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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안병익 식신 대표 "한국의 미슐랭가이드…앱으로 '진짜 맛집' 찾아드립니다"
대기업 박차고 나와 창업해 푸드테크 1인자로 우뚝…"내년 상장 도전"
"350만 누적 다운로드, 성공비결은 광고 배제"…"벤처투자 활성화 필요" 조언도
2019-01-14 06:00:00 2019-01-14 06: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실패할 일 없는 '진짜 맛집'을 찾아주는 앱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식신' 앱은 신뢰도 높은 콘텐츠 제공으로 O2O(Online to Offline) 푸드테크 플랫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안병익 식신 대표이사는 식신을 맛집 가이드 대명사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맛집 앱 시장은 춘추전국 시대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앱 상당수는 광고성 블로그 포스팅들로, 정확한 정보를 찾고자 하는 사용자들에게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와 달리 식신은 광고를 배제하고 사용자의 평가와 리뷰만을 인기 순으로 제공하고 있어 차별화된다.
  
실제 사용자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항상 정직한 맛집 추천이다. 한국의 미슐랭이 되길 바란다", "식신에서 별이 달려 있는 음식점에서 실패한 적이 없어요"와 같은 평가가 주를 이룬다. 사용자 신뢰도를 최우선에 둔 결과물인 셈인데, 사실 벤처기업에서 경영자금이 되는 광고를 배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식신은 2013년 서비스가 시작된 이래 6년 간이나 뚝심 있게 이같은 정책을 고수 중이다.
 
안병익 식신 대표. 사진/식신
식신을 이끄는 안병익 대표는 KT연구소 연구원 출신으로, GPS를 활용한 위치기반서비스 기술 전문가다. 탄탄대로의 대기업 연구원 생활을 하다 선배의 요청으로 전자지도 서비스 사업을 영위하는 KT 사내벤처에 합류했는데, 이것이 그의 인생을 창업으로 이끈 계기가 됐다. 공학박사 출신답게 특유의 호기심이 발동, 1999년 KT를 퇴사해 2000년 포인트아이를 설립했다. 
 
 
 
 
 
 
 
 
 
 
"사업을 할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가뜩이나 1997년 IMF 직후라 가족의 반대도 심했다. 수많은 구성원이 동일한 목표를 위해 움직이는 큰 조직의 경직된 분위기와 달리 사내벤처를 해 보니 불확실하지만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어 매력을 느꼈다. 대기업의 안전성보다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쾌감과 성취감이 더 좋아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막상 창업에 뛰어들었지만 고초의 연속이었다. 당시 세계경제 침체 영향으로 2000년 벤처 붐이 꺼지면서 벤처기업의 절반가량이 폐업했다. 불과 몇 년 만에 투자 붐에서 시장에 투자자금이 마르는 상황으로 흘렀다. 식신 앱 자체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광고 수익이 없기 때문에 수중에 들어오는 돈도 없었다. 안 대표는 시쳇말로 '망하지 않기 위해서'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경영자금 마련을 위해 위치기반 기술을 활용한 각종 R&D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생존을 위한 절실함은 신규사업 아이디어 발굴로 이어졌다. 
 
안 대표는 포인트아이를 매각한 뒤 2010년 위치기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기업 씨온(현재 식신)을 창업했다. 사업을 하다가 2013년 식신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맛집 정보서비스에 사업을 주력했다. 사용자와 함께 만드는 맛집 정보 서비스답게 수많은 소비자가 직접 검증해 추천 맛집을 줄세우면, 식신이 사용자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그 중 '알짜' 맛집에 1~3개 별을 부여한다. 
 
"70만개 음식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추천 맛집은 7만개(국내 5만개, 해외 2만개)다. 그 중에서 단연 베스트라고 할 수 있는 별을 부여받은 음식점은 5000여개에 불과하다. 개발 초기부터 광고를 배제한 이유는 광고에 영향을 받으면 전체 신뢰도가 무너진다고 생각해서다. 식신에선 좋은 리뷰도 있고 나쁜 리뷰도 있지만 돈을 받고 리뷰를 쓰는 사람은 없다."
 
현재 식신은 월간 활동이용자(MAU) 300만명에 달하고, 월간 페이지를 열어본 수(PV)는 2000만~2220만에 달하는 등 국내 최대 사용자층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가 우수 소상공인을 발굴해 지원하는 사업인 '백년가게'의 홍보 채널로 사용될 만큼 정보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 중국 알리페이와도 독점 제휴를 맺어 요우커에 식신의 추천 음식점이 소개되고 있으며, 식당에선 알리페이로 결제가 가능하다. 
 
식신은 누적 다운로드 350만으로 맛집앱 1위를 자랑하지만 아직도 광고 수익은 없다. 다만 방대한 맛집 콘텐츠를 다른 사업체에 제공해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현대자동차를 들 수 있다. 식신과 제휴를 체결한 현대자동차는 차량 네비게이션에 맛집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다. 이밖에 식신은 네이버, 카카오, 국민카드, 우리은행 등 80여개 파트너를 확보하고 있다. 
 
2017년에는 식신과 연계해 모바일 식권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회사 도약을 위한 승부수였고, 예상은 보기 좋게 적중했고 식신 e-식권은 회사의 캐시카우 사업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식신 e-식권은 기업용 모바일 식권 서비스로, 기업 식대복지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의 종이 식대 및 장부, 식권 및 법인카드 대신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이용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안 대표는 "2017년 6월 선보인 이후 출시 1년 반 만에 운영 고객사 180개에 달하며, 매일 5만5000여명의 직장인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모 경쟁사와 함께 e-식권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경제적이고 편의성이 높아 매년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신 앱의 안정화와 식신 e-식권 사업의 급성장으로 회사 매출은 지난해 10억원 올해 3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콘텐츠를 강화하는 쪽으로 식신 앱을 대폭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며, 신뢰도에 영향을 없을 정도의 수준에서 신규 비지니스를 계속해서 창출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열심히 리뷰한 사용자에겐 암호화폐 팬텀코인(식신이 지난해 홍콩에서 ICO)을 보상으로 줄 계획으로, 내년 1분기 안에는 사업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내년에는 코스닥 상장도 추진할 예정이다.
 
20년 간 창업 생태계 한복판을 누비며 어려움을 몸소 체감했던 그는 벤처기업인으로서 국내 벤처·스타트업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초기 스타트업을 이제 막 벗어난 기업들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는 게 안 대표의 생각이다. 실제로 이 시기에 가능성이 많은 스타트업들이 폐업에 이르고 있다. 안 대표는 스타트업과 벤처 투자의 양극화 이유로 투자회수가 어려운 구조를 지목했다.
 
"투자를 회수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증권 상장과 M&A로 나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M&A가 활발하지 않다. 대기업 경영진의 폐쇄적인 인식과 의사결정에 따른 책임 여부가 M&A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결국 투자회수 방법은 상장밖에 없다보니 벤처캐피탈도 투자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에 상장할 만큼 성장하는 벤처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벤처캐피탈의 공격적인 자금 운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결국 정책적으로 이 간극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그는 식신을 한국의 미슐랭 가이드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식당 지침서이자 맛집 평가의 대명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사용자들에게 즐거움과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안병익 대표이사가 O2O 커머스 시장에 대한 세미나에서 식신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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