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전자업계가 고조되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허리띠를 졸라맨다. 추가 투자 보다는 탄력적 운영과 투자 규모 축소에 방점을 찍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디스플레이 업종의 경우 올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환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돌파구를 마련할 예정이다.
지난달 31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지난해 경영실적 발표를 끝으로 전자 업계의 경영 실적 발표 일정이 마무리됐다. 이들은 올해에도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 긴축 정책을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한 59조2700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7.8% 급감한 1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특히 DS부문의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지 못한 것은 2017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앞선 24일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분기 시장의 전망치(5조1000억원)를 크게 밑도는 영업이익 4조4300억원을 기록해 어닝쇼크를 냈다. 전분기 대비 31.6%, 전년 동기 대비로도 0.8% 줄어든 수치다. 양사의 연간 실적은 신기록을 경신했지만 4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 우려가 현실화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까지 메모리 시장이 IT 전반 수요 둔화, 거시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업황이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투자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세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경영실적 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라인에 대한 투자는 효율 최적화와 고객 수요를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대외 환경 불확실성을 고려해 추가 증설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측도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보고 유연하게 대응해 나가겠지만 생산능력 감소에 대한 보완 투자 등 당초 생각했던 규모보다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며 "전년 대비 장비 투자는 40% 축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지난해 4분기 MC사업본부의 적자폭이 확대되며 당기순손실 80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됐다. 이에 구체적인 올해의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이어가면서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주력 사업인 TV와 가전에서 프리미엄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고, 5G를 통해 기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반면 지난해 내내 중국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단가 하락으로 몸살을 앓았던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의 시장의 우려보다는 양호한 성적표를 냈다. 올해에는 위기 탈출을 위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환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8조원의 자금을 투입해 OLED 전환에 속도를 낸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21년에는 전체 매출에서 OLED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올해 QD(퀀텀닷)-OLED 시범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4월 투자심의위원회를 열고, 2분기부터는 설비 투자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전자 업체들의 주력 산업이었던 반도체와 모바일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대내외적인 경영 환경도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며 "기업들은 당분간 투자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며 수익성 제고에 사활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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