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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투자 배급사 출사표…4대 메이저 영화 시장 깨질까
현장 관계자 “시장 이해 못하면 자칫 ‘공멸’…파이 더욱 쪼개질 것”
2019-01-18 13:39:43 2019-01-18 13:41:17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한국 영화 시장은 CJ ENM, 롯데 엔터테인먼트의 대기업 계열사 두 곳 그리고 콘텐츠 전문 투자배급사 쇼박스와 NEW 두 곳 이렇게 네 개 회사가 경쟁 체제였다. 이들 4개 회사 시장 점유율이 거의 90%를 넘어서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신생 투자 배급사가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였다. 최근에는 거대 중국 자본을 바탕으로 한 회사와 증권시장에서 크게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바이오 기업, 여기에 도자기 회사와 화장품전문기업 자본이 바탕이 된 기업까지 뛰어들었다. 대형 포털사이트가 출자한 콘텐츠 회사까지 가세했다. 4대 회사 과점경쟁 영화 시장이 무너질 조짐이다.
 
 
 
중국 자본의 총공세
 
가장 눈에 띄는 회사는 메리크리스마다. 10년 동안 국내 4대 투자배급사 중 한 곳인 쇼박스를 이끌 던 유정훈 전 대표가 중국의 거대기업 화이브라더스의 투자를 받아 설립한 회사다. 유 대표는 쇼박스를 이끌며 암살’ ‘내부자들’ ‘사도’ ‘조선명탐정 시리즈등 무려 11편의 영화 3600만 관객을 끌어 모은 영화계 미다스 손가운데 한 명이다. 국내 투자 배급사 가운데 6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 달성을 이끌기도 했다.
 
메리크리스마스는 첫 투자 배급 작품으로 코미디 영화 내 안의 그놈을 시장에 내놨다. 손익분기점 120만 규모의 이 영화는 지난 9일 개봉 이후 18일 현재 112만을 동원 중이다. 이날 박스오피스 순위도 2위다. 당초 이 영화는 기존 메이저 투자배급사의 투자와 배급이 거절됐던 작품이다. ‘바디 체인지란 식상한 콘셉트와 상업 영화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아이돌 출신 배우 진영과 어린이 방송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끈 이수민이 나섰다. 배우 박성웅과 라미란 등 탄탄한 연기력의 조연급이 나섰지만 리스크가 컸다. 그럼에도 메리크리스마스는 과감히 투자 배급을 결정했다. 사실상의 창립 투자 배급작이다. 이 영화의 흥행에 충무로 기존 투자 배급사의 관심이 뜨겁다.
 
이 영화 외에도 메리크리스마스의 색깔을 뚜렷하게 나타낼 작품으로는 200억대의 제작비가 투입될 초대형 블록버스터 승리호. ‘늑대소년의 조성희 감독과 송중기가 다시 만나 화제를 모은 SF영화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스토리로 최근 배우 김태리의 합류도 논의 중이다.
 
이밖에 대한민국을 손에 넣을 정도의 권력에 맞선 한 남자의 얘기를 그린 양자물리학과 이순재 정영숙 주연의 노년의 사랑을 그린 로망등이 메리크리스마스 투자 배급작품으로 대기 중이다. 또한 한국판 킹스맨으로 불릴 액션 장르도 내부적으로 기획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신생 메이저 꿈꾼다
 
메리크리스마스의 공격적 시장 투자에 대항마로 떠오르는 두 회사도 주목할 만하다. 유정훈 메리크리스마스 대표와 함께 쇼박스를 이끌던 정현주 전 투자제작본부장은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를 이끌게 됐다. 화장품 브랜드 AHC 1조원에 매각한 이상록 전 카버코리아 회장의 투자를 받아 설립한 회사다. 이 회사는 올해 다작으로 시장 점령을 계획 중이다. 올해 개봉 예정작만 총 5편이다.
 
