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삼성물산, 팔았더니 잘되고 팔려니 회복?
매각설 패션사업, 흑자전환…주력 건설업 흔들려 새틀짜기 난망
2019-01-27 06:00:00 2019-01-27 06:00:0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매각설이 돌았던 삼성물산 패션사업이 실적 회복에 성공했다. 반면 주력인 건설업은 성장세가 한풀 꺾이는 양상이다. 화학 계열사를 팔았다가 아까운 캐시카우를 놓친 경험도 있어 새 틀 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27일 패션사업 매각설을 부인하면서도 부진한 실적에 대해선 고민이 있다고 털어놨다. 일단 지난해 4분기 패션사업은 흑자전환했다. 3분기 적자에다 이서현 전 사장이 갑자기 지휘봉을 놓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침울했었다.
 
산업 측면에서 보면 패션은 경쟁심화, 인구감소 등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그래도 신흥시장에선 기회가 있다. 롱패딩 열풍 등 트렌드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실적 반전도 가능하다.
 
삼성물산은 화학사업을 팔았다 배 아팠던 경험도 있어 패션 매각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삼성토탈(현 한화토탈)이 한화 식구가 된 이후 이례적인 호황을 맞아 연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연속해서 거뒀다. 지난해도 호조를 이어갔다. 최근 유가는 초호황기 실적을 담보했던 수준으로 다시 돌아왔다. 올해도 장밋빛 전망이 그려진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은 지난해 한화종합화학(구 삼성종합화학, 한화토탈 모회사) 잔여 지분을 매각하려다 틀어진 바 있다. 업계는 업황이 좋아 좋은 값에 마저 팔 수 있을 때 팔려고 했지만 매수인 측과 시각차가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는 한화토탈 영업성과에 따라 삼성에 추가 주식인수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이면 계약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한화에 더 득이 되는 딜이었다는 데 업계의 이견은 없다.
 
삼성과 한화는 한화종합화학을 정해진 기한 내 상장하지 않을 시 각각 풋옵션과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도 갖고 있다. 따라서 삼성은 의도치 않게 불리한 가격에 팔아야 하는 시점이 오기 전에 재매각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주력인 건설업은 반도체 증설 등 내부 일감에 힘입어 그동안 호실적을 이어왔으나 프로젝트 종료 시점에다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지나면서 다소 꺾이는 형국이다. 지난 4분기 건설부문 실적은 전분기 대비 하락했다. 삼성물산이 4년만에 재건축 수주전에 뛰어든 데는 이런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합 상대로 오랫동안 공을 들이는 재건축 사업에서 삼성물산이 클린경쟁만 고집하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번(반포주공1단지 3주구) 사업은 힘들어도 래미안 브랜드 가치가 높으니 다른 데선 가능할 것도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물산이 더욱 느긋할 수 없는 데는 지배구조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제일모직 합병 시너지 문제가 이재용 부회장 승계 의혹과 재판까지 연결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처분 이슈도 일시적으로 집행정지됐지만 역시 승계 문제가 꼬리를 문다. 이래저래 삼성물산은 실적을 통해 합병 시너지를 입증해야 하는 형편이다.
 
지난 2016년 삼성물산이 오픈한 래미안 견본주택에 방문객들이 들어선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