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이아경 기자] 내년부터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전문가들은 타 산업과 협업을 통한 차별화된 전략이 있어야 인터넷전문은행이 제대로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나아가 기존 은행과 달리 인터넷전문은행이 디지털금융의 선두주자로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 성공의 핵심요소는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해외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주체가 금융회사, 자동차, IT, 유통기업들로 다양하지만 기존 은행과 유사한 비즈니스모델을 가진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확률은 높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터넷전문은행이면서 유통과 결합해 자동화기기(ATM)로 수익을 창출하는 일본의 세븐은행, 자동차 금융을 핵심 비즈니스로 하는 미국의 앨리뱅크(Ally Bank) 등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의 수수료 규제도 풀어줄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비이자수익 비중을 높이려고 해도 이에 대한 수수료 가격규제가 큰 탓이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은행 서비스 수수료는 행정지도, 구두규제 등의 암묵적 규제로 외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을 활성화하려면 은행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통제하는 관행은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정적인 자금 마련과 연체율을 인하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케이뱅크가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도의 신용평가모델을 기반으로 무담보 신용대출을 추진했지만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다"며 "금융산업의 본질은 안정적인 자금 마련과 리스크 관리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케이뱅크는 설립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순이자이익 과 순손실은 각각 244억원, 순손실 58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체율도 올해 1분기 0.17%, 2분기 0.44%, 3분기 0.64%로 급증하면서 건전성도 악화됐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도 15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전 교수는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대해서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은산분리 규제완화 등 법 개정 전 제3 인터넷전문은행을 인가해줄 경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처럼 안정적인 자금 마련이 힘들 것으로 본다"며 "이들 인터넷전문은행이 국내 금융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법적인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디지털금융의 생태계를 조성해야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 겸 서강대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과 달리 디지털금융의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며 "디지털 플랫폼을 키워 이때까지 못했던 금융수출, 글로벌 진출도 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국내 금융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타 산업과의 협업을 통한 새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정부의 법적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왼쪽부터)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전성인 홍익대 교수,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 사진/뉴시스
김형석·이아경 기자 khs84041@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