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현대아산이 11년 만에 금강산에서 창립 기념행사를 연다.
현대아산(대표 배국환)은 지난 5일 창립 20주년을 맞아 8~9일 금강산 현지에서 기념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회사가 금강산에서 창립 기념행사를 갖는 것은 지난 2008년 7월11일 관광객 고 박왕자씨 피격사건으로 사업이 중단된 후 처음이다.
이번 행사는 현대아산 자체 행사로 치러지기 때문에 배국환 사장 등 회사 임직원 20여명이 참석하고, 현정은 회장 등 그룹 관계자들은 참석하지 않는다. 일행은 1박2일간 금강산을 방문해 기념식을 개최하고 기념만찬 등의 일정으로 진행한 뒤 귀경할 예정이다.
현대아산은 “창립 20주년의 상징성을 고려해 금강산행사를 추진하게 됐고, 북측이 흔쾌히 받아들여 성사됐다”며, “현대아산의 남북경협 20년 역정을 되돌아보며, 사업정상화와 재도약의 결의를 다지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아산 직원이 서울 종로구 본사 로비에 있는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인물화가 그려져 있는 벽 앞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행사는 2019년 들어 현대측 임직원들이 금강산을 방문해 치르는 첫 행사다. 지난해 남북 정성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사업 조기 재개에 합의한 바 있고, 오는 27~28일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됐고, 이어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도 가시화 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남북경협의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강산에서 현대아산 창립 기념식 개최는 더욱 의미가 크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현대아산은 경협 중단 전까지 매년 창립기념일인 2월5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추모일인 8월4일, 금강산관광이 시작된 11월18일에는 그룹 또는 회사 임직원들이 방북해 기념식을 갖고 참배해 왔다. 해를 넘겼지만 지난해 정 회장의 15주기 추모식에 이어 금강산관광 20주년 기념식에 이어 올해 현대아산 20주년 창립기념식까지 모두 금강산에서 개최한다는 것은 향후 사업 재개의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고 현대아산측은 설명했다. 현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그동안은 준비만 해왔다면 이제부터는 그동안 축적한 역량을 사업으로 실행해 내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 경제협력에 밑거름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어떤 것이라도 성과를 낼 것임을 강조했다.
현대아산이 금강산에서 개최하는 행사 때마다 북측 인사들도 참석해 힘을 실어 준만큼 이번에도 유력 관계자가 모습을 비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현대측은 “(참석하겠지만) 누가 올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예전에도 항상 현지에 도착해야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아산은 금강산관광이 시작된 이듬해 2월5일 현대그룹의 남북경협사업 전문 계열사로 창립했다. △7대 사업권 등 북측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합의 △금강산 육로관광 △개성공단 건설 △개성관광 △백두산관광 합의 등을 실현시키며 경협을 선도했다. 지난해 3차례에 걸쳐 진행된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경협의 주도기업은 현대가 될 것임을 재확인했다.
이에 현대그룹은 경협 관련 그룹 차원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남북경협사업 TFT’를 설치해 주요 전략과 로드맵을 짜고 있다. 현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현대아산 대표와 그룹 전략기획본부장이 대표위원을 맡아 실무를 지휘하고, 각 계열사 대표들은 자문 역할을 담당한다. 실무조직은 현대아산 경협 운영부서와 현대경제연구원 경협 연구부서, 전략기획본부 각 팀, 그룹 커뮤니케이션실 등으로 구성됐다. 이와 함께 현대아산은 경협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국내 및 외국기업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설명회를 갖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설 연휴를 전후해 대북문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아산 임직원들의 방북은 경협을 가로막고 있는 ‘조건’이 좀 더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면서 “이번 방북에서 그러한 분위기를 많이 안고 오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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