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진화한 '아랑가'가 돌아왔다…"실타래처럼 이어지는 시적 연출"
12일 프레스콜…"인물 관계성 강화하고 새 넘버 추가"
2019-02-12 19:44:49 2019-02-12 19:44:49
[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뮤지컬과 창극의 경계를 무너뜨린 작품 '아랑가'가 3년 만에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돌아왔다. 배우의 동선과 이야기가 끊이지 않아, 극이 '실타래'처럼 이어진다는 점이 초연과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캐릭터의 관계성을 강화하고 새로운 넘버를 추가한 점도 눈에 띈다. 
 
뮤지컬 '아랑가'를 지휘한 이대웅 연출은 12일 서울 대학로 TOM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뮤지컬과 연극, 창극 등 여러 분야가 유기적으로 영향을 줌으로써 회오리를 만들자는 의도가 있었다"면서 "이야기와 인물들이 끊임없이 물고 물리며 쭉 흘러가도록 만든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아랑가'는 '삼국사기'의 도미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로, 지난 2016년 초연 무대를 올린 바 있다. 고구려 장수왕의 압박과 오랜 흉년으로 기우는 백제를 배경으로 개로왕과 도미, 아랑의 삼각관계를 입체적으로 펼쳐보인다. 판소리와 뮤지컬을 극에 다양한 형태로 배치해 동서양 음악의 조화를 보여준다. 
 
극 중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아랑 역의 최연우는 "2016년 초연 무대는 와이드했기 때문에 부채를 사용한 신체 연기를 크게 했다면, 이번에는 무대가 좁아졌기 때문에 넓게 퍼져있던 부분을 집중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이어 "극을 잘 보면 연결이 끊어지는 장면이 없다. 쉴 틈 없이 호흡을 가져가야 한다"면서 "실타래와 같은 연결 방법에 대해 (제작진과) 많은 공유를 했는데, 이런 부분이 초연과 가장 다른 점이다"라고 덧붙였다. 
 
세 주인공의 삼각관계와 관계성을 강화한 점도 재연에서 발전한 부분이다. 최연우는 "초연 때는 전체를 만들어 가는 데 중점을 뒀다면, 이번에는 캐릭터가 어떤 변화를 갖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특히 도미는 예전에 마냥 '사랑꾼'으로 표현된 반면, 이번에는 백제를 바라보던 인물에서 아랑에게로 마음이 정착되는 면을 표현했다"고 했다. 
 
재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캐릭터와 스토리를 일부 각색했지만 기본적인 주제는 변화시키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게 창작진의 설명이다. 대본을 맡은 김가람 작가는 "아랑가라는 작품은 운명에 놓인 인간들이 잡을 수 없는 것을 욕망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파멸하고 무언가를 깨닫는 것을 담았다"며 "꿈과 현실에 놓인 인간이라는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런 주제의식을 부각시키기 위해 '도창'이라는 인물의 비중을 대폭 강화했다. 초연 당시에는 판소리를 통한 나레이터 역할에 그쳤다면, 이번 무대에서는 인간의 운명에 영향을 주는 역할까지 발전했다.
 
도창 역을 맡은 박인혜 작창가는 "이 작품에서 판소리는 말과 노래, 대사와 소리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극을 설명하기도 하고 개로왕에게 저주를 퍼붓기도 한다"며 "아주 디테일한 장면 묘사로 관객에게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좁은 극장에서 적은 수의 배우들이 표현할 수 없는 부피의 이야기를 판소리가 전해준다는 이야기다. 박 작창가는 "전쟁, 칼싸움, 사람이 죽어나가는 모습 등이 무대에서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소리꾼이 관객들의 상상력을 극대화해준다"면서 "이야기를 돕기도 하고 냉소를 던지기도 하며 적극적으로 개입한다"고 했다.
 
아랑과 개로, 도미의 삼각관계를 더욱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삼중창 '어둠 속의 빛'을 추가한 점도 눈에 띈다. '어둠 속의 빛'은 세 인물의 평행적인 관계를 표현한 곡으로, 국악기와 양악기, 장단과 그루브가 어우러지는 삼중창이다. 이한밀 작곡가는 "(재연 준비 초반에는) 아랑과 개로의 관계를 강화하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듀엣곡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새 넘버가 어디에 들어가면 좋은지 생각하던 중에 두 사람보다는 세 사람의 노래로 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비슷한 패턴의 연주가 반복되는데, 이뤄질 수 없는 둘의 운명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부분을 유념해서 듣는다면 더 재밌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아울러 이 연출은 각 인물들이 다층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도 이 작품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아랑은 사헌에게 어머니와 같은 존재지만, 도미에게는 사랑하는 여인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이 연출은 "인물 6명이 끌고 나가는 작품이기 때문에 한 명의 인물에게 여러 레이어가 있다"며 "이런 것들이 서로 어떻게 충돌하는지, 어떤 운명으로 다시 돌아오는지 지켜봐달라"고 했다. 또한 "이런 시적인 부분 때문에 저희가 앞으로 뮤지컬계의 지평을 넓히는 선두주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