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으로 넘어간 '사법농단', 유죄 입증 쉽지 않다"
법조계 "직권남용 법리 어려워…임 전 차장 '다문 입'도 관건"
입력 : 2019-02-11 19:35:33 수정 : 2019-02-11 19:35:33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이르면 이달 말 중 시작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의혹 핵심 4인’에 대한 재판은 역대 어느 사건보다도 검찰과 피고인 양측간 수 싸움이 치열할 전망이다. 
 
우선, 검찰 입장에서 이번 사건은 두가지 사안에서 다소 불리하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첫째 문제는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농단 의혹 핵심 4인’의 직권남용 인정 여부다. 수사 초기부터 압수수색 영장 등이 연이어 기각될 때부터 이 같은 전망은 이미 형성됐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월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영장전담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11일 “직권남용이라는 범죄개념 자체가 쉽지 않다. 얼마든지 법리적으로 결론을 뒤집을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 “게다가 상대는 전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다. 검찰이 상당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의 또 다른 판사는 “물증 면에서는 검찰이 일단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직권남용죄를 성립하게 하는 직무범위를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그러나 법원에서는 특히 법관의 직무범위를 넓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사법행정권이라는 개념 역시 포괄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 단정적 전망이 어렵다”고 말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닫힌 입’도 검찰로서는 부담이다. 임 전 차장은 박·고 두 전 대법관들 보다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임 전 차장의 공판이 양 전 대법원장 사건 대리전이라는 말은 이래서 나왔다. 임 전 차장은 검찰 조사와 공판에서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지난달 30일에는 총 11명에 이르는 변호인단이 일괄 사임하면서 첫공판을 미룬 상태다.
 
형사재판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범 중 핵심 인물이 묵비권을 행사할 경우, 재판부는 나머지 공범들의 진술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면서 “임 전 차장의 묵비는 양 전 대법원장 등에게는 방패지만 검찰에게 상당한 장애”라고 풀이했다. 
 
'사법농단 의혹 4인' 모두 유죄 선고를 받을 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분위기다. 특히 고 전 처장의 경우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을 구속하기 위한 '구색 갖추기'가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없지 않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기각된 박 전 처장과 함께 고 전 처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 위해 보강 조사를 해왔지만, 지난 1월 박 전 처장에 대해서만 재청구하고 고 전 처장은 하지 않았다. 
 
검찰이 이날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고 전 대법관의 경우 '강제징용 재판개입'이나 '전교조·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재판 개입' 등 이익 도모 범죄 보다는 전·현직 법관들 비리 은폐 등 '부당한 조직 보호'쪽 범죄에 많이 개입됐다.
 
검찰은 이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날 "고 전 처장의 혐의는 판사 비위 은폐·축소를 위한 영장재판 개입, 검찰의 수사기밀 수집·영장청구서 사본 유출 지시, 통진당 재판개입, 법관들의 의견표명과 독립재판 등을 억압한 혐의가 있다"면서 "영장 청구는 일반 국민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원칙에 비춰볼 때 (고 전 처장에 대한 영장청구가) 과연 과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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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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