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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PMC: 더 벙커’, 동적인 재미는 분명히 넘친다
‘가까운 미래’ 휴전선 지하 벙커 속 긴박한 전투 장면 생중계
한반도 중심 강대국 문제-집단 권력 다툼, 얽히고설킨 내용
2018-12-20 00:00:00 2018-12-20 08:42:17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2013년 여름 시즌 신인 감독의 데뷔작 한 편이 충무로를 뜨겁게 달궜다. 사실상 발칵 뒤집어 놨다. 한정된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액션 스릴러 영화였다. 주연 배우 하정우는 머리카락까지 연기를 했다는 찬사를 이끌어 냈다.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은 이 한 편으로 충무로에 또 한 명의 괴물 감독 등장을 알렸다. 워낙 강렬했다. ‘테러생중계란 이질적이고 지극히 영화적인 소재의 결합을 너무도 상업적인 코드로 버무려냈다. 누적 관객 수 558만을 동원하며 메가폰급 흥행을 이끌어 냈다. 김병우의 등장은 그렇게 센세이션 했다. 그 김병우가 5년 만에 신작을 선보였다. ‘더 테러 라이브에서 함께 했던 하정우와 다시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PMC: 더 벙커는 전작보다 더욱 더 영화적이다. 한반도 군사분계선 지하 비밀 벙커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실시간으로 담았다. 북한 최고 권력자를 두고 미국과 중국 그리고 백악관과 CIA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사건이다. 이해 관계에 얽힌 인물과 집단이 상당히 복잡하다.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은 간결하지만 그것을 영화적으로 풀어내고 장치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과함이 넘쳐버렸다. 반면 한정된 공간 속 전투의 양상은 상당히 디테일하고 마초적이다. 국내에선 생경한 용병 집단이 등장한다. 일반인들에게 단어만 익숙할 벙커란 폐쇄된 공간 속 살육전도 긴박하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 이 모든 상황은 3가지 형태로 나뉜다. 경험하는 사람, 경험하면서 중계를 하는 사람, 그리고 멀찌감치 떨어져 모든 것을 조종하는 사람이다. 이 지점만 놓고 보면 주연 배우와 감독의 전작이 떠오를 수 있다.
 
 
 
먼저 전투다. 영화적 시간은 가상의 멀지 않은 미래다. 지금과는 달리 한반도는 전쟁의 위협에 싸여 있다. 남과 북의 대치적 상황이라기 보단 주변 열강의 이권 다툼의 장이 된 한반도다.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 지점은 현실적이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설정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미국 CIA는 주도권을 노린다. 군사분계선 인근 벙커로 북한 군부 권력자가 이동하는 장면을 포착한다. CIA 핵심팀장 맥킨지(제니퍼 엘)는 백악관 측과 협의를 통해 이 권력자를 생포할 작전을 준비한다. 미국 내 정규 군사력이 아닌 용병을 준비한다. 자신과 함께 여러 차례 작전을 수행했던 군사기업 PMC 소속 블랙리저드의 캡틴 에이헵(하정우)을 호출한다. 에이헵 역시 능수능란한 조건으로 맥킨지와 협상을 벌이며 더 많은 보수를 요구한다. 하지만 CIA의 진짜 타깃을 알게 된다. 북한의 군부 권력자가 아니다. 코드명 으로 불리는 북한 최고 권력자다. 이건 논의 자체가 달라진다. 이젠 작전에 투입을 자원한다. 한반도 정세를 단 번에 뒤집을 엄청난 반전 코드다. 과거 한국군 출신이면서 불의의 사고를 경험한 에이헵은 어떤 강한 끌림과 목적성에 이 작전에 자신의 팀 투입을 강행시킨다.
 
영화 'PMC: 더 벙커'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작전에 투입한 에이헵과 그들의 팀. 10분 만에 모든 상황을 종료시킨다. 하지만 또 다시 사고가 발생한다. 팀원 중 한 명이 총상을 입고 사망한다. 그와 동시에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급변한다. 모든 상황은 에이헵과 그들의 팀원들에게 불리하게 흘러간다. 아니 이 상황은 한반도 전쟁 국면을 뒤집는 게 아니다. 한반도의 전쟁 불씨를 당기는 도화선이 됐다. 백악관은 이 상황을 주시한다. 대선 국면에서 현 집권 대통령은 지지율 급반전을 이뤄낸다. 중국은 발끈한다. 순식간에 에이헵과 그의 팀원이 몰려 있는 미로처럼 뒤엉킨 더 벙커는 전 세계의 전쟁 불씨를 촉발시킬 화약고로 돌변한다. 그리고 모든 상황의 중심은 에이헵과 그들의 팀원을 겨냥하고 있었다. 여기에 그들의 팀원만이 아닌 또 다른 용병 집단이 더 벙커에 들이 닥친다.
 
