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사바나의 밤하늘 아래서…뮤지컬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로 내한…관객 압도하는 무대 예술
무대 곳곳에 동양적 이미지…한국관객 맞춤형 대사 '눈길'
입력 : 2019-02-19 01:14:42 수정 : 2019-02-19 01:14:42
[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표정에서 조금쯤 들뜬 기색이 읽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해봐도 지난달 개막한 뮤지컬 '라이온 킹'의 객석 분위기는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치열한 예매경쟁을 뚫고 메가 히트 뮤지컬의 오리지널 버전을 보게 됐다는 기대감 때문일까. '디즈니 역대 흥행 1위', '브로드웨이에서 꼭 봐야 하는 뮤지컬' 등 작품을 둘러싼 화려한 수식어를 거론하는 대화가 관객석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라이온 킹'이 전세계 뮤지컬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관객들은 이미 충분히 학습하고 온 듯하다. 
 
Circle of Life - THE LION KING - Photo by Joan Marcus ⓒDisney
 
그렇다면 '라이온 킹'은 이같은 관객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킬 에너지를 실제로 갖고 있는 것일까. 공연이 시작되기 전 피어난 이 얄팍한 의심은 '라이온 킹'의 유명한 오프닝, '생명의 순환(Circle of Life)'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아무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 개코원숭이 라피키가 무대에 등장해 아프리카 언어로 노래하는 순간 그들의 환상적인 엔터테인먼트에 빠져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대 뒷편으로 아름다운 태양이 떠오르고, 관객석 사이사이로 기린과 얼룩말, 사슴, 코끼리가 형형색색 등장할 때면 그야말로 작품의 스케일에 압도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라이온 킹'은 독보적인 무대예술을 통해 모든 관객을 사바나의 세계로 데려가 준다. 정글의 모습을 흉내 낸 '그럴듯한 무대극'의 차원을 넘어, 실제로 밀림의 하늘 아래 놓인 것 같은 환상적 경험을 선사한다. 그 배경에는 철저하게 계산된 세트와 조명, 음악이 존재한다. '라이온 킹'에서 활용되는 조명장치는 무려 700여개. 이 조명을 통해 '라이온 킹'의 하늘에는 주황빛 노을이 졌다가도 찬란한 해가 떠오른다. 특히 별이 총총 수놓아진 깊고 까만 하늘이 무대를 가득 메울 때면, 사바나의 풀밭에 누워 밤하늘을 즐기는 심바가 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Mufasa - THE LION KING - Photo by Deen van Meer ⓒDisney
 
무대에 동양적인 이미지가 넘쳐난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한지의 질감을 떠올리게 하는 각종 무대 소품과 효과들은 아시아권 관객들이 이질적이지 않은 선에서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돕는다. 그림자를 활용해 동물들이 쫓고 쫓기는 장면을 나타낸 '섀도우 퍼펫극'은 여백과 박진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 속 백미다. 또 연출가인 줄리 테이머가 제작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마스크와 퍼펫(인형)은 이 작품의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이다. 배우들이 몸의 일부처럼 지니고 있는 퍼펫은 사람이 동물 캐릭터를 연기할 때의 표현적 한계를 돌파하는 최적의 장치다. 
 
한국 관객만을 위한 대사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다. 영어 일색이던 대사 가운데 "대박", "감사합니다"와 같은 간단한 한국어 대사를 삽입해 예기치 않은 웃음을 선물한다. 티몬과 품바의 대사에서 특히 이같은 유머 코드가 잘 살아있는데, 무대 소품을 가리키는 장면에서 "동대문에서 떼 온 천 같아"라는 대사(자막)를 내보낸 것 등은 한국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재치 넘치는 배려다.
 
Lionesses - THE LION KING - Photo by Joan Marcus ⓒ Disney
 
무엇보다도 '라이온 킹'을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마지막 한 가지 요소가 있다면, 바로 이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들의 표정이다. 영화와 브라운관을 통해 접했던 사바나의 모습을 이 무대를 통해 경험하는 순간, 객석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한 미소가 만개한다. '라이온 킹'의 동물들이 춤추듯 뛰노는 장면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관객들의 얼굴은 그들의 어린 시절을 절로 연상케 한다. '라이온 킹'은 자신들의 가치를 이렇게 완성한다.
 
Nala and Simba - THE LION KING - Photo by Joan Marcus ⓒDisney
 
한편, 뮤지컬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에서 라피키 역은 느세파 핏젱이, 심바 역은 데이션 영이, 날라 역은 조슬린 시옌티가 맡았다. 서울 공연은 다음달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진행되며, 오는 4월 부산에 위치한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시어터'에서 한국 공연을 마무리한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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