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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훈의 선택 '베트남' 대한항공 성장의 서막 열다
민영화 첫 국제노선, 50년 급성장 디딤골…기념 이벤트 실시
2019-02-19 00:00:00 2019-02-19 16:01:13
[뉴스토마토 채명석·이아경 기자] 1969년 대한항공 사장에 취임한 정석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자는 항공기 도입을 결정한 뒤 세계지도를 펼쳐 놓고 국제선 항로 확보 방안을 고민했다. 임직원들의 강한 반대와 자신의 뜻으로 세 번에 걸친 정부의 요청을 고사한 뒤 박정희 대통령과의 담판한 뒤 인수를 결정했다.
 
정석은 기왕 시작한 항공사업이라면 멋지게 하고 싶었다. '향후 10년, 20년, 50년을 내다보고 대한항공이 취항할 노선은 어디일까?' 민영 대한항공을 이륙시키면서 사업가가 아닌 예술가처럼, 사장이 아니라 화가처럼 노선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밑그림을 제대로 그렸다고는 해도 신생 항공사가 항로를 개척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내 나라 하늘길이라 해도 강대국의 위세에 눌려 빼앗기거나 국가간 외교문제 때문에 막히는 일이 허다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놓고 하늘은 열강의 각축장으로 변해있었다.
 
그해 대한항공이 그나마 외화를 벌어들인 국제선은 서울~도쿄, 서울~오사카, 부산~후쿠오카 노선이 고작이었다. 미주노선은 당시 한미항공협정에 따라 한국 항공사는 알래스카를 경유해 시애틀까지 가는 북태평양 노선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한국 승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호놀룰루나 로스엔젤레스 등 중부 태평양 노선은 운항이 허락되지 않았다.
 
중동으로 가는 발판이 될 서울~방콕 노선이나 동남아시아 진출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서울~마닐라 노선도 취항이 안 되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1969년 3월 김포국제공항에서 열린 대한항공공사 인수식에서 정석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자가 임직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이런 상황에서 정석은 베트남을 주목했다. 베트남은 정석과 한진그룹이 성장하는 기회의 국가였다. 월남전 참전으로 현지에서의 여론은 좋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국가가 베트남이었던 만큼 이 곳을 첫 취항국가로 정하고,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당시 베트남 노선은 파병을 비롯해 한국 건설사와 용업업체들의 진출이 많아 항공수요가 폭증하고 있었다. 귀국하는 장병이나 기술인력의 수송을 위해 취항을 서둘러야 할 노선이었다.
 
정석은 1969년 10월 서울~사이공(현 호치민) 노선에 B720 여객기를 띄웠다. 민영화한 대한항공이 첫 취항한 국제노선이었다.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협정을 맺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 뻔했기에 정석이 직접 베트남 정부에 한국의 병력과 근로자 수송을 위해 취항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해 착륙 허가를 받아냈다. 이 덕분에 대한항공의 서울~오사카~타이베이~홍콩 노선은 사이공까지 연장됐다.
 
정석은 이 노선을 다시 방콕까지 연결해 동남아 최장 노선 기록을 세웠다. 덕분에 민영화 이전 시절 운항을 중단했던 서울~홍콩 직항노선도 부활시켰다. 동남아 지역과의 교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정석의 예측은 적중했다. 한국 경제의 비약적인 성장 속에 정석은 동남아를 발판으로 꾸준히 항로를 늘려나갔고, 대한항공은 국적 항공사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정석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자. 사진/대한항공
 
오는 3월1일 대한항공은 창립 50주년을 맞이한다. 정확히는 민영화 50주년이다. 7개였던 50년전 취항도시는 2017년말 기준 123개, 매출액은 36억원에서 11조8028억원, 기재 보유 대수는 11대에서 161대, 여객수송인원은 70만명에서 2676만명으로 급증했다. 이러한 대한항공의 성장의 첫 시작이 바로 서울~호치민 노선이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대한항공은 호치민으로 가는 고객 초청 이벤트를 실시한다. 50주년 기념 비행편은 오는 4월23일 운항하는 인천~호치민 KE681편이다. 대한항공은 회사와 추억이 얽힌 사연을 보낸 고객 및 신혼여행을 아직 다녀오지 못한 고객의 사연을 접수해 총 25명을 선정해 KE681편 일반 왕복 항공권과 호치민 여행상품 등을 증정한다.
 
또한 KE681 항공편에 한국으로 이주한 이후 아직 고향을 찾지 못한 베트남 사람들도 초청한다. 첫 고국 방문의 기회도 제공하고, 50주년 기념 래핑 항공기 투입, 역대 유니폼 승무원 탑승, 탑승객 대상 기념 쿠키 제공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회사 창립 50년은 물론 한진그룹 성장의 첫 기회의 국가였던 베트남과의 인연을 이어가는 한편, 최근 베트남 내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도 연계하기 위해 이벤트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채명석·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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