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매각설'에 게임업계 불안 가중…"국내 규제라도 풀어달라"
중국 게임, 국내 시장 잠식 속도 빨라
입력 : 2019-01-07 06:00:00 수정 : 2019-01-07 06:00:00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10조원 규모의 '넥슨 매각설'이 불거진 가운데 국내 게임업계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중국 게임이 국내 시장을 하나둘 잠식하는 중에 대형 중국 게임사가 인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 탓이다. 국내 게임업계는 시장을 둘러싼 규제를 풀어 숨통을 트여줘야 한다고 호소한다.
 
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 지주사 NXC의 김정주 대표는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NXC 지분 전량을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지난 4일 입장문을 발표해 "넥슨의 글로벌 경쟁력을 뒷받침할 방안을 숙고 중"이라고 밝혔다. 매각설을 부인하진 않아 그가 매각에 마음을 굳힌 것으로 해석된다. 넥슨 매각설은 10년 전인 지난 2009년에도 불거졌지만 당시 넥슨은 공식적으로 반박한 바 있다.
 
매각 가격만 10조원을 넘어서리란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텐센트가 인수회사로 부상했다. 인수가 10조원을 감당할 기업이 국내에 많지 않아 중국, 미국 등 해외 대형사가 인수에 뛰어들 것이란 해석이다. 텐센트는 연매출 1조원이 넘는 넥슨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유통사(퍼블리셔)로, 인수에 성공하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연매출 40조원을 넘기는 자본력도 갖췄다.
 
넥슨의 인기 PC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 사진/넥슨
 
게임업계와 전문가들은 넥슨 매각설로 국내 게임시장의 중국 종속화가 가속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텐센트는 이미 다수의 국내 게임사에 지분 투자를 통해 진출한 상황이다. 지난 2012년 카카오를 시작으로 넷마블, 네시삼십삼분, 크래프톤 등에 잇따라 지분 투자를 해 국내 게임사의 주요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여기에 넥슨마저 완전히 넘어갈 경우 중국 게임의 퍼블리셔로 전락해 국내 게임시장이 잠식당할 우려가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 게임시장이 정체에 빠진 상황에서 텐센트도 해외 시장을 돌파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낄 것"이라며 "한국·일본 두 시장에서 서비스 기반을 구축한 넥슨은 텐센트 입장에서 투자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텐센트의 등장은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끌어올린 중국 게임에 힘을 실어주는 격이다. 2010년대 중반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며 중국산 게임의 국내 진출이 늘었다. 모바일 게임 매출 상위권에는 '왕이되는자', '신명', '검은강호' 등 다수 중국 게임이 포진했다. 중국 게임사들이 한국 개발자 '모셔오기'에 혈안인 상황에서 텐센트의 국내 진출은 개발자 유출 속도도 가파르게 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게임사의 개발력이 국내 게임사 수준을 따라잡았다고 하지만 그래픽 등 세세한 부분에서는 뒤처진다"며 "넥슨의 우수 개발 인력이 유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업계에선 켜켜이 쌓인 규제를 하나둘씩 풀어 이제라도 게임사들이 살 길을 찾을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웹젠 의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은 최근 한국인터넷자율기구 저널 기고를 통해 "게임산업의 발전이 더딘 악순환의 중심엔 강제적 셧다운제가 있다"며 "국내는 게임산업을 진흥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작고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높다"고 지적했다.
 
김정주 NXC 대표가 NXC 지분 전량을 매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게임업계는 국내 게임 규제에 지쳐 게임 사업을 접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정부도 일부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긴 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PC 온라인 게임 성인 월 결제한도를 50만원으로 제한하는 규제를 올 상반기 중에 다시 들여다볼 계획이다. 현행 월 50만원으로 제한된 결제한도를 올리거나 폐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단, 월 7만원 한도의 청소년 월 결제한도는 유지될 전망이다. 이재홍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부임하며 "성인의 합리적 게임소비를 돕기 위한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주무 부처와 협의해 합리적인 정책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속도다. 규제 완화가 게임업계 주도권을 다 내어준 후 이뤄지는 '사후약방문'이 돼선 안되기 때문이다.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게임이 매출 상단에 오르며 중국 게임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것 아닌지 불안하다"며 "국내 게임에 대한 규제가 풀어지지 않으면 중국 업체들의 확장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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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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