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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넓혔지만 대출에 막힌 무주택자
판교 엘포레, 저조한 경쟁률…높은 분양가에 무주택자 엄두도
2018-12-20 16:10:36 2018-12-20 16:10:36
[뉴스토마토 손희연 기자] 무주택자 청약 당첨 기회를 확대한 제도 개편 후 분양가가 높은 단지는 청약률이 저조하다. 대출 규제 강화로 현금 조달이 묶인 무주택자들이 청약 문턱에 막힌 것으로 보인다. 전방위 대출규제가 실수요 타격으로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후속조치로 지난 11일부터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무주택자의 청약 당첨 기회가 확대됐다. 이에 무주택자에게 유리한 청약 조건으로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벽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결과는 사뭇 다르다.
 
현대건설이 경기도 성남 대장지구에 공급한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 A3블록’은 121가구 모집에 385명이 몰려 평균 3.18대 1의 청약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A4블록은 2.6대 1을 기록했고, A6블록은 전용 128.216㎡가 198가구 모집에 415명이 신청해 2.10대 1을 기록했으나 전용 128.016㎡는 132가구 모집에 111명만 청약에 들어갔다. 올해 6월에 포스코건설이 분당구 정자동에 분양한 ‘분당 더샵 파크리버’가 평균 32.25대 1의 청약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의 다소 저조한 청약 결과는 높은 분양가와 더불어 공급된 평형이 수요자의 선호도가 낮은 중대형 평형대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의 분양가는 3.3㎡당 2433만원으로 같은날 서울에서 모델하우스를 오픈한 'DMC SK VIEW'의 1965만원(3.3㎡당)보다도 높다. 또한 같은 지역에 공급된 다른 두 단지에 비해 전용면적 85m² 초과 중대형 가구 위주라는 점도 수요자의 눈길을 끌지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분양 업계 한 관계자는 "판교 지역에 대한 수요자의 기대심리가 높은 편인데, 해당 단지 말고도 공급된 다른 두 단지에도 청약 수요가 분산됐고 다른 두 단지가 85㎡의 평형대로 구성된 중소형 단지로 선호도가 나뉜 영향도 크다"고 설명했다.
 
기존 청약 제도라면 높은 분양가나 중소형 단지라도 1주택자가 흡수할 여력이 충분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출까지 막힌 무주택자들은 현금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시각이다. 일례로 최근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분양하는 단지들은 대부분 중도금 이자후불제이기 때문에 무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계약금도 10%에서 20%로 오르면서 자금력이 안 받쳐 주는 상황이라면 계약금마저 넣기 힘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이나 대장지구 등 규제지역은 최근 청약제도 개편으로 무주택자들의 당첨확률이 높다는 기대감이 있지만 지역 아파트 계약금이 15~20%로 늘어나 초기 자금력이 상당히 받쳐줘야 계약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는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어느정도 풀어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투기 수요는 막을 수 있겠지만, 내 집 마련이 절실한 무주택자를 위한 창구도 열어줘야 한다는 것.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투기 수요를 잡기 위한 대출 규제 강화도 중요하지만, 정작 내 집 마련이 절박한 무주택자들을 위해선 대출 규제를 어느정도 풀어 줄 필요가 있다"라며 "많은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수요자는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등 시장 부작용을 줄이는 장치를 마련하면 대출 규제로 인해 큰 영향을 미치는 선의의 실수요자들은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DMC SK뷰는 청약 개편 이후에도 150가구 모집에 1만3743개의 청약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이 91.62대 1로 집계됐다.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와 더불어 서울 역내 위치한 입지에 따라 ‘똘똘한 한 채’ 수요 기대심리가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업계에서는 추후 청약 시장 내에서 양극화도 심해질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다. 
 
손희연 기자 gh704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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