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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시대, 전자업계 지형이 바뀐다)다시 떠오르는 가상·증강현실 디바이스
콘텐츠 부재·낮은 해상도로 시장 한계…5G 전송 속도로 문제점 해소
2019-02-20 06:00:00 2019-02-20 06: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가 개화하면서 가상·증강현실(VR·AR)이 재조명 받고 있다. 그동안 고용량 콘텐츠에 이동통신 인프라까지 기기를 활용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5G 상용화로 이 같은 한계점이 극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웨어러블 기기 제조사들은 보다 생생한 현장감을 구현할 수 있는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VR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2016년도부터다. 스마트폰 TV 등 기존 기기와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사용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 시장의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VR은 게임,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의료, 제조, 국방, 교육 등 다양한 산업에 빠르게 확산됐다. 실제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스포츠 훈련용 트레이닝 콘텐츠 구현에도 활용되기도 했다. 제조사들은 구글 글래스, 삼성 기어VR 등 VR 재생 기기에 사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360도 카메라까지 내놨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이내 사그라졌다. 문제는 몰입도에 있었다. 사용자가 VR영상을 실감나게 즐기기 위해서는 최소한 초고화질(UHD) 영상, 또는 이보다 4배 선명한 8K급의 콘텐츠와 이를 웨어러블 기기로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이동통신 인프라가 필요했다. 하지만 고화질 콘텐츠는 턱없이 부족했고 VR영상은 사용자의 시선을 따라오지 못해 끊김·깨짐 현상이 발생했다. 머리에 써야하는 VR기기의 무게에 전송 지연에서 오는 어지러움 증세까지 더해져 VR은 반짝 유행에 그치는 듯했다.
 
5G 시대에는 이 같은 VR의 단점이 극복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5G는 LTE보다 약 20배 빠른 20Gbps의 전송 속도를 제공한다. LTE보다 많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셈이다. 8K 시대의 개화도 시장 확산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8K TV를 선도적으로 내놓으면서 LG전자, TCL, 콩카 등 중국 업체들도 8K TV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현재는 인공지능(AI) 엔진을 통해 영상을 업스케일링(화질 개선 기술) 하고 있지만 향후 2~3년 내에 8K 콘텐츠 시장 규모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지캐피털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AR·VR현실분야의 예상 시장 규모는 약 1050억달러(117조5000억원)다. AR 시장 규모는 850억~900억달러(96조~101조원), VR 시장 규모는 100억~150억달러(11조~17조원)로 예상된다. 산드라 리베라 인텔 수석 부사장은 자사 뉴스룸에 기고한 ‘5G: 산업 전체를 재창조할 차세대 통신’이라는 글에서 “5G 네트워크가 지닌 저지연의 특성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그리고 기타 몰입감을 줄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의 부상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용량의 VR 콘텐츠가 늘어나며 이를 재생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 헤드마운드디스플레이(HMD) 시장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삼성전자·오큘러스·피코 등은 보다 선명한 화질과 가벼운 무게를 갖춘 HMD를 내놓기 위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초기에는 HMD에 스마트폰을 장착하는 방식의 제품이 많았지만 최근 스마트폰 없이 스트리밍 방식으로 콘텐츠를 재생하는 기기들도 늘고 있다. 헤드셋 무게를 줄이고 인터페이스를 정교화해 사용자가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는 점을 잊게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PC연결형 프리미엄 헤드셋 오디세이(Odyssey) 플러스를 출시했다. 오디세이 플러스는 1세대 모델보다 50g가벼워진 590g의 무게로 착용감을 높였으며 1세대 모델 616ppi(인치 당 화소)보다 2배 높은 1233ppi 해상도로 어지러움을 줄였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홀로렌즈도 주목받는 기기 중 하나다. 홀로렌즈는 스마트폰이나 PC에 연결하지 않고 쓸 수 있는 홀로그래픽 컴퓨터다. 미국의 포드자동차는 홀로렌즈를 이용해 자동차 디자인을 설계하고 있고, 셰브런은 세계 각국의 공사 현장을 관리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휴대폰 없이 독자적으로 구동하는 독립형 오큘러스 퀘스트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페이스북의 세 번째 VR기기인 이 제품은 전작 오큘러스 리프트보다 향상된 해상도(1600x1400)로 선명한 화질을 구현했다. 
 
이와 함께 VR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고성능 사진 및 영상 촬영기기다. VR 콘텐츠는 기존 스마트폰으로 보는 콘텐츠보다 고해상도의 이미지·영상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은 5~6인치의 화면이지만 VR HMD는 180도 및 360도로 영상을 보기 때문이다. 소니는 8K 촬영이 가능한 풀프레임(35㎜) 규격의 6000만 화소 신형 이미지 센서를 개발해 테스트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캐논 역시 미러리스 카메라에 장착할 75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 UHD 영상을 보다가 VR기기로 보면 화질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제조사들이 영상 자체 제작이 가능한 360도 기기를 출시했어도 콘텐츠 제조에는 한계가 있었고, 향후에도 전문 촬영 기기로 제작된  VR 콘텐츠가 선호될 것”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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