각자도생' 전략 통할까
인천~김해 노선 시작, 국제선 점진적 확대…"에어서울과 서로 시장 잠식" 우려도
2018-12-18 17:11:38 2018-12-18 17:11:38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이 '각자도생'을 선언함에 따라 아시아나항공과 그룹 내 또다른 LCC 자회사인 에어서울과의 역학관계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린다.
 
금호아시아그룹은 자회사 간 교통정리 차원에서 부산과 대구 등 경상권은 에어부산이 전담하고, 에어서울은 인천발 국제선에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을 고수해왔다. 최근 성장 한계에 직면한 에어부산이 인천과 호남지역을 거점으로 노선 확대 의사를 밝히면서 자칫 '집안' 간 경쟁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태근 에어부산 사장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가진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영남권 수송 실적을 바탕으로 인천과 호남 지역을 거점으로 한 노선 확대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에어서울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각자도생 해야 한다"며 "영남권 대표는 물론 타 지역에서도 눈에 띄는 항공사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에어부산은 우선 인천과 김해를 오가는 노선에 내항기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내항기는 김해에서 미주나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을 인천국제공항으로 실어나르는 항공기를 일컫는다. 이어 인천과 호남지역을 거점으로 국제선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한 사장의 발언은 인천 진출을 공식화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내부에서는 그간 에어부산이 부산·경남과 대구 지역을 담당하고, 에어서울이 인천발 국제노선을 맡는 게 불문율이었다. 에어서울이 아시아나항공의 적자노선을 넘겨받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에어부산과 서로 시장이 겹치지 않게 조정해 왔다. 이는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의 보유 지분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항공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보유지분은 에어부산 46%, 에어서울 100%다.
 
한태근 에어부산 사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에어부산
 
에어부산이 암묵적인 원칙을 깨고 독자적 생존 능력을 키워가겠다고 피력한 것은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345억원, 28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영업이익 359억원, 당기순이익 285억원보다 수익성이 뒷걸음질쳤다. 제주항공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1013억원으로 전년보다 73% 증가했고, 티웨이항공은 273% 급증한 471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 모두 여객 수요가 탄탄하게 받쳐주는 인천공항 뿐만 아니라 대구와 부산 등 비수도권 공항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에어부산은 김해국제공항의 여객 수용 능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데다가 대구국제공항 역시 경쟁사들이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어 마땅한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다.
 
에어부산의 인천, 호남권 진출을 바라보는 경쟁사들의 속내도 복잡하다.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기존 LCC들이 가져갈 파이가 작아지기 때문에 내심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LCC업계 관계자는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으로 보인다"며 "다만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 인천에서 경쟁할 경우 서로의 시장을 잠식할 수 있어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로 독이될지 약이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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