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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초환 부담금 충격파…서울 재건축 줄줄이 차질
사업 중단하며 속도조절…공급부족 초래할 수도
2019-01-06 06:00:00 2019-01-06 06:00:00
[뉴스토마토 손희연 기자]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시공사 선정 작업에 들어가는 재건축 단지들도 부담금 조정 상황을 지켜보며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시공사 선정 작업을 중단하거나 지연하는 등 사업 속도가 더디다. 재건축 공사비 8000억원 규모로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한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조합은 오는 7일 시공사 선정 결과를 취소하고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를 다시 뽑을지 논의한다. 대형 건설사 다수가  해당 단지에 시공 입찰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조합은 HDC현대산업개발을 우선협상 시공사로 선정하고 계약을 추진해왔으나 본계약 전 협상에서 특화설계안, 공사 범위, 공사비 등을 놓고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 내부에선 HDC현대산업개발과 계약을 중단하고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자는 의견과 재건축은 진행속도가 중요한 만큼 원안대로 진행하자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재건축 시공사 선정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의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해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대치쌍용2차도 후속계약을 진행하지 않으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대치쌍용1차도 시공사 선정을 중단한 채 삐걱댄다. 올 상반기 시공사 선정에 다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치쌍용1차 재건축 조합은 지난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부담금 여파로 시공자 선정을 보류했는데 인근 쌍용2차 추가분담금 규모를 고려해 사업 추진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이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 차질은 지난해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영향이 크다. 재건축 단지들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해당되는 부담금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면서 시공사와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했지만 여의치 않아 사업을 중단하거나 지연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 사업에서 발생한 초과 이익의 최고 50%를 조합이 국가에 내는 제도다. 초과 이익은 아파트가 준공된 시점의 가격에서 추진위원회 설립 시 가격과 각종 비용 및 정상적 상승분을 제한한다. 사업 주체인 조합이 추후 아파트 준공 시점의 이익을 가정·계산해 관할 지역 지자체에 제출해야 다음 절차로 갈 수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강남 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의 재건축 부담금이 조합원당 평균 4억4000만원에서 최고 8억4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담금 윤곽이 드러나면서 당시 재건축 시장은 예상보다 많은 부담금에 큰 충격을 받은 분위기였다.
 
지난 2017년 말 관리처분 인가 신청을 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한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도 불안감에 휩싸였다. 업계는 지난해 국토부가 공개한 재건축 부담금 8억4000만원 대상을 해당 단지로 보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시공사 선정 비리가 드러나면서 시공사 선정 무효 소송 등이 제기됐다. 재판 결과에 따라 관리처분 인가가 무효화되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받게 된다. 
 
이에 업계에선 올해도 재건축 사업이 순탄치 못할 것으로 내다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재건축 단지들이 부담금 폭탄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인데, 올해도 사업 지연 및 중단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로 사업 일정을 바꾸고 속도를 늦추면서 시공사 선정을 보류하는 등 상황을 지켜보자는 단지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규제로 시장이 침체될 것과 중·장기적으로는 새 아파트 공급 부족을 우려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인허가 등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는 단지가 다수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주택 공급 부족 우려 등 수급 불균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한편 올해 서울에서는 알짜 재건축 단지들이 시공사 선정 작업에 돌입한다. 올 상반기 사업시행인가를 얻고 시공사 선정을 예정하고 있는 잠실우성4차, 방배삼익, 한강맨션 재건축 단지가 있다. 신반포18·19·21차와 천호3구역 재건축 단지도 시공사 입찰을 준비 중이다. 대치구마을3지구 재건축 단지도 두 번째 시공자 입찰이 무산됐지만 재입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손희연 기자 gh704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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