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직무범위' 넓게 본 법원, 이번에는…
사법농단 재판 핵심 쟁점…대법, '선재성 판사 사건'시 포괄적 해석
입력 : 2019-02-11 02:40:00 수정 : 2019-02-11 02:40:0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이르면 11일 기소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의혹 핵심 4인’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퉈질 쟁점은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직권남용 성립여부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형법 123조에서 정하고 있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그동안 축적된 판례가 많지 않다. ‘국정농단 사건’이 발생한 뒤 최근에서야 판례들이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사건의 근원인 법원행정처는 물론, 대법원장이나 대법관의 직권남용 사례는 법원에서 판단된 예가 없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지난 1월24일 오전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출근길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그동안의 ‘국정농단 판결’에서 내린 법원의 판결을 보면 ‘직권 남용’이란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불법하게 행사하는 것, 즉 형식적·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특히 직권을 ‘남용’한 것인지는 구체적인 ‘직무행위’의 목적과 행위가 당시 상황에서 필요성이나 상당성이 있는 것인지, 직권행사가 허용되는 법령상 요건을 충족했는지 등 여러 요소가 고려된다. 
 
여기서 또 문제되는 것이 ‘직무행위’의 범위다. 일반적으로 법원이 그 범위를 판단하는 제1기준은 법령이다. 그렇다면,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재판에서는 법원조직법이 ‘직무행위 범위와 직권남용 여부’ 판단의 제1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조직법상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권한은 ‘사법행정사무’에 국한된다. 법원조직법 9조(사법행정사무)는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며, 사법행정사무에 관하여 관계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정하면서, 사법행정사무 지휘·감독권 일부를 법률이나 대법원규칙, 대법원장의 명령으로 법원행정처장 등에게 위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13조는 ‘대법원장은 대법원의 일반사무를 관장하며, 사법행정사무에 관해 직원을 지휘·감독한다’면서 19조에 ‘사법행정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대법원에 법원행정처를 둔다’고 정했다.
 
다만, 법원은 법령상 법관의 직무행위 범위를 다소 넓게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013년 1월 회생절차에 있던 기업체에 자신의 친구인 변호사를 선임토록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기소된 선재성 판사에게 벌금 300만원을 확정했다. 검찰은 선 판사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변호사법위반 혐의를 같이 적용해 기소했는데, 1심부터 상고심까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일관되게 무죄로 판단하고, 다만,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봤다. 
 
당시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선 판사가 회사 관리인들에게 모 변호사를 찾아가 상담해 보라고 한 행위는 회사들의 회생절차를 맡고 있던 파산부 재판장으로서 회생을 원활히 하고자 하는 목적 아래 관리인들이 그 업무를 잘 처리할 수 있도록 그 방법에 관하여 조언했거나 권고한 것”이라면서 “직무 본래의 취지에 반해 권한을 행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장의 재판개입이 직접 문제가 된 사건으로, '2009년 촛불재판 개입 사태' 당시 시민사회단체들이 신영철 전 대법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지만, 이때는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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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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