영화는 시시각각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을 1인칭 시점으로 담아내며 관객들에게 극도의 긴장감과 현장감을 전달하려 노력한다. 한정된 공간 속에서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총격전은 1인칭 슈팅 게임을 진행하듯 빠르다.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운동감이 넘쳐 흐른다. ‘관람이 아닌 체험에 가까운 진행 상황은 에이헵과 그들의 팀원 그리고 또 다른 주요 인물인 북한 엘리트 의사 윤지의(이선균)가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 받게 된다.
 
영화 'PMC: 더 벙커'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이 과정은 흡사 도장깨기를 연상케 하는 방식이다. 하나의 스테이지를 넘어서면 또 다른 스테이지가 등장한다. 이 과정은 에이헵과 그들의 팀원이 사용하는 휴대용 감시 카메라를 통해 고스란히 중계가 된다. 공간의 상하좌우 그리고 대각선 등 기존 카메라가 담아 낼 수 없던 시야각을 거의 모두 사용해 장면과 공간을 전달한다. 관객들을 단순한 관람이 아닌 체험의 순간으로 끌어 들이고 급기야 에이헵과 그의 팀원들 그리고 윤지의가 느끼는 가쁜 호흡의 박자 안으로 이끌어 간다.
 
폐쇄된 공간 그리고 다수의 인물, 쫓고 쫓기는 인물간의 추격과 대결, 여기에 이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모습. 이 모습을 전체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지시하는 CIA 측 맥킨지의 시선. 더 할 나위 없는 액션의 생경함이다. 기존 한국 영화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방식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1인칭 시점은 여러 차례 차용된 작법이다. 하지만 시선을 이 정도로 분산시키고 실시간 중계란 콘셉트를 끌어 들인 방식은 ‘PMC: 더 벙커가 시작일 듯싶다.
 
영화 'PMC: 더 벙커'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방식의 시도는 ‘PMC: 더 벙커의 존재감을 분명히 끌어 올리는 지점이다. 하지만 모든 지점에서 수위 이상을 넘어가는 것은 앞선 시도 자체를 희석시키는 과한 선택인 듯싶기도 하다. 먼저 이해 관계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의 이해 관계, 정치적 경제적 취합의 선택, 여기에 권력 세력의 집권 방식을 놓고 이견과 합의를 논하는 CIA와 백악관의 의중이 다소 난해하다. 호흡을 잠시라도 놓친다면 디테일한 흐름을 놓치기 쉽다. 이런 모든 상황을 인물들의 대사로 중간중간 관객들에게 이해시키려 영화는 노력한다. 때문에 전체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더 벙커안에서 벌어지는 전투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헷갈리게 된다. 더욱이 더 벙커밖에서 벌어지는 양국의 이권 다툼이 더해지면서 스토리의 매끄러움은 너무도 큰 균열을 일으킨다.
 
에이헵의 내적 트라우마에 대한 지점도 불필요해 보인다. 폐쇄된 공간 속에서 급박하게 벌어지는 전투를 지근거리에서 생중계한다는 영화 전체 대의 명분이 후반부에선 피로감으로 다가오게 된다. 트라우마에 의한 신파적인 요소까지 더해지면서 ‘PMC: 더 벙커의 목적은 사실상 무의미해지는 상황으로까지 흘러간다.
 
영화 'PMC: 더 벙커'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간결하고 또 빠른 흐름과 의외의 마초적인 액션 장면이 넘치는 러닝타임이었다. 전작 더 테러 라이브에서 선보였던 김병우 감독의 연출이라면 지금의 결과물보단 분명히 매끄러운 흐름을 잡아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절반의 성공이라고 하기엔 동적인 재미가 분명히 넘친다. 하지만 소재와 배우 그리고 아이디어적인 측면에서 이 결과물이라면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했던 오점이 더욱 분명해 질 뿐이다. 개봉은 오는 26.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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