키위미디어그룹과 공동 배급에 나서는 악인전이 가장 눈에 띈다. 제목 그대로 악인들의 세상이 펼쳐진다. ‘대장 김창수를 연출한 이원태 감독의 차기작으로 마동석 김무열이 주인공이다. 충무로에서 탄탄한 시나리오로 이미 입소문이 돌았던 작품이다. 5~6월 개봉이 목표다. 배우 정진영의 감독 데뷔작 클로즈 투 유로 있다. 자신이 확신하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 속에서 진실을 찾아 나서는 한 형사의 얘기를 그린다. 폐업 직전의 동물원을 살리기 위한 기상천외한 프로젝트를 담은 안재홍 강소라 주연의 해치지 않아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투자 배급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공모자들’ ‘기술자들등 내놓는 작품마다 강렬한 사회 현실을 대변한 김홍선 감독의 신작 변신도 라인업에 함께 한다. 가족 안에 얼굴을 바꾸는 악령이 들어오면서 위험에 빠지는 형과 그를 구하려는 동생의 사투를 담았다. 이밖에 영화 불한당의 각본을 쓴 김민수 감독의 데뷔작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도 주목된다. 배우 정우와 김대명이 친형제 같은 형사로 출연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과정을 담았다.
 
바이오기업 셀트리온홀딩스가 만든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는 다음 달 자전차왕 엄복동을 선보인다. 투자와 배급 그리고 제작까지 모두 셀트리온에서 진행한 기대작이다. 드라마 제작사 ㈜드림이앤엠이 전신인 이 회사는 콘텐츠와 제작 매니지먼트 등 연예 관련 전 분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배우 이범수가 영화 부문 대표로 있다. 셀트리온은 자전차왕 엄복동이후 본격적인 영화 제작 및 투자 배급 사업을 시작한다.
 
이밖에 영화 범죄와의 전쟁’ ‘군도등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의 영화사 월광과 신세계’ ‘아수라공작등 선 굵은 영화들을 제작해 온 사나이픽처스가 도자기 회사로 유명한 행남사와 손잡고 새로운 투자 배급사로 거듭날 계획이다. 제작은 월광과 사나이픽처스 그리고 투자 배급은 행남사가 담당한다.
 
 
 
웹툰 전성시대포털의 역습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도 영화 시장에 뛰어들었다. CJ ENM 한국영화사업본부장을 맡은 바 있는 권미경 대표가 네이버와 손을 잡고 스튜디오N을 출범시켰다. 웹툰 원작 상업 영화가 쏟아지는 최근 시장 상황에 맞춘 협업이다. 웹툰 플랫폼을 보유한 네이버와 영화 제작 노하우를 갖춘 권 대표의 합작은 충무로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올해 스튜디오N 라인업으론 비질란테’ ‘여신강림’ ‘쌉니다 천리마트’ ‘금수저’ ‘내일’ ‘상중하’ ‘피에는 피’ ‘대작등이 있다. 일부 원작의 경우 드라마와 영화를 동시에 제작하는 독특한 방식을 취한다. 충무로에선 전례 없던 제작 방식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체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여러 흥행작을 내놓은 바 있는 한 중견 제작사 관계자는 18일 오전 뉴스토마토와의 만남에서 영화와는 관련이 없는 시장 상황이나 영화란 콘텐츠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다수 진입하는 것이 우려스럽다면서 이미 국내 대형 통신사들과 IT기업들이 10여년 전 시장에 진입했다가 쓰디쓴 참패를 맛본 적이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시장의 경우 기존 4대 메이저 회사의 분할 경쟁이 독점적 시장 체계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사실 그만큼 시장 파이가 작은 구조였다면서 많은 경쟁사가 생기면 기존 제작사들 입장에선 제작비 수급과 유통 활로가 트이게 되지만 자칫 시장 질서가 무분별해지고 시장 파이 역시 더욱 쪼개지면서 결국 공멸하는 최악의 상황도 분명한 리스크로 존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함께 만난 또 다른 관계자는 어차피 시장이 모든 것을 정리해 줄 것이다라면서 과거 통신사와 IT업체의 거대 자본이 쏟아져 들어왔지만 버티지 못했다. 관객들의 선택이 결국 시장 자체를 다시 정리